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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9-10-16 00:00

몇 주전 한국의 어떤 대중가수의 표절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꽤 오랜만이다. 우리가 기억하기로 90년대 한참 표절문제가 심각했었다. 이른바 아이돌이라고 하는 가수들의 히트곡의 대부분이 표절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표절이 판을 쳤던 시대였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정서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음악은 표절의 가장 큰 대상이었다. 외국의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당시에는 이런 비양심적인 묻지마식 표절이 가능했고 특히 돈과 큰 역학관계가 있었던 대중음악계에서는 표절문제가 어느 음악분야보다 더 심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제는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가장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우리사회는 변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점차 우리 사회에서 표절을 근절하기 시작했고 어느 누구도 표절을 쉽게 할 수 없게 됐다. 생각해 보면 음악계에서 표절문제가 수면위로 다시 올라온 것이 정말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전히 반갑지는 않다.

신문기사를 읽어보니 문제가 된 가수의 소속사 입장은 스타일이 비슷한 것이지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는 것 같다. 대중들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쪽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는 쪽도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사실 대중음악에 관심이 없어 그 문제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고 또 표절을 했다는 그 외국곡을 들어보지도 않았다. 솔직히 그다지 듣고 싶지도 않다. 이번 주 필자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 문제의 노래와 소속사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표절’이라는 문제가 불거진 김에 표절에 대한 이런 저런 포괄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표절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는 곳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엔 표절은 늘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정도와 범위의 문제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예전에 비해 그 기준이 굉장히 엄격해졌다. 말이 나온 김에 표절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이야기하자. 어떤 곡이나 연주를 두고 표절이다 아니다를 명백히 판단 할 수 있는 기준이 과연 있는가는 참 어려운 문제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법(Law)같은 기술적인 기준과 해석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곡의 4마디 또는 8마디 이상 ‘베끼기’를 하면 표절이다”라는 기술적 기준으로 표절을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거꾸로  해석하면 정해진 마디 수보다 적게 ‘베끼기’를 하면 표절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이것은 곡마다 다르다. 음악에서 표절을 기술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술적 판단이 힘들다는 것은 기술적 해결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필자는 음악이 소통이라는 전제를 두고 늘 언어와 비교를 한다. 표절문제도 언어적으로 보면 보다 더 쉬운 판단 기준 또는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글을 쓸때 여러 다양한 표현과 문장을 사용한다. 그리고 작문실력은 기본적으로 ‘읽기’를 통해 향상된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어릴때 부터 많이 들었을 것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습득할 수 있고 많은 지식을 통해 자연스레 글을 쓸수 있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표현과 문장력을 독서를 통해 꾸준히 키워나가는 편이다. 또, 필자가 쓴 글 속의 많은 표현들은 읽었던 책속에서 접하고 배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표현과 문장이 흡사하단 이유로 표절로 판단해야 할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현과 문장이 비슷하단 이유로 논문 또는 글을 베꼈다 또는 표절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논문표절의 핵심은 표현과 문장의 방식이 아니라 역시 내용과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매우 전문적인 논문이나 글은 일반사람들이 표절여부를 판단하기 힘들겠지만 일반적인 글의 경우는 누구나 ‘베끼기’를 한 것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베낀 글은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짜임새가 좋지 않다. 그리고 표현과 문장 역시 일관성이 다소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하면 글의 구체적인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것은 본인이 직접 자기 생각을 담은 글이 아니기에 당연하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로 ‘듣기’에서 부터 시작한다. 듣지 않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책을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듯 많은 음악을 듣고 경험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많은 음악적 어휘와 표현력을 다양한 음악을 통해 습득하고 또 음악적 영감을 얻는 일은 이렇게 듣기에서 부터 시작한다. 또 많은 연주자 또는 작곡자들의 작품을 보면 표현과 방식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같은 시대 또는 장르의 음악이라면 그 정도는 더 심하다. 우리는 이것은 스타일의 문제이지 표절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글의 문장과 표현이 비슷하다고 표절이라고 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음악 역시 표절의 핵심은 표현과 방식이 아니라 내용과 전체적인 흐름이다. 표절한 곡은 느낌이 자연스럽지 않고 다소 어색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몇 마디가 비슷하고 아니고의 산술적 또는 기계적인 판단의 여부가 아니라 느낌으로 그것을 알 수 있다. 또 어떤 이야기를 하려하는지 구체적인 음악적 주제와 짜임새가 약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은 표절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되는 곡과 비교하면 더 더욱 잘 알 수 있다.

표절이 의심되는 곡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우리가 법과 같은 기술적인 방법과 기준으로 찾고 판단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감’은 아주 묘하다. 기술적으로 판단이 불가는 한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전문가보다 일반사람들의 느낌이 더 정확할때가 많이 있다. 표절의 판단은 어떤 누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본인이 표절이 의심되는 곡을 표절의 대상으로 삼았던 곡을 들으면서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당신이 듣고 느낄 때 표절이면 그 것은 100% 표절이다.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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