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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기분 나쁘게 했쟎아!”, 과연 그럴까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5-15 00:00

사람들은 열등감, 질투, 자만심, 수치심, 죄책감 같은 숨기고 싶은 감정들을 남에게 들킬까 두려워 속으로 꼭꼭 눌러 감춰둔다. 감춰지고 눌려진 것들은 우리 내면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다. 화산으로 폭발하기 전의 용암같다고나 할까.


이 눌러 감춰진 감정과 욕구들은 그것을 자극하는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강하게 반응하며 수면 위로 거칠게 튀어오른다. ‘나, 괜챦지 않아, 나 힘들어’ 라고 목소리를 낸다. 별일 아닌 사건에 지독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면 바로 자신이 감춰놓은 감정, 욕구, 생각들을 자극하는 상황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무의식적 영역을 자극하여 나를 교양도 없고 치사한 감정적 인간으로 만드는 외부적 요인을 감정 자극요인(Trigger)라고 부른다. 


지인의 집에서 식사대접을 받고 나온 남편이 ‘야, 누구누구 와이프, 음식 솜씨 정말 끝내주던데…” 라고 하는 말에 나도 창피스러울 정도로 약이 오르고 야속한 마음이 들 수 있다. “내가 한 음식은 한 번도 그렇게 칭찬하지 않더니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칭찬을 잘해?” 하면서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도 내 마음이 풀리지를 않는다. 아, 나의 어지러운 마음이여…


이럴 때 재빨리 생각하자. 남편이 한 말에 마음이 온통 상하는 것은 내가 가진 아내로서의 자격지심이나 죄책감, 사랑받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른 주부들에 대한 남편의 태도 보다는 나 스스로가 그 상한 마음의 원인제공자인것을 알아챌 필요가 있다. 이런 자기 인식이 없으면 남편을 공격하고 사과를 받아내도 내 마음은 풀리지 않고 답답하기만 하다.


며칠 전 누군가와 영어로 말을 하다 “It’s, a lot, changed”. 라고 엉터리로 말을 해버린 적이 있다. 옆에 서 있던 아들이 “changed a lot”이지. 라고 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 내 마음 속에서 부글거리는 것들이 올라왔다. 아무도 없었다면 “야,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엄마 말하는데 기분 나쁘게 끼어들고 그래?” 하면서 쏘아줬을것 같았다.

아들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 일로 엄마가 얼마나 기분이 나빠져있을지는 상상하지도 못할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은 내게 있다. 아무리 해도 늘지않는 영어실력에 대한 열등감, 아이의 그런 행동이 버릇없다고 느끼도록 내게 내면화된 유교적 가치관, 거기에다 피곤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나라는 한 유기체가 “changed a lot”이지 하는 아이의 말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아내가 남편에게 이것 저것 시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신이 뭔데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라는 저항의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아내가 드세다고 비난을 한다. 사실은 아내의 지시하는 듯한 딱딱한 말투가 남편에게는 권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일 뿐이다. 혹시 자신의 권위가 위협받을까하는 두려움이 그 반응의 저변에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기분나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과 만나기가 꺼려지는 사람도 있다. 좁은 이민 사회에서 이렇게 살다보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다르게 생각하자. 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그 무엇이 그 사람들의 행동에 기분 나빠하고 있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한다고 느껴지는가? 사실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느낄 뿐이다. 하지만, 자꾸 내가 그런 느낌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자연스럽게 대하다보면 관계는 실제로 더 안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 상황에서 감정의 물결에 나를 휩쓸리게 하지 말자. 이렇게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이지 상대방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리고 그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둔다. 부정적 기분에 휩싸인채 반사적으로 상대에게 말을 내뱉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잠시라도, 내가 그 상황에서 왜 그리 기분이 나빴었던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나를 자주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그것은 항상 나와 자주 마주치는 사람 중에 있다-에게 나의 그런 연약함에 대해 솔직히 말해줄 수 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한결 부드러워 질 것이다.  

필자 조은숙
석세스에서 가족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가족학 박사,  BC주 Registered Clinical Counsellor, Univ. of Wisconsin정신과 연구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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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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