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박자와 그루브(Groove) [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9-25 00:00

기본기의 중요성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연주자는 의외로 많이 없는 듯 하다. 지난 주에 이야기했듯 박자와 그루브는 특히 재즈란 음악에서는 어느것보다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재즈는 굉장히 학구적이고 이론적인 음악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이론과 역사공부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론적인 연주가 아닌 그 느낌을 알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 느낌은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박자에서 오는 ‘흥’ 바로 그 그루브(Groove)에서 오는 것이다.

필자는 밴쿠버에서 많은 연주자들을 만나면서 의문점이 한가지 있다. 우리가 잘아는 Miles Davis, Wes Montgomery, Ray Brown 등 수 많은 재즈거장들을 좋아한다는 연주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아니 단순히 좋아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경배하는 수준이다. 재즈 베이시스트 Ray Brown와 Paul Chambers는 대표적인 스윙감이 좋은 연주자로 손꼽힌다. Wes Montgomery역시 어려운 이론적인 연주가 아닌 느낌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기타리스트이다. 필자역시 Wes Montgomery의 곡을 많이 채보한 결과 그는 철저히 스윙느낌과 블루스에 바탕을 둔 연주자이다. 사실 이론적으로 그의 연주를 굳이 분석하면 틀린 연주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느낌으로 연주를 하기때문에 이론적으로 틀린 연주도 근사한 재즈로 들리는 것이다. 이론보다 박자와 그루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Wes Montgomery의 연주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그루브와 블루스바탕으로 연주하는 거장들을 경배하는 연주자들은 당연히 거장들의 그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거장들의 연주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윙이라는 느낌과 블루스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이론에 집착하는 연주자가 많이 있다. 그럼 왜 그런 거장들을 좋아한다고 그 소란을 피우는 걸까. 남들이 훌륭하다고 하니까 또 그런 거장들을 아는 척하고 또 좋아해야지 재즈를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기에 그러는 걸까. 그런 반응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들을 경배하는 수준이라면 특히 일반 재즈팬이 아니라 적어도 연주자라면 제대로 그들을 이해하고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최근 마음이 많이 답답하다. 많은 연주자들과 같이 합주도 하고 연주를 하고 있지만 스윙그루브와 블루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연주자를 특히 이 곳 밴쿠버에서 찾기 힘들다. 물론 굉장히 다양한 재즈가 존재하는 21세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스윙그루브와 블루스에 대한 기본적인 재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무척 납득하기 힘들다. ‘다양성’이라는  보기 좋은 말로 ‘기본’이라는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것은, 반대로 ‘다양성’이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재즈에 입문하는 연주자가 있다면 이론적이고 학구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모든 음악의 기본이 되는 박자와 그루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면 한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박자와 그루브에 대한 연습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자.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메트로놈(metronome)연습이다. 일차적인 메트로놈의 연습목적은 박자에 있다. 메트로놈이라 하는 박자기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박자기와 함께 정박자로 늘 연습 하면 박자에 대한 자심감이 생기고 박자의 자심감은 곧 연주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이 한단계 발전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박자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 박자기를 정박자에 맞추지 말고 2번째 와 4번째 박자에 맞춰 연습을 하자. 이것은 스윙그루브를 기르기 위한 연습이다.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연습이지만 필자가 밴쿠버에서 만나본 연주자중 이 연습을 실제로 하는 연주자는 5%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리듬섹션인 베이스와 드럼연주자도 이 중요한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윙느낌을 내지 못하는 연주자와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다.

메트로놈이라는 박자기를 몸에 완전히 익힌 후에는 역시 음악을 채보하고 음반과 같이 연주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스윙과 박자이지만 재즈 연주자들은 그 공통된 박자와 스윙느낌에서 세밀하게 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채보를 통해 또 많은 음반을 듣고 같이 연주함으로서 느끼고 배우는 것이다. 이 단계가 지나면 역시 앙상블에 들어가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또 자신의 연주를 녹음 또는 녹화를 통해 모니터하는 습관은 꼭 필요하다.

재즈라는 음악은 일반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아주 어려운 음악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학구적으로 어려워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박자와 그루브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자와 그루브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평생을 재즈를 해도 스윙그루브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재즈가 어려운 이유는 이론이 아닌 그 박자와 그루브속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고 이해하는 순간부터 재즈는 시작된다. 겉으로 들어나는 화려한 이론에 집착하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지만 박자와 그루브라는 재즈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들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면 어떨까.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