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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엔 예쁜 옷이 없다? "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3-15 00:00

"캐나다엔 예쁜 옷이 없다? "


그들만의 감각, 'Roots' 이야기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기 위해 썬탠을 하며여름을 준비하고, 롱부츠에 미니스커트가 겨울나기 필수품목이었던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이 밴쿠버의
패션감각에 가장 먼저 문화적 갈등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정성들인 화장에 제법 심플한 원피스, 게다가 하이힐 까지 갖춰 신고
룰루랄라 랍슨 거리를 나서면, 시도때도 없이 찔끔찔끔 뿌려지는 빗줄기에 당황하는 일은 다반사. 심지어 편안한 청바지 차림에
콜럼비아 점퍼를 입은 청순녀 한무리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민망함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작은 충격은 차츰 이곳 캐나다인들의
소박함과 나름대로의 감각, 즉 ‘무감각으로 위장한 그들만의 감각’ 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본 사람이라면 깜찍한 빨간색 푸어보이 캡을 쓴 캐나다 대표팀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너무
튀지도 너무 겸손하지도 않았던, 참 유쾌했던 유니폼, 그 작품이 바로 그들만의 브랜드, Roots 의 솜씨였다.

Roots 는 1973년 돈 그린과 마이클 버드맨이라는 두 청년에 의해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Quality, Integrity, Longevity’ 라는 모토를 가지고 ‘네가티브 힐’이라는 신발 생산으로 시작해,
75년 건강과 젊음 그리고 땀과 노력을 상징할 수 있는 스웨트 셔츠를 만들기에 이른다. 그후 80년대를 거치며 아동복, 핸드백,
가죽제품 등 각종 액세서리까지 품목을 다양화 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편안함과 실용성을
선호하며 항상 운동을 즐겨하는 그들의 성향에 부합하는 스포티한 캐주얼 룩이 차곡차곡 그들만의 패션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 볼 수 있다.

현재
6개국가에 200개 이상의 상점을 갖게 된 Roots는 이번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대표팀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제작하여 세계적인 브랜드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밀리터리 룩이 연상되는 남색 재킷과 바지, 그리고 하늘색 로고가 새겨진 모자는 미국 대표팀을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자랑스럽게 손을 흔드는 그들의 가슴엔 ‘Roots’ 라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장면은 올해로 마지막 이 될 것으로 보인다. 98년 동계올림픽 이후 각국에서 의뢰가 폭주해 왔으며 현재 유타
지역의 Roots 매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등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나, 올림픽 위원회에서는 상업적인 광고효과를
우려해 마크가 선명히 보이는 유니폼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깜찍한 푸어보이 캡과 포근포근한 목도리,
세계에 선보인 그들만의 감각은 오래도록 자랑스러움으로 남을 것이다.

자, 이제 한국의 ‘유행 따라잡기’ 대열에서 벗어나보자. ‘공주패션’에서 탈출을 시도하자. 이미 한국에도 상륙해 캠퍼스 멋장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지금, 이곳 Roots의 본고장에서 산 감각을 체험하자.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자유로운 나를 발견하자. 갑작스런
변화가 어색하다면 일단은 세미캐주얼인 ‘Roots Passport’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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