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01 00:00

영이씨, 여섯살 된 딸아이가 다쳐서 돌아왔다. 친구집에 가서 신나게 논 것 까지는 좋았는데, 드라이브웨이에서 큰 언니 스케이드보드  한번 타다가 넘어졌단다. 무릎이 많이 까져서 피딱지가 앉았다. 

상처 좀 보자니까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그저 괜챦다고만 한다. 보기에 괜챦질 않은데… 안그래도 피부가 별나, 모기에만 물려도 덧나서 곪곤 하는데 여름철에 아스팔트에 갈아부쳤으니 당분간 물도 못대고 소독하느라 고생깨나 하지 싶었다. 

속이 상해, 좀 살살놀지… 그러게 언니껀 왜 만져… 어떻게 놀면 그렇게 무릎이 하루가 성할 날이 없냐고 지청구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결국은 넌 왜 그리 칠칠맞냐는 소리까지 아차 하는 사이에 입밖으로 나오곤 만다.

저는 저대로 아이, 별것도 아닌데 괜히 엄마는 호들갑스럽게 그런다고… 엄마가 자꾸 그러니까 얘기 안할라고 그랬는데 들켰다고… 나 칠칠이 아니라고… 콩알만한게 성질을 팩 하고 부린다.  무릎이 까져 아프기도 하고 그리고 엄마한테 야단 맞을까 안그래도 눈치보는데 거기다 뭐라뭐라 하니 저도 속이 상했나보다.   밤에 자는 애 들여다보고 나오면서, 영이씨 내가 애 무릎 까진 것은 같이 아파하면서, 애 맘에 상처 준것은 미처 못살폈구나.  하는 맘이 들었다. 

그렇다.우린 누구나 내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길 원한다. 그래서 행여 아이가 다칠새라, 아이가 어릴땐 집안 콘센트란 콘센트엔 다 안전장치로 막고, 서랍장이나 문도 못열게 잠금장치로 잠그고, 가구 모서리엔 알뜰이 투명한 보호대도 붙여놓지 않았던가. 조금 더 크면 집앞에서 자전거만 타고 온갖 안전장비 다 챙겨서 내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금방 티가 나니까…
그런데 내 아이 마음이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뭘 했던가? 어떤 노력을 했던가?

아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마구마구 늘어놓을 때, 난 어어 하면서 저녁 찬거리를 생각하고 있진 않았던가.  아이가 친구와 싸워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자신의 분함과 상한 마음을 호소할 때, 난 오히려 왜 친구하고 싸우냐며 좀 사이좋게 지내지… 하고 나무라지는 않았던가.


자신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아빠를 아이가 모를까? 그런 아빠의 태도에서 아이는 자신을 가치없는 존재라고 스스로 평가하지나 않을까? 아이는 속상해 죽겠는데, 맘에 상처를 입어 쓰려 죽겠는데, 엄마는 그게 다 아이 잘못이라는 듯 아이를 비난한다면, 아이는 이제 다시 엄마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 보일 수 있을까? 아이는 누구에게서 이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크길 원한다면, 신체적인 안전 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심리학자 마슬로우는 인생의 단계단계에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했다.  그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만족스러워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안전이 있다.  자신이 인정받고 보호받고 있다고 여겨져야 사람은 그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발달이론의 근간이다. 이 안전의 욕구엔 신체적, 물리적 안전 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전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환경, 그것이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인 것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안전장비들을 사용한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안전장비가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상대해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는 가장 뛰어난 심리학자이며(누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기가 막히게 안다), 언어학자이며(음의 높낮이와 길고 짧음으로도 충분한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다), 운동가이며(아이들이 기는 속도를 생각해보라. 얼마나 빠른가), 가장 창조적인 예술가이다(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우린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바깥의 여러가지 잣대가 아닌, 내 아이의 내면을 살펴보고,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아이가 스스로 독립된 인격체로 커나갈 수 있기를… 그 때 필요한 것이 아이들이 투명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때, 이것을 우리는 안전하게 자란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S.U.C.C.E.S.S 다문화초기아동발달팀에서는 0세에서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 오전에 핸더슨 몰 썩세스 사무실에서  갖게되는 이 모임은 트라이시티에 거주하는 영유아자녀의 부모님들을 누구나 환영합니다.  양육,부모역할 및 육아와 관련된 각종 지역사회정보를 나누는 이 모임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김은주(604-468-6101)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