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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배신의 아이콘? ··· 더 옳고 더 나은 공동체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5-30 11:51

정치판 떠나 다시 보수 선언한 표창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54) 의원을 인터뷰한 건 지난 15일이었다. 당시 질문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개인적 상황이라 정치를 그만두는 게 도리"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아무튼, 주말'은 주말 섹션. 다음 주 토요일 자로 게재가 예정된 상황이었는데, 그사이 표 의원은 다른 일간지·방송과도 인터뷰를 몇 건 했다. 그중 경향신문이 "정치 계속할 생각, '조국 사태' 후 달라졌다. 의혹에도 감싸는 상황이 고통"이라는 제목으로 활자화했고, 이후 표 의원의 페이스북 댓글 창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조 전 장관의 극렬 지지자들이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추가 질문을 위해 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간곡하게 언급을 사양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이전에는 일부 보수층에서도 '배신의 아이콘'으로 비난받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경찰대 교수 시절, 표창원은 흉악범에 대한 형량 강화와 신상 공개 등을 주장해 보수층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2012년 18대 대선을 기점으로 보수 진영과 사이가 멀어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보수 정당을 비판했고, 이후 민주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됐다. 보수 세력 공격 선봉에 섰고,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표 의원을 만났을 때, 그는 다시 "나는 보수"라고 말했다. 그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카이사르를 암살한 배신의 아이콘 브루투스일까, 아니면 로마를 더 사랑했던 공화주의자 브루투스였던 것일까.

박 대통령 비판하자 어머니 앓아누워

2016년 4월 21일 자 조선일보에는 그가 당선인 신분으로 한 인터뷰 기사가 있다. 그는 "나는 누구보다 보수주의자다. 소위 운동권이나 486 그룹과도 치열한 논쟁과 협력을 하면서 당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보수적 안정감을 가져와 수권 정당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보수, 맞나.

"내 할아버지는 평안남도 순천에 대규모 농장을 갖고 있었다. 공산 치하 북한에서 지주 계급으로 감시를 당했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는 해병대 부사관 출신이다. 포항 해병대 사령부에서 근무하다가 포항 출신인 어머니를 만나셨다. 외가는 완전 골수 경상도 사람들이다. 친가와 외가 모두 보수적인 피와 환경에 푹 절어서 살아왔다. 또 경찰관으로 생활했다. 내가 어떻게 진보라는 곳에 가까이 갈 수 있나. 어머니는 내가 국정원 댓글 사건 때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자 사흘간 앓아누웠다."

―그런데 왜 진보 정당에?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표창원 의원. 그는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건 DNA를 데이터베이스화했기 때문이고 그것은 보수 진영의 공 (功)”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표창원 의원. 그는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건 DNA를 데이터베이스화했기 때문이고 그것은 보수 진영의 공 (功)”이라고 말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찰을 그만둔 뒤 경찰의 위상 강화, 수사권 독립을 위해 활동했다. 그때까지 경찰은 권력에 잘 보여서 수사권 독립 건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게는 되지도 않을뿐더러,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겨우 과거의 독재 권력 부역자 이미지를 벗으려고 하는데,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다. 강한 여당과 유력한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주저했다. 이후 집권 보수 정당과 각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여러 번 연락해서 만나게 됐다. '도와달라. 국정원 사건도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한다'고 하더라. 시작은 그래서였다."

―'표창원'이라는 이름 석 자에 거부감을 가진 보수층이 적지 않다.

"정치인이 되기 전 TV 토론 나가면 보수 정당 소속 패널과 같은 자리에 앉았었다. 반대편에는 진보 진영의 박주민·송호창 변호사 같은 분들이 있었다. CCTV나 카파라치 도입, 범죄 형량을 올리는 데에 나는 보수 진영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때 '그랬던 놈이 왜 여기 와 있어'라는 생각에 미워했던 사람이 많은 거 같다. 박근혜 대통령 누드화 사건도 계속 사죄와 반성을 하고 있다. 사실 내가 의도한 것도 기획한 것도 아니다. 누드화 자체는 전시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필요하면 또 (사과를) 할 거다."

"관종 맞지만, 싸움을 좋아하지 않아"

―국민에게는 싸움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다.

"나는 싸움에는 자신이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내면에도 꽃을 좋아하고, 조용하고, 휴식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토론 등에서 약간 말실수를 하면, '짤(인터넷에서 도는 자투리 이미지를 뜻하는 속어)'로 돌아다녔다. 그것들이 영상화되면서 이미지가 굳어졌다. 21대 국회는 협치와 협력이 필요하다. 내가 싸움 이미지가 강해 이번 국회에 나서지 않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무례한 질문이지만, 표창원은 '관종(관심 종자)'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웃으며) 관종 맞는다. 사실 처음 관종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나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정치적으로 찬반이 나뉠 때 많은 주장을 하니까 그 말이 나왔는데,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관심을 구걸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사실 남들보다 가만히 있어도 될 때 나서는 것도 많고, 관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

―보수 인사 가운데 괜찮은 사람이 없나.

"오신환·함진규·송희경·유민봉 의원 같은 분들은 전문성을 가진 훌륭한 의원들이었다. 특히 김세연 의원은 품격을 갖추고 있고, 자유시장경제, 법치 등 보수의 기본을 지킬 줄 아는 보수 정치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내가 김세연 의원한테 그랬다. '당신이 보수의 리더가 되면 민주당 쪽에서 대단히 무서워할 사람이다'라고."

―보수가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수 진영은 그동안 아스팔트 보수, 극우 성향 지지자들과 보조를 맞췄다. 민주당과 정부가 흔들리고 북한이 조금 문제가 생기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환상 속에서 자기반성을 하지 않았다. 내가 산증인 아닌가. 민주당에 전혀 관심과 상관이 없던 내가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보수가 나를 비롯해 나와 유사한 사람을 밀어낸 거다. 보수의 자기 파괴가 있어야 한다."

"형사와 방송 할 때가 가장 좋아"

표창원은 1985년 경찰대에 입학한 뒤, 1998년까지 경찰에 몸을 담았다. 최종 계급은 경위다. 재직 시절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1989년)과 대입 시험지 유출 사건(1992)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둘 다 범인을 잡지 못했고, 1998년 경찰을 떠났다.

―왜 경찰을 그만뒀나.

"나는 형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대형 사건 두 건이 미제가 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그 뒤 영국에서 5년간 범죄 수사를 공부하고 귀국했다. 그런데 형사가 아니라 본청으로 발령이 났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경찰이 수사권 독립에 사활을 걸던 시절이다. 영국 경찰과 검사의 관계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 지시가 내려왔다. 온종일 지시가 몇 건 떨어졌다. 새벽에 출근해서 집에 가서 2~3시간 잤다. 디스크가 오고, 불면증이 오고, 이러다 사람 죽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상황에서 경찰을 떠났다."

―정치판에 안 돌아가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내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이번 국회서 결국 해결됐다. 재선하면 정치 속의 한 사람이 돼 매몰돼 버릴 거 같았다. 내가 여기서 더는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 되기 전 운영했던 범죄 연구소 사업을 체계적으로 할 거다. 또 방송을 통해 범인을 공개 수배하고, 잡는 프로그램도 하고 싶다."

배신자 브루투스와 공화주의자 브루투스,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꿈꾸는 TV 진행자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표창원은 28일의 추가 질문에 이렇게만 대답했다. "나는 특정한 존재나 사람에 대한 감정은 개입시키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고 토론과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곽창렬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9/20200529022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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