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성난 美 시위대, 백악관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5-31 14:21

흑인 남성의 죽음에서 시작… 닷새째 시위 폭동과 약탈로 번져

지난 30일(현지 시각) 테네시주(州) 내슈빌 시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목이 눌려 사망한 것에 분노한 시위대가 시청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시위대는 '트럼프 꺼져라' 같은 낙서를 시청 벽에 가득 쓴 뒤 시청에 불을 질렀다.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대 1000여 명과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일진일퇴 공방전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 불을 질렀고, 길을 막고 있던 차량 3대도 불태웠다. 시위대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하자 비밀경호국이 한때 백악관 출입을 전면 봉쇄하기도 했다. 백악관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연방 빌딩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①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센터 시티의 한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가운데 뒤집힌 경찰차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P 연합뉴스

플로이드 사건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난 30일로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미국 전역에서 폭력과 방화, 약탈 사태가 벌어졌다. 미 CNN에 따르면 최소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밤 시위대가 구찌 등 명품 매장과 상점에 불을 지르고 약탈하자 로스앤젤레스(LA)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최대 1000명의 주방위군 배치를 요청했다. 한인 상점들도 피해를 봤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인 점포 5곳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인 점포 2곳에서 약탈·방화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당시 한인들이 집중 타깃이 됐던 것처럼, 흑인들의 분노가 아시아계를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망 사고도 속출했다. 31일 새벽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괴한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9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 보안요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자 이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NYT는 미국 전역에서 이번 시위로 최소 4명이 숨졌다고 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선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흑인 CNN 기자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3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선 백인 경찰이 17세 흑인 소년이 지시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는 이유로 얼굴에 총을 쏴 숨지게 했다. 또 지난해 10월 텍사스 포트워스에서는 자신의 집에서 조카와 게임을 하던 흑인 여성이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플로이드가 목이 졸려 숨지는 과정이 행인들에 의해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면서 분노가 커졌다. 또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와 아는 사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분노를 증폭시켰다. 플로이드와 쇼빈은 한 나이트클럽에서 보안요원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9일 트위터에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고 쓴 것도 시위대를 자극했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것은 1967년 흑인 시위에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로 차별적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일리노이대 역사학자인 바버라 랜스비는 워싱턴포스트(WP)에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인종적 불평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여기에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이 불평등을 더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실제 워싱턴 DC의 한 고급 식당 앞엔 붉은 글씨로 "부자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낙서가 쓰이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플로이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개입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했다.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AP통신은 국방부가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을 투입할 준비를 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된 과격 시위대의 80%가 외지인으로 밝혀지는 등 일부 세력이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흑인인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지난 29일 "이건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이 아니다. 킹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도 우리는 이런 짓을 애틀랜타에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정상혁 기자의 행각]
철거 앞둔 하월곡동 집창촌
‘건강한 약국’ 이미선 약사
미아리도 아니고 텍사스도 아니다. 그러나 ‘미아리 텍사스’로 불린다. 정체불명의 지명처럼, 이곳의 정체는 여전히 불명(不明)의 영역에 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1번지. 사람의...
