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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학파의 공 사상(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4-24 00:00

인도에서 생긴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학파로는 중관학파(中觀學派)와 유가학파(瑜伽學派)를 들 수 있다. 중관학파는 '반야경(般若波羅蜜多經)'에 나타나는 공(空, ??nyat?)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제2의 부처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대한 불교 사상가로서, 기원후 150년에서 250년 사이에 살았던 인물 나가르주나(龍樹)가 창시한 학파다. 나가르주나의 중관학파는 공(空)을 가장 중요한 가르침으로 하고 공 사상을 체계화했기에 일명 '공관학파'라고도 한다.

이 공 사상은 불교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가르침이다. '반야심경'에서 삼세의 모든 부처와 보살이 구경의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된 것도 모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공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반야지(般若智)’를 통해서라고 주장할 정도다.

우선 지적할 것은 초기 부파불교에서도 부처님이 가르친 무아(無我)의 교리를 통해, 우리가 그토록 위하고 떠받드는 '나'가 사실은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큰 덩어리는 실체가 없지만 그것을 이룬 다섯 가지 구성 성분(五蘊)이나 기본 요소(法)는 실체를 가진 독립적 실재라 주장했다. 나가르주나에 이르러서는, '나'뿐 아니라 나를 이루고 있는 그 구성 성분이나 요소도 모두 다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나도 법도 공함(我法俱空)’의 진리요, 이를 꿰뚫어 보는 것이 바로 '반야지'의 핵심이라고 했다.

나가르주나는 우리가 이런 반야지를 터득하지 못하고 생사고해에서 이처럼 괴로움을 당하며 사는 근본 이유가 '잘못된 견해(邪見)’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견해를 벗어 버리고 일체의 사물이 '공하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편의상 이를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개개의 사물이 공하다는 것. 둘째, 궁극적으로 실재의 참 모습이 공하다는 것이다.

첫째, 공을 사물의 공함(emptiness of everything)에서 생각할 수 있다. 나가르주나는 "연기(緣起) 법칙에 따라 생겨나는 모든 것은 공함을 선언하노라"고 했다. 이 세상에서 연기 법칙을 떠나 홀로 생겨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사물은 궁극적으로 독립적 실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전문적 불교 용어로는, 일체 사물에는 '자성(自性)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적 감각으로 인식하는 일체의 사물은 서로서로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으로,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궁극적인 실재가 아닌데도 우리의 오도되고 제한된 인식능력 때문에 독립적인 실체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있는 책상은 반질반질하고 딱딱하며 고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반질반질하고 딱딱하며 고정된 책상이 우리 앞에 하나의 실체로 존재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어떤가? 책상의 표면은 울퉁불퉁하기 그지없다. 더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보면 또 어떤가? ‘울퉁불퉁’마저 의미가 없다. 결국 양자, 전자, 중성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들은 마치 밤하늘에 별이 떠다니는 것 같아 전혀 딱딱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극히 유동적이고 엉성하다.

화학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책상을 특별한 방법으로 태우면 숯이라는 탄소 덩어리가 되고, 이 탄소 덩어리를 적절히 압축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반질반질하고 딱딱한 책상이라는 것은 책상의 진면목을 모두 말한 것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마찬가지다. 책상 위에 올라가 선반에 있는 물건을 내리면 책상은 사다리가 된다. 지진이 나서 그 밑에 엎드리면 책상은 지진의 피해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이 된다. 이처럼 우리가 지금 '책상'이라고 알고 있는 그 책상은 그 자체가 본질이나 실체(essence, substance)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상의 모습은 책상의 참 모습, 전체적 모습이 아니라 그것의 극히 미미한 일부일 뿐이다. 상식적 관찰로 파악한 '책상'을 만고불변의 실체 자체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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