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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졸업>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7-10 00:00

지난 주에 이야기한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품을 들자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지 라이더>, 그리고 <졸업>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뉴 아메리칸 시네마> 삼종세트인 셈입니다.


<졸업>은 1967년 개봉된 영화입니다. 감독은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 주연은 <더스틴 호프만 Dustin Hoffman>과  <앤 밴크로프트 Anne Bancroft>. 68년 아카데미 영화상에 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진짜 상을 받은 것은 감독상뿐이었습니다.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해보자면, 좋은 대학 졸업하고 집에 돌아온 벤자민(더스틴 호프만)은 귀향 축하파티에서 부모와 서로 잘 알고 지내는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의 유혹에 넘어가 엄마뻘인 그녀와 계속적인 육체관계를 갖게 됩니다. 그러다가 로빈슨 부인의 딸인 일레인(캐서린 로스)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오게 되고 벤자민과 서로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벤자민과 로빈슨 부인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일레인은 학교로 돌아가고 벤자민은 일레인을 쫒아가 용서를 구하고 둘의 사이는 감정적으로 회복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레인의 부모가 일레인을 반강제로 결혼을 시키려고합니다.


일레인이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벤자민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결혼식장을 찾아가 일레인의 손을 붙잡고 결혼식장을 탈출합니다. 그리고는 둘은 버스에 올라타고는 맨 뒷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신부탈출 장면은 후에 많은 영화, 광고 등에서 쓰이는 신부탈출 장면의 원조인 셈입니다.


<더스틴 호프만>은 이 영화가 거의 데뷔작인 셈인데 당시 실제 나이는 맡은 역보다 훨씬 많은 서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동안인지라 캐스팅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서른이 될 때까지 그는 연극무대와 영화 속의 작은 단역들을 거치면서 고생을 하다가 이 영화 한 편으로 단박에 유명해지고 그 후로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여 정말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 빼먹을 수 없는 것이 노래입니다.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사이몬과 가펑클 Simon and Garfunkel)>의 노래들은 말 그대로 주옥입니다. <스카보르 페어 Scarborough Fair> <미세스 로빈슨 Mrs. Robinson> <사운드 오브 사이런스 The Sound of Silence> 같은 노래들은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불려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까,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당시 미국 젊은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벤자민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무기력하고 무책임합니다. 한마디로 소위 비젼이 없습니다. 영화는 내내 앞날에 대한 불확실함과 불안을 말합니다 그리고 독특한 촬영기법과 편집기법으로 그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그러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영화는 마치 희망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대목이 바로 이 영화감상의 함정이자 핵심입니다. 이 영화는 절대로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왜 해피엔딩이 아닌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번 찾아보십시오. 힌트를 드리자면 맨 마지막 장면을 유심히 보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무슨 대단한 것이 숨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를 비디오 가게에서 구하시기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 영화 감상평을 숙제로 내주었더니 엉뚱한 영화를 본 친구들이 많더군요. 아마 <졸업>이라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또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구하기 힘들어도 꼭 구해서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에게 권합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끝끝내 변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제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엄마와 성관계를 가진 남자가 그 딸과도 성관계를 갖게 되는 충격적 상황설정이었습니다. 이 상황설정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더 자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말하고자 하는 그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말에 태어나 한번도 한국땅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남자에게는 영화의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그 근친상간적 상황설정은 충격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될 때 아마도 심의위원께서 저보다 더 충격을 받으셨는지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한글 자막에는 엄마와 딸 사이가 아닌 이모와 조카 사이로 설명을 하는 것으로 하고 상연을 했다고 하는군요. 참 별일이 다 있었던 것이 몇 십 년 전의 한국이었습니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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