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서 만난 감독 4人 4色
문승욱 감독
문승욱 감독은 폴란드 국립 영화학교 우츠에서 첫 한국인 유학생으로 영화를 공부했으며 98년 안성기 주연 <이방인>으로 데뷔했다. 이번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 '나비'로 용호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나비'는 어떤 영화인가?
"유럽적인 SF 영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다. 우화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주인공들이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상처를 치유해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화적인 SF 쟝르를 선택한 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덜 받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랑합시다'이다.*디지털 영화로 만든 이유는?
"디지털은 필름보다 이미지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훨씬 창조적이다. '나비'는 카메라가 배우를 많이 쫓아가는 배우 중심의 영화다. 예쁜 장면은 없지만 주인공의 상황이 리얼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든다."*이 영화는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워주는 '망각의 바이러스'를 얘기하고 있다. '망각의 바이러스'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나?
"물론이다. 그렇지만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다."*폴란드에서 영화를 공부했는데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지?
"돈 벌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는 싫어한다.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가 결국은 함께 간다. 작품이 좋으면 관객은 늘어난다. 돈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들면 예술성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힘들더라도 수공업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비'에 신인 배우를 기용했는데 스타 배우를 쓸 생각은 없는지?
"기존 스타의 후광효과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스타를 만들고 싶다."*어떤 스타일의 감독이 되고 싶은가?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잘 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다음 작품은 한국형 부르조와에 대한 얘기를 구상 중이다."
박대영 감독
박대영 감독은 영화 '접속', '조용한 가족'의 조감독을 맡았으며 98년 '연풍 연가'로 데뷔했다. 이번 영화제에 두번 째 작품 '하면 된다'가 초청됐다.
*밴쿠버 국제 영화제를 둘러본 소감은?
"작가적인 의도가 많이 실려있는 인디 영화, 도전적이고 젊은 취향의 영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영화제 초청 작품인 '하면 된다'는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왜 가족을 인물로 설정했나?
"이 영화는 '반칙'을 하니까 돈이 벌린다는, 지금 우리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분열상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상당히 독특한 가족애를 가지고 있다. 사실은 "유산 안 남겨준 부모는 부모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가족 사랑이 하나도 없으면서 한편에서는 "가족이 반대해 결혼을 못했다"는 '숭고한' 얘기가 용납되는 사회다."*'연풍연가'와 '하면 된다'는 색깔이 상당히 다른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 속에 있는 많은 얘기들 중에서 감독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한 국자 퍼내는 것이다. 때로는 부드러운 국자로, 때로는 울퉁불퉁한 국자로 퍼낼 수도 있다. 세상을 항상 똑 같은 모양의 국자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한국 영화가 호황기를 맞고 있는데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화판에 자본이 몰려들고 국내 관객들의 연간 영화관람편수도 평균 2편 가까이로 늘어났다. 또 영화를 만드는 연출력, 기술력도 상향 평준화됐다. 단점이라면 영화계에 들어오는 돈이 대부분 수익성을 노리는 금융 자본이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하면 곧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제작비 회수에만 촉각이 곤두서 영화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보다는 유사 헐리우드 영화를 만드려는 상업주의가 팽배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다음 작품 계획은?
"내년 추석 개봉을 목표로 멜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이 많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선 캐스팅에 실패해 영화를 못 만드는 사례가 많다. 몇몇 흥행 배우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스타를 못 만들어내는 것도 한국 영화계의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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