동성애자 정자 기증 제한 30년 만에 철폐
보건부 “과학적 증거와 자문 검토한 결과”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의 정자 기증이 캐나다에서 전면 허용된다.   18일 CTV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보건부는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의 정자 기증을 제한하는 규정을 오는...
국제유가 상승에··· 환율 이번주 초 연고점 기록
무역·수입 업계 숨통··· 유학생·기러기 가족 ‘울상’
캐나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이번주 초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에도 나흘 연속 1000원선을 유지 중이다. 캐나다 달러화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한인 사회의 희비가...
‘역대급’ 인구 급증에 전역에서 주택 부족 시달려
인구 증가는 인력난에 큰 도움··· 신중한 균형 필요
캐나다 인구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력난은 제법 해소됐지만, 주거난은 심각해졌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CIBC의 앤드류 그랜트햄(Grantham) 수석 경제학자는 18일 발표한...
자산 컨설팅 세미나, 27일 씨티 오브 로히드
전문가 3인방이 알려주는 ‘은퇴 설계 솔루션’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은퇴 후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00세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인 ‘자산 컨설팅’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리얼터 캐서린 송, RBC...
5월 3~4일 밴쿠버, 6일 나나이모에서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은 카라반 월드 리듬(Caravan World Rhythms), 나나이모 포트 극장(Nanaimo Port Theatre)과 함께 세움(SE:UM) 공연을 개최한다.세움은 각기 다른 악기와 장르로 음악 세계를 일궈온...
밴쿠버서 9년 만에 열리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내슈빌과 7판 4선승 맞대결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밴쿠버 캐넉스가 9년 만에 처음으로 홈에서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다.   캐넉스는 오는 21일(일)을 시작으로 2024 스탠리컵 플레이오프 1라운드(7판...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직업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이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업무수행 방식인데, 두뇌를 더 많이 사용해 정신적 자극을 가하는 일을 한다면...
주 거주지·세컨더리스위트 外 주택 단기 임대 금지
위반시 최대 벌금 5000달러··· 장기 임대 시장 전환 기대
주택난의 주범으로 BC 정부가 지목했던 에어비앤비 등 주택 단기 임대에 대한 규제가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에어비앤비와 VRBO 등...
빈부층 가처분소득 격차 고금리에 ‘껑충’
저소득 젊은 임대인 가구, 부채 부담 커
캐나다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소득 격차가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의...
세계 순위는 17위··· 가장 깨끗한 공항 부문도 북미 1위
인천 국제공항은 세계 3위이자 ‘가장 가족 친화적인 공항’
밴쿠버 국제공항(YVR)이 전 세계 이용객들이 평가한 '최고 공항 순위'에서 북미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됐다.   항공 컨설팅 기업인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17일 발표한 ‘2024년 세계...
김 의장, “양국은 보편가치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퍼거스 의장, “친환경 분야서 韓기업과 공조 기회 많아”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17일 오타와 하원을 방문해, 그레그 퍼거스 하원의장(오른쪽)과 회담했다 (국회의장실 제공) 그레그 퍼거스 하원의장과 레이몽드 가네 상원의장의 공동...
▲Getty Images Bank건강에 백해무익하다고 여겨지는 술을 부부가 함께 마실 경우, 부부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부부가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최근...
▲항공사 창고에 보관 중이던 220억원 규모의 금괴와 현금이 담긴 컨테이너. /필 지역 경찰2023년 4월 17일.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현지 최대 규모의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통신법 개정안 발의··· 추가 요금 부과 금지
가정용 인터넷, 전화 및 휴대전화 요금제 갱신 또는 변경 시 부과되던 추가 요금(Extra fees)이 조만간 사라질 예정이다. 연방정부는 최근 2024 예산안 발표를 통해 통신사가 요금제를...
레벨 3~5 차량, BMW·벤츠 등 제조사 해당
적발 시 최대 2000달러 벌금·6개월 징역
앞으로 BC주에서 레벨3 수준의 운전 보조 하드웨어가 장착된 자율주행 차량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BC주정부는 지난 4월 초 레벨3, 레벨4, 레벨5의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모든...
은행, 통신, 교통 등 산업 50만 근로자 대상
연방정부가 2024 예산안에서 발표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회사는 더이상 근무시간 이후 직원에게 업무 연락을 하지 못하게...
5년간 연봉 21% 인상됐지만··· 인력 부족 여전 ‘울상’
공사대금 체불에 기업들 파산 위기··· 체불 방지 법안 절실
BC주 건설업계가 고질적인 인력난과 공사대금 체불에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는 여러 악재로 불안에 떨고 있는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
머스크, 직원에 구조조정 이메일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아이콘 테슬라가 직원 약 1만4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
[왕개미연구소] 7080들이 알려주는 은퇴 생활 꿀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까. 이럴 땐 나보다 한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를 참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지난달...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