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성장 과정 - 과보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5-10-03 00:00

종교간 대화를 위한 불교 이야기(5)

정치적 인물이었던 아버지로서는 당연히 어린 왕자가 집을 나가지 않고 세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위대한 성왕이 되기를 바랐다. 싯다르타에게 7세부터 학문에 전념하게 하게 했는데, 어느 자료에 의하면 한문까지 알았다고 했다. 아들이 16세 되었을 때에는 그를 위해 인도의 세 계절에 따라 세 개의 궁을 짓고, 거기다 4천 혹은 4만 무희들을 두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들을 기쁘게 하므로 아들이 세속에서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애썼다. 왕자가 16세 혹은 9세 되었을 때에는 아름다운 공주 야쇼다라(Ya?odhar?)를 배필로 정해주기도 했다. 

왜 '세 계절'인가?  ‘추운 계절, 더운 계절, 그리고 우기'의 세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1987년 2월에 인도 뉴델리를 비롯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사르나트(Sarnath) 등지를 방문한 경험에 의하면, 인도에는 '더운 계절, 더 더운 계절, 못 견디게 더운 계절' -- 이렇게 세 계절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때가 겨울인데도 방에 선풍기와 모기장이 있어야 잠이 올 정도였기 때문이다. 

왕자 싯다르타가 결혼했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예수님의 경우는 어떤가?  요즘엔 그 당시 모든 유대인 남자들에게 결혼해서 "생육하고 번식하라" 하느님의 명을 따르는 것이 하나의 신성한 의무로 여겨졌음을 감안할 때 예수님도 분명 결혼했으리라 보는 학자들이 많다. 막달라 마리아가 그 부인이었고, 심지어 그 사이에서 딸이 있었다는 전설까지 있다. 이런 생각을 가장 널리 퍼뜨린 것이 최근 댄 브라운(Dan Brown)이 쓴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이다. 물론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이를 증명할 길은 없다. 그러나 예수님이 결혼을 하면 안 된다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을까?

여기서 부처님의 출생 이야기 같은 이런 '신화적'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잠깐 살펴보고 지나가기로 하자. 코끼리가 겨드랑이로 들어가는 꿈을 꾸고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거나, 아이가 옆구리로 나왔다거나, 나오자마자 큰 소리로 말을 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이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 이런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거짓으로 취급해야 하는 것일까? 한갓 옛날의 허튼 소리로 여기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인가? 신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런 이야기를 두고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혹은 거짓이냐 아니냐 하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나 생물학적 사실과 상관없이, 고대의 많은 영웅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의 위대함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이른바 '비보통적 출생 신화'의 한 가지 예라 볼 수 있다. 

신화는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정보(Information)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변화(Transformation)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우리는 생물학적 혹은 역사적 정보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야기의 문자적 뜻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의도하는 종교적 의미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처님은 그처럼 위대한 분이다. 그런 위대한 분을 보통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럴 때 이런 신화적인 표현으로 그 분의 위대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이렇게 출생했기에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가 위대했기에 이런 신화적 이야기로 그의 위대함을 그린 것이라 보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부처님의 위대성을 말하기 위한 무대장치와 같은 것이다. 문자적, 물리적, 생물학적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라도 부처님의 그 엄청난 위대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 한 그들의 마음가짐의 표현을 아름답게 보아야 하는 것이다. 신화를 이렇게 이해하면, 예수님을 비롯하여 노자님이나, 심지어 김알지, 박혁거세의 '비보통적' 출생 이야기의 성격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soft103@hotmail.com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