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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위하여(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29 00:00

한국의 방송국에는 크게 4개의 제작부서가 있습니다. 우선 보도국이 있지요. 당연히 뉴스를 만드는 곳이고 기자들이 주축이 됩니다. 나머지 3개부서는 대체로 PD들이 주축이 되는데 드라마제작국, 예능제작국, 그리고 교양제작국이 있습니다. 이 것은 물론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국마다 조금씩 사정은 다릅니다.

어찌되었건, 말 그대로 드라마 제작국에서는 드라마를 만들고 예능 제작국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그리고 교양제작국에서는 대체로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자 여러분이 만약 방송국 PD로 채용되었다면 과연 어느 부서를 지원하시겠습니까? 

그건 아마도 각자의 성격이나 인생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각 부서별로 끼리끼리 모입니다. 많은 경우 같은 방송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피디보다 다른 방송의 같은 부서에 다니는 피디와 더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방송국 피디라고 하면 연예인들과 한 통속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특히나 요즈음에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곳에 종종 피디가 언급되고 또 얼굴까지 비치는 일이 많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과 친구쯤 되는 사람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의 피디를 하려면 연예인과 한 통속이 되어야 합니다. 드라마를 만들려면 배우들을 잘 알아야 하고 또 잘 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교양제작국 피디들은 전혀 사정이 다릅니다. 드라마제작국와 예능 제작국의 피디들이 화려한 밤거리에서 시간을 보낼 때 많은 교양제작국 피디들은 황량한 밤거리를 헤매고 다닙니다. 자연다큐멘터리를 하자면 연예인이나 배우 대신 동물들과 친해져야 하고 사회 다큐멘터리를 하려면 세상의 어두운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녀야 합니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자면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같이 지내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역사 다큐를 만들려면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들이 보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만들어집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만들기는 손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은 아닙니다. 각자 다 어려움이 있지요. 그러나 그 어려움의 종류가 다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좋은 다큐를 볼 기회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큐멘터리는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돈이 많이 듭니다. 제대로 만들려면 엄청나게 듭니다. 억단위가 넘은 지는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인력이 많이 듭니다. 예능이나 드라마의 경우 한 피디가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숫자는 주당 하나, 혹은 두 주에 하나 정도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다큐를 만들자면 한 피디가 적어도 한 달은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일년이상 투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작비에 피디의 인건비까지 계산한다면 계산은 또 달라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본전을 뽑을 수만 있다면 마다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돈 뽑을 길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큐멘터리에는 광고가 많이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많이 붙지 않는가 하면 시청률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에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다큐멘터리가 시청률 1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 몫은 거의 대부분 드라마입니다.

아십니까?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TV드라마를 방송하는 나라라는 것을.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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