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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이 하는 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11-05 00:00

왠지 아침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 날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나에겐 7월의 어느 화요일이 그런 날 중 하나였죠. 날씨는 덥고 일은 안 풀리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인마켓에 들러 무언가를 사고는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좌회전 차선에 간신히 끼어들어 엉거주춤 하고 서 있는 순간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한인마켓 사거리에서 차의 창문을 반 강제로 닦아주고 돈을 받아가는 바로 그 젊은 청년. 더러운 옷에 한 손에는 비눗물이 든 생수 병을 들고 다른 손에는 차를 닦는 자루를 들고 앞차부터 차례로 운전자와 눈을 맞추며 태연하게 다가오고 있는 그 청년. 며칠 전에 세차를 했던 터라 오히려 창문을 닦는다며 더 얼룩만 지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들어 닦지 않겠다는 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은 내 옆을 지나가나 싶더니 갑자기 운전석 옆 창문에 들고 있던 물병의 물을 확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창문이 닫혀있었지만 졸지에 당한 일이라 마치 물이 내게 튄 것처럼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내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창을 열고 무슨 말이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마침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아무말도 못해주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수가 없으려니, 별 일이 다 있네!”, “저런 녀석들은 누가 단속도 안 하나?” “안되겠다! 경찰 서던 시청이던 집에 돌아가는 데로 메일을 써서 내가 당한 부당한 일을 얘기하고 저렇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녀석들은 거리에 못나오도록 해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쁠뿐더러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집에 다 도착할 때쯤,  ‘그 젊은 청년이 만약 백인 남자에게도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몹시 기분을 상하게 했던 나의 모든 생각들을 다시 되집어 보게 되었고, 일편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나의 그 사건에 대한 기분을 좌우했다는 깨달음이 오면서 눈물까지 찔끔 나오고야 말았지요.
 
한편 그 젊은 정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그 사람이 나에게 왜 그렇게 특별히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차는 줄지어 서 있었고 모든 차의 운전자들이 손을 들어 거절을 했는데 왜 유독 나에게만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했을까?’  그때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유독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좀 화가 나있는 상태였고 평상시에도 그 장소에서 그 사람들을 보는 일은 나에겐 참 불편한 일이었고, 항상 ‘창을 닦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게 할 뿐 아니라 필요치도 않은데 반강제로 물을 뿌리고 닦는 그 사람들을 사실은 속으로 경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날은 유독 내 기분과 합쳐져서 내 얼굴 표정에 그 사람을 경멸하는 표정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지요. 아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그랬던 것입니다. 내가 손으로 싫다는 손짓을 할 때 내 얼굴에 나타난 그 사람을 경멸하는 표정이 그러한 불편한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되집어 보고 나니그 동안 억울하고 분했던 감정은 누그러지면서 오히려 미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구걸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창문을 닦아주며 손을 내미는 건데, 그리고 본인들도 그러한 생활을 마지못해 하는 것일 텐데 나는 그들보다 조금 여유롭게 산다며 그들을 경멸했다고 생각하니 어느 면에서는 내가 그들보다 더 못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바꾸자 화난 감정도 덩달아 바뀌고 앞으로는 1불 정도는 창을 닦던 안 닦던 건네주어야지 하는 결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 이론중의 하나인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이론 에서 강조하는 ‘모든 것은 우리 마음이 만든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기본사상이 생각이 나는 대목입니다. 사고가 감정을 바꾸고 그 감정이 행동으로 노출되고 그 행동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버릇과 습관이 만들어지고 습관이 고정되면 성격이 형성 되며, 성격은 운명을 낳는다는 것이다. 라는 말씀. 차창을 닦는 그 젊은이가 아마도 내 얼굴의 표정을 보고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감정은 분노에서 미안함으로 바뀌고 그 미안한 감정은 앞으로는 잔돈을 주어야지 하는 행동의 결심으로 이어졌고 그러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나는 스스로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런 습관은 그전의 너그럽지 못했던 성격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고, 바로 그러한 성격이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의 나와 미래를 열게 해주는 길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러한 새로운 자각이 좀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생활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해준 일이였습니다.

밴쿠버아름다운상담센터와 다문화교육심리연구소가 공동으로 ‘마음’칼럼을 시작합니다.
매주 일상생활속에서 사소한것 처럼 보이나, 우리에게 생각해볼 거리는 제공하는 다양한 일들을 ‘마음’칼럼을 통해 분석해보고, 이해할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유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며, 앞으로 약 10회에 걸쳐 인간관계 방식을 탁월하게 조명하고 이해하게 해주는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생활과 연계된 재미있는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글쓴이: 박미현 (전문심리상담 카운셀러(CMC), TA전문 카운셀러)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다문화교육심리연구소
             전화: 604-583-6568 (or 604-626-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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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마음’칼럼
  칼럼니스트: ‘마음’칼럼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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