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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101: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29 00:00

어린 자녀를 둔 몇 분의 부모님께 30년 뒤에 자신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커 있었으면 좋겠는지 여쭤보았다.
 
"자신 있고 당당한 사람"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
"독립적이고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
"성실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한 사람"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인생을 진취적으로 사는 사람" 등등
 
여러 바람들이 있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 아이가 삶을 자신 있게,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끌어가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서로가 서로의 바램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에 대한 소망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부모님들께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아이를 그렇게 대접하고 있습니까? 라고 여쭈었다. 아이를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하고,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들어주고, 받아주는지, 아이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 봐 주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침묵이 이어졌다.
 
이제 곧 9월이다.  새 학년이 시작된다.  처음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익히기 이전에 개론을 듣는다.  대개 개론과목들의 코드는 101이라, 무슨 일이든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얘기할 땐 XXX101 이라곤 한다.  처음 부모 노릇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부모교육101을 만든다면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잘"키우기 위하여, 좋은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신다.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캠프에도 보내고, 당당함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도 열심히 정보를 수집해서 참여하곤 한다. 사랑이 엄마도 남들에 뒤질세라, 더구나 하나 밖에 없는 다섯 살 딸아이,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싶어 운동프로그램을 하나 등록했다.  프로그램 시작하는 첫 날, 사랑인 모든 것이 낯설어 엄마 치마 꼬리만 잡고 늘어지는데…

아이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 어떻게 하나 걱정하며, 엉덩이 빼는 아이 등을 자꾸 떼민다.
"뭐 어때", "괜찮아.  해 보는 거야", "잘 할 수 있어", 
속에서 뭐가 슬슬 끓어오르려 하는 것을 겨우겨우 참고, 이성적이고 지지적으로 열심히 칭찬과 격려를 하며 아이의 등을 떼민다.  겨우 첫 시간이 끝나고, 강사선생님이 뭐라뭐라 하는데 도대체 뭐라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사랑아, 선생님 뭐라는 거야?...", "엄마가 가서 물어봐", "얘는…, 네가 가서 얼른 좀 물어보고 와~", "나 옷 갈아입으러 가야되는데…, 뭐, 어때, 괜찮아, 해봐, 엄마도 영어 자꾸 해야 늘지…
 
아이들은 듣는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대로 따라한다고 한다. 아이는 "괜찮아 해 보는 거야", "잘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늘 듣지만, 동시에 영 자신없고, 머뭇거리고, 소극적인 부모의 모습을 본다.  어느 쪽이 더 따라하기 쉬울까?  눈에 보이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쉽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니까…부모는 아이의 가장 가깝고 중요한 role model이다.

아이는 세상과 교통하는 방법을 지식으로가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면서 배우게된다.  아이는 엄마의 완벽한 영어발음이나 표현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을 배우지 않는다.  아이는 스스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엄마에게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저렇게 물어보면 되는구나, 액센트가 있어도, 표현이 좀 어색해도 얘기가 통하는구나, 저 사람도 알아 들으려고 하니까 얘기가 되는구나…라는 것을 배운다. 

내 아이가 자신있고, 당당한 사람으로 크길 원한다면,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내면 된다.  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잘 안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늘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간다면, 아이는 배운다.

내가 나의 삶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아낸다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 나와는 다른 것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이해하고, 배우려고 애쓴다면, 아이는 부모의 뛰어난 능력에서가 아니라, 잘 안되지만 화내지 않고, 참고, 한 번 더 해 보는 그 부모의 태도에서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자신감있고 당당한 성품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적극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길 원하는가?  내가 오늘 하루를 독립적이고,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살고, 사랑하고, 배운다면, 내 아이는 30년이 채 되기 전에 내가 바라는 멋진 한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 김은주 사회학과 사회사업을 공부했다.  지역사회에서 가족, 노인, 청소년과 함께 일했고, 현재 썩세스 초기아동발달팀에서 일하고 있다.

썩세스 초기아동발달팀에서는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부모교육 혹은 기타 6세 미만의 아동과 관련된 정보 및 상담 문의는 김은주(604-468-6101)에게로 해 주시면 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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