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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9-09-11 00:00

기본기의 중요성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손으로 셀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고 강조해왔다. 음악 역시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 역시 학교에서 또는 개인레슨시 학생들에게 기본기를 늘 강조할 뿐 아니라 개인연습시에도 여전히 기본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아마도 연습시간의 반 이상을 기본기에 보내고 있다. 음악을 20년 이상 해도 기본기에 대한 연습은 언제나 부족하다.

기본없이 어떤 새로운 것을 정상적으로 습득할 수 없으며 또 누구나 경혐하는 슬럼프를 벗어나기 좀처럼 쉽지 않다. 또 어떤 중장기적인 목표에 다가가기 좀처럼 쉽지 않다. 기본기에 충실해도 나 자신이 세운 수준에 접근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기본기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기가 탄탄한 연주자를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우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캐네디언 연주자 역시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함에는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기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늘 간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알다시피 기본연습은 정말 재미가 없다. 중학교시절 테니스를 배운적이 있다. 당시 세계 챔피언 ‘이반렌들’이라는 체코출신의 테니스선수가 너무 좋아 동네 테니스장을 찾았다. 나는 그처럼 멋진 ‘서브’와 ‘발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치의 강요로 3달 내내 스윙폼연습만 했던 기억이 있다. 이반렌들처럼 멋진 서브를 하고 싶었던 나는 당시 3달간의 스윙폼연습으로 인해 테니스가 점점 지루하게 느껴졌다. 내가 당장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3개월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그 기본기 연습이 힘들었던 것은 물론 테니스를 ‘티’가 나게(?) 잘 치고 싶었던 내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런 지루함과 어떤 결과를 쉽게 볼 수 없는 그 비생산성(?)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더 있는 것 같다. 먼저 기본기는 앞서 이야기했듯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인내와 시간을 투자하기엔 알다시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시대는 collect era였고 지금은 디지털시대는 delete era라는 것을 어느 라디오방송에서 들었다. 다시 이야기하면 과거에는 어떤 것을 소중하게 하나씩 모으고 발전시켜나간 시대라면 지금은 홍수처럼 많은 양의 정보와 1분이 1초처럼 지나가는 환경으로 인해 시간을 두고 모으고 설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빨리 선택하고 버리는 시대라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너무 바쁘게 바뀐 것이다. 이런 환경으로 인내를 가지고 발전시켜나가는 생활습관이 우리 삶에서 많이 사라졌다. ‘질’(quality)을 생각하기엔 세상이 너무 바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에 들을 음악이 없다고 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좋은음악을 찾기 쉽지 않다. 세상이 바빠지면서 음악 역시 크게 축소됐고 연주 역시 생각하고 느끼기보다는 누가 더 빨리 치고 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돼버렸다. 음악이란 듣고 느끼는 것인데 시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렇게 음악은 변했고 질 역시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연주자의 수준 역시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짐을 인정한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연주를 해 보면 기본기가 약한 연주자들을 꽤 많이 만난다. 사실 과거 같으면 전문연주자가 아니라 그저 취미생활수준의 연주자가 요즘은 전문연주자의 반열에 올라 설 수 있다. 또 무늬만 요란했지 내용은 없는 연주자들이 많이 있다. 전체적인 수준이 많이 내려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필자는 늘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강조한다. 더 좋은 음악과 연주를 위해서다. 세상은 변했지만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와 수준은 변하지 말아야한다.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설정한 절대적인 기준이다. 남들과 비교를 통해서 또는 주위 환경으로 자신의 목표와 수준이 유동적일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연주자로서 또는 음악인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기본기는 지루하고 비생산적이지만 적어도 연주자라면 자기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보다 더 좋은 음악과 연주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지 않을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음악이고 연주이다.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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