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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 드라마 속의 한국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6-27 00:00

<매쉬(mash)>라는 아주 오래 된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몇 십 년 전의 드라마인데 하도 인기가 좋아 여전히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1972년 9월 17일에 첫 방송이 나갔고 1983년 2월 28일에 마지막 방송을 했다고 합니다. 그 마지막 방송은 미국 방송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봤다고 하는군요.


이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것이 한국입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야전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린 코미디지요.  뭐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도 어렸을 적에 AFKN, 지금은 AFN으로 바뀐, 그러니까 주한 미국방송, 덧붙이자면 채널 2번을 통해 가끔씩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 적 저는 가끔씩 미군방송을 보았습니다.  뭐 제가 어렸을 적에 영어를 알아들었을 리가 만무하고(지금도 물론 제대로 못 알아듣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냥 하도 심심해서 보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게 처음 보게 된 영화가 무척 많은데, 그 영화들이 죄다 유명한 영화여서 나중에 다시 볼 때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러나 제가 <매쉬>를 보게 된 것은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뭐 사연이라기 보다는 <매쉬>의 특별함이라고 해야겠군요. 배경이 한국이다 보니 아주 가끔씩 한국사람이 드라마에 등장합니다. 아마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이 한국사람이 나오는 대목을 제가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채널 돌리는 일을 멈추었겠지요.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리모컨이 없어서 채널 돌리는 것도 굉장히 귀찮은 일이었고, 따라서 한번 멈춘 채널을 꽤 오랫동안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드라마 속의 한국 사람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아닌 거였습니다.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우선 한국말을 못했습니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국말을 알파벳으로 옮기고 그대로 외워서 읽었겠지요. 그리고 입은 옷도 한국 옷이라기 보다는 중국 옷과 베트남 옷을 합친 것 같은 국적 불명의 옷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한국 사람이 미국 드라마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신기하여 그런 어설픔 같은 것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몇 년 전 미국 ABC 방송국에서 하는 <로스트(lost)>를 보았습니다. <로스트>, 아시지요? 비행기 추락으로 섬에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로스트>에도 한국 사람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꽤 중요한 배역이지요. 그리고 주역 배우도 물론 한국 사람입니다. 여배우 김윤진이야 뭐 더 말할 필요 없는 한국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영어를 할 줄 아는(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배우지요. 그런데 그 김대현이라는 이름의 남자 배우는 분명 한국 사람은 맞지만 한국말을 거의 못합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처음 나올 때는 말이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수를 거듭할수록 한국말이 늘더군요. 고향이 부산이라던데, 처음에는 몰랐던 사투리까지 선명하게 구별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바뀐 것은 그 것 뿐, 나머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주요 배역을 뺀 나머지 배우는 여전히 영어보다 더 알아듣기 어려운 한국말을 하고 있고,  지금 서울이라고 나오는 거리가 1960년대 영등포 거리에 약간의 일본 색을 더한 것처럼 보입니다.  고기잡이 역을 하는 사람에게 이상한 고깔 모자를 씌워놓지 않나, 결혼식 장면에서는 일본 냄새가 풀풀 나더군요.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아! 또 흥분을 하게 되는군요.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첫째, 여전히 미국사람들은 한국을 잘 모른다. 둘째, 잘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성의가 없다.  하려고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것이 제일 중요한데, 그걸 보는 한국사람들도 아무 문제를 못 느낀다. 문제를 느끼고 항의를 했더라면 계속 이러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혹은 못할 것이다.
이러고 있는 저라도 해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연합니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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