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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재결합하는 기러기 아빠들을 위하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7-24 00:00

자녀교육을 위해 기러기 가족을 선택하는 가족들은, 가족이 떨어져있는 시기를 보내는 양태가 크게 두가지로 나타나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든든했던 가족은 웹캠과 인터넷 폰, 이메일 등을 통해 한국에서보다 더 시시콜콜 가족들의 일상에 아빠를 참여시킨다. 그 반대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채 차선책으로 기러기가족을 선택한 경우,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마음도 멀어지고, 주거가 분리된 상태에서 날마다 재현되는 갈등이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편안함을 느껴가게 된다.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남편들의 외로움과 불편은 대체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진다. 반면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아내들의 형편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진다. 남편없이 혼자 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동분서주하는 1년동안, 아내들은 용감해지기도 하고 전에 없던 바깥세상 경험을 하기도 한다. 1년의 적응기가 끝나면 캐나다가 더 편하다고 말하는 아내들이 많다.

여자나 어린이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 북미지역, 그 중에서도 기러기엄마들이 드물지 않은 밴쿠버는 한국에서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생활을 경험했던 아내들이라면 자유로움을 만끽할만한 환경을 구비하고 있다. 시댁일이나 집안 대소사로부터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아침저녁 남편 시중을 들 필요도 없다. 남편의 빈자리가 아쉬운 때는  엄마 만으로는 아이교육에 한계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이다.

아이들은 쉽게 아빠가 없는 가정구조에 익숙해진다. 일년에 아빠 얼굴을 몇번 밖에 못 보는데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한국 초등학생의 인터뷰기사를 뉴욕타임즈에서 읽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때 아빠 품을 떠난 아이가 몇년 후 가족과 합류한 아빠에게 정면으로 대들면서 “아빠 얼굴만 봐도 짜증나” 이럴 때 아빠는 그 동안 가족들을 위해 혼자 돈버느라 애쓴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 한국의 일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합류한 아빠들의 경우 대체로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오랫동안 기러기 가족이었던 가족 안에서 과거처럼 돈을 넉넉하게 공급해주지 못하는 아빠가 설 자리는 별로 없는 것이다.  혼자 아이들 교육을 하느라 애를 쓰는 아내를 도와준답시고 한국식으로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훈계해보아도 4-5년 이 곳에서 학교생활을 한 아이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가족의 수입원이 고갈되어 갈수록 부부는 불안해지고, 서로에 대한 원망이 커지고, 그래서 부부갈등이 커지고 그 갈등은 때로는 911을 부르는 가정폭력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이 곳 시스템에 익숙한 아내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처럼 남편의 고성과 위협적인 행동을 참지 않는다. 경찰이 개입되고,  남편은 가족에 대한 접촉금지 명령을 받게 되고, 남편이 가족을 떠나 몇개월이상을 재판을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얼마나 가슴아프고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가족 안의 갈등은 어떻게든 가족 안에서 해결해보려는 것이 한국 남성들의 사고방식이다. 그건 옳은 생각이 아니다. 기러기가족을 청산하고 캐나다의 가족과 합류한 아빠에게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부모역할, 남편역할, 캐나다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부모 자조그룹’이나 ‘부모자녀의 대화방법’ 같은 프로그램에 간혹 한국에서 갓 온 아빠들이 참석한다. 캐나다 적응과 가족에의 적응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는 부부상담, 가족상담이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가 더 깊어지기 전에, 서로의 욕구와 감정을 이해하고 조정해나가는 일이 상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은 노력이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필자 조은숙 석세스에서 가족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가족학 박사,  BC주 Registered Clinical Counsellor, Univ. of Wisconsin정신과 연구원 역임

개인, 부부 및 가족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은 석세스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서비스에 문의(전화 604-468-6100, 조은숙) 해주십시오. 석세스의 학부모 자조그룹은 1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위해 매달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만납니다.  9월부터 다시 시작될 자조그룹 등록을 원하시면 604-468-6100 (조은숙) 으로 문의해주십시오. 한국어 심리상담 및 가족지원 프로그램은 United Way, 한인신용조합과 한아름마트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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