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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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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4-03 00:00

밴쿠버 영건 / 밴쿠버 젊은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희생과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

나나이모에서 간호학 공부… 졸업 후 취업비자 받아 간호사 생활

밴쿠버 종합병원 간호사 노진영

최근 의료예산 삭감과 공공 의료시설 축소 움직임으로 의료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밴쿠버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노진영 씨를 만나 간호사로서의 직업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에서도 간호사로 일했던 노 씨는97년 유학생으로 캐나다에 처음 와 영어연수를 마친 후 나나이모의 Malaspina University College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간호사 자격 시험인 CNAT(Canadian Nurse Association Test)를 통과했다. 그 후 간호사 인력난을 겪는 BC주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현재 밴쿠버 종합병원 임종간호분과에서 일하고 있다.

*밴쿠버에 오게 된 과정은?
사실 저는 나나이모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밴쿠버에는 직장 때문에 오게 되었습니다. 비자연장을 위해 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했었는데, 미리 이력서를 보냈던 밴쿠버 종합병원에서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어 옮기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간호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의 저의 꿈이었고, 그런 소원함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서울간호전문대를 나온 후 간호사로 일하다가 나나이모의 Malaspina University College에서 직장경력이 있는 간호사들이 학사학위를 마칠 수 있게 해주는 연결프로그램을 졸업했습니다. 사실 간호사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생각한 일과는 많이 다르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임종 간호직에 근무하는 지금은 적성에도 맞고, 생명이 얼마남지 않은 환자들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직업에 대해 설명한다면?
간호의 정의가 광범위하듯 간호사의 일도 광범위한데, 사전적으로는 아픈 사람을 돌볼 수 있게 훈련된 사람(대체적으로 병원에서), 의료서비스(Health Care)를 제공하는 사람 등으로 짧게 설명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돕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간호의 의미가 아픈 사람이나 그룹, 지역사회 전체를 돌보고, 보살피는 것이기에 간호사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겠지요. 아프면 아프지 않게, 건강한 사람이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전인적인 관점으로 적절한 필요와 중재를 옆에서 돕는 사람, 궁극적으로 그 사람이나 그룹, 지역사회가 힘을 되찾을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처음에 일을 시작한 한 달은 정말 많이 울었고, 처음 일이년은 많이 힘들었어요.반면에 보람이 될 때는 많죠.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어떠한 경우이건 기쁨이 될 때가 더 많으니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사람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애정이 없으면 임상간호를 하는데 만족과 보람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나나이모 병원에서 일할 때,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환자셨던 할아버지가 새벽 2시쯤에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헛 것을 보시는 듯 했어요. 제가 그때 병실을 돌고 있었는데 제가 곁에 가서 무서우시냐고 했더니 그러시다고 저더러 옆에 있어달라고 하셔서, 그분 손을 잡고 한동안 같이 있어 드렸어요. 그 일은 할아버지에게도 도움이 되었지만, 저에게도 임종간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간호사를 준비하려면 필요한 조건은?
간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본인이 병원에서 일하기 원하면, 병원에 직접 가서 일하는 걸 한번 견학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나의 여가시간을 잘 활용 할지도 생각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간호란 직업자체가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소모가 너무 많은 것이라, 일과 생활을 잘 분리해서 스트레스 해소를 잘 하지 않으면, 쉽게 지쳐 버립니다. 운동은 꼭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간호학과가 있는 학교는 BC에도 여러 군데 있는 걸로 압니다. (UBC, University of Victoria. Langara College, Malaspina Univ-College etc..) 학교를 졸업한 후 간호사 자격시험인 CNAT 를 쳐서 합격하면 가능하고, 이곳에서 졸업하지 않으신 분은 언어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IMF 시절을 어떻게 극복 했는지?
저는12명의 간호사들과 함께 캐나다에 1997년 3월 13일에 왔는데, 온지 정말 얼마 안돼 IMF가 터져, 많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IMF전에는 이곳 학비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저렴 했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학비와 생활비가 거의 두 배로 뛰었죠. 그래도 저에겐 같이 온 친구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으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유학시절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여기서 공부하다가 1999년 1월에 아버님이 갑작스럽게 돌아 가셨습니다. 아빠는 사실 저에게 정신적인 지주였고, 세상에서 저를 가장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이었기에, 그 슬픔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의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기가 너무 어려웠고, 경제적인 문제도 어려워져 미래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아빠 돌아가시기 3일전에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고, 크리스찬인 저는 그 시간들을 통해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변함없이 도움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평안하실 아빠를 인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 보람 있는 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고 대부분의 병동이 12시간씩 근무하는 이교대여서 더욱 힘든 거 같습니다. 물론 언어적인 어려움도 하나의 장벽이겠지요. 보람 있는 점은 간호사로서 환자를 통해 느끼는 보람이겠지요.
앞으로의 직업적인 계획과 희망은?
사실 임종간호 분과(Palliative Care Unit)로 오게 된지 얼마 안되서 이곳에서 한 2-3년간 더 근무하고 싶고, 임종간호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지역사회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여가시간은 어떻게?
대부분 집에 있을 때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하고, 시간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산책도 가고…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죠. 시간이 나면 집에서 가까운 잉글리쉬 베이나 펄스크릭 공원에 가서 시원하게 산책을 하곤 합니다.

*간호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간호사는 전문직이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를 알아가며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간호란 것은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한 도구로 쓰여지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밴쿠버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
밴쿠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이민생활과 유학생활을 하는데, 알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와 다른 생활을 하면서 힘들어 보이고, 때로는 찌든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이 어느 누구에게나 가장 힘든 부분이지만,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서 다른 사람 속의 나 또는 내 속에 그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한국 사람들은 이래서 안돼!" 혹은 "한국사람기질 나온다니까..." 이런 얘기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민족으로 힘들 때 서로가 돕고, 먼저 찾을 수 있는 동포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약삭빠르고, 속이기에 능한 민족이 아니라 고구려의 기상을 타고난 진취적이고, 예술적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정이 많은 민족인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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