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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을 위하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9-18 00:00

재범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 그 친구가 누군지 잘 모릅니다. 한 두번 TV에서 얼굴을 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가수인 것까지는 줏어들어 알겠는데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 아닌거죠. 그저 인터넷에 소동이 일어나고, 그 소동의 정체가 하도 기가 막혀 엉뚱한 관심이 생긴 겁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저처럼 재범이라는 친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 계시면 주위에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뭐 사연은 간단합니다. 미국에서 자란, 한참 인기절정의 가수가 인기를 얻기 전에 한국을 안 좋게 말한 것이 나중에 밝혀져 급기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겁니다.   

유승준이라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전 물론 이 친구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이 친구가 한국에서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사연은 잘 압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사람이 평소 한국군대를 가겠다고 큰 소리 치고 다니다가 막상 군대 갈 때가 되어 발뺌을 하고 미국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그 길로 다시는 한국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긴 것이죠.

그 과정 속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언론이었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흔히 황색언론이라 부르는 그야말로 사실여부보다는 흥미여부가 기사의 잣대가 되는 그런 쓰레기 같은 언론들이 앞뒤 재지 않고 소문의 확대재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 저는 그런 언론을 쓰레기라고 부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레기만도 못합니다. 쓰레기야 잘 하면 재활용이라도 하지만 이런 언론은 재활용은 커녕 어디 파묻어도 그 냄새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울 것입니다.

그 친구가 한 말이 과연 얼마나 잘 못된 것인지 판단할 자리에 있지도 못하고 또 설령 그럴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잘잘못에 대한 판단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수 하나가 노래를 그만 부르던 말던 그 것은 제 알바가 아니니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입니다. 이른바, 여론,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믿어지는 것에 의해 어떤 개인의 인생이 좌우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입니다.  사실 여부를 판단할 정보가 있을리 만무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언론이 던져주는 정보에 근거해 격한 언사들을 쏟아내고 그 것이 결국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이 반복적 상황이 걱정이 될 뿐입니다.

더구나 이번 일을 보면서 외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핵심은 결국 애국심입니다. 재범이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시민권자라고 합니다. 어쩌면 그 사실이 이번 소동의 큰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재범이는 결국 미국사람인 것이지요. 그래서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것은 아닐까요? 애국심의 척도에서 일단 용의선상에 오른 것이지요. 이를테면 미리부터 의심받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욱 조심을 했어야했던 것인데…

이렇게까지 생각이 드니 마음이 좀 찹찹해집니다. 그럼 나는? 하고 바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군요. 이렇게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 나는 과연 애국심 몇 점일까 조금 궁금해집니다. 그러면서 대체 애국심이란 뭘까하는 근원적인 의문도 생깁니다. 이런 생각은 참으로 오랬만입니다. 뭐 잊고 있었다는 핑계보다는 외면해왔다는 고백이 더 맞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난 조국을 사랑하는가?  그리고 그 대답은 저처럼 그저 혼자만 간직하십시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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