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좋은 대출자 비율 90% 육박...집 값 감당 여력 보여줘
이같은 묘사는 너무 비싸 적절한 가격대의 집을 찾기 어려운 시장 상황은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회계사 협회(CPA Canada)의 최근 보고서는 이에 대해 “적절하다”며 비싼 주택시장 상태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규정해 주목을 끌고 있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캐나다의 재정시스템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은 정당하며 큰 하방압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높은 가격은 캐나다 전역의 비주택 소유주들에게 “뉴 노멀(new
normal)”의 두려움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 노멀’ 흐름에 역풍이 없지는 않다.
테라넷 내셔널 뱅크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택가격이 전달인 9월에 비해 0.4%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1년에 걸쳐 11개 주요 도시의 주택 시장 중 빅토리아, 몬트리올, 오타와
등 8개 도시에서 가격이 올랐으며 내린 곳은 캘거리,
에드먼튼 등 단지 3도시에 불과했다.
지난 9월 RBC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구입 여력지수가 3년전 43.2%에서 53.9%로 악화되는 등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광역 토론토의 이 지수는 75.9%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반 주택 구매자들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수입의 3/4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현재의 가격 인플레가 비정상적이라고 믿는 국내인들은 서브 프라임 부채로 금융위기를 불러온 2000년대초 미국의 부동산 거품 상황을 지적하곤 한다.
그러나 CPA 보고서는 “주택가격과 부채 등 주요 통계만을 살펴본다면 국내 주택시장의 위기로 볼 수 있으나 주택 붐이 주택버블이 되는 현상은 간단하지 않다”며 “현재 캐나다인들의 신용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모기지 주택공사(CMHC)의 자료에 따르면
높은 신용점수를 가진 대출자 비율이 2002년-2008년 사이의 평균
65%에서 2017년 3분기에는
88%로 높아졌다. 반면에 저신용 대출자의 수는 크게 줄었다.
특히 가장 낮은 신용 점수를 가진 대출자의 수는 2002년 4%에서 지난해에는 0%로 줄었다. 개인신용 보고 회사인 에퀴펙스도 우수한 신용 대출자의 비율이 2013년
81.5%에서 84%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 가격 인상이 가격을 실제로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취약성의 조짐도 있다. CMH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캐나다인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7.5에 달했으며,
특히 집값이 비싼 밴쿠버는 242, 토론토는 208 등 200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중앙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신규 모기지 대출자의 22%가 비보험 모기지에 가입했으며 이들의 부채 비율은 소득대비 450%에 달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가졌을 때조차 알버타주 주요 도시들의 주택 가격이 ‘붕괴’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캘거리, 에드먼튼, 사스카툰과 리자이나와 같은 도시의 주택 가격은 단지 완만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으며 여전히 십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올랐다.
또 지난해까지 지속됐던 급격한 가격 인상은 광역 토론토와 밴쿠버에만 제한된 것도 아니다. 오타와도 같은 기간 집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빅토리아의 집값도 지난 2년 여간 40% 이상 올랐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지만
명백한 추락은 피할 만큼 아주 천천히 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밴쿠버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공황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매우 제한된 가격 하방이
있을 뿐"이라며 "그러나 지난 20년간의 주택 붐이 끝나가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인들은 언젠가는 높은 가계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국내인들은 적절한 수준으로의 주택
가격 하락이 ‘평등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로는 ‘이율배반적’으로 우리 도시가 월드 클래스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같은 ‘평등의 정체성’ 상실은 결국 “높은 주택 가격의 ‘뉴 노멀’을 삼킬 수밖에 없는 쓴 약이 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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