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라인 반대 시위 장기화 조짐···정치권은 ‘네 탓’ 공방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파이프라인 공사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는 이번 달 초부터 2주에 걸쳐 파이프라인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온타리오 주 벨빌(Bellville)에 위치한 비아 레일(Via Rail)과 CN 레일의 철도를 점거하고 있다. 이 시위로 인해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를 비롯 캐나다 여러 도시의 노선이 취소되며, 화물 운송과 철도 이용객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비아 레일은 오는 20일부터 벨빌에서 오타와, 퀘벡 시티로 향하는 일부 노선을 재개한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머지 노선과 CN 레일 노선의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위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18일 국회에서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앤드류 쉬어 보수당 대표가 날카롭게 대립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주요 철도 노선을 막고 있는 시위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위는 심각한 문제로 번지고 있고, 국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고, 국민의 협조와 끈기가 필요하다”며 무력을 행사하기보다는 평화롭게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뤼도 총리의 연설 중에는 야당 의원 측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와 앤서니 로타(Rota) 하원의장이 연설을 잠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앤드류 쉬어 보수당 대표는 불법 시위로 인해 국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처는 ‘국가 비상사태 사상 가장 취약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캐나다 경제를 볼모로 삼고 있는 시위대를 더욱 대담하게 하고 있다. 트뤼도의 리더십은 실패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쉬어 대표는 지난주 시위가 점차 확산되자 정부가 RCMP를 비롯한 공권력을 사용해서라도 시위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이브-프랑수아 블랑쳇 퀘벡당 대표도 “정부의 해결책은 분명하게 보이지 않고, 실수만 뚜렷해지고 있다”며 비판에 동참했다.

반면 재그미트 싱 NDP 대표는 “시위대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그들은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했으며, 엘리자베스 메이 녹색당 대표도 “이번 시위는 파이프라인 문제가 아니라 공평성의 문제이며, 이 시위가 캐나다 사회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하원 연설 이후 쉬어 대표를 제외한 야당 대표들과 회의를 가졌다. 쉬어 대표를 회의에 초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오늘 연설을 통해 그는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위는 BC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가 밴쿠버 항구를 점거해 40척이 넘는 배가 화물을 내리거나 싣지 못하고 있으며, 18일 오전에는 빅토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존 호건 수상의 집 앞을 가로 막은 3명의 시위대가 경찰에게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시위로 인해 기름값 역시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캘거리 대학의 경제학자 켄트 펠로우스(Fellows)는 “앨버타에서 BC로 오는 기름의 대부분은 철도를 통해 운송된다”며 “철도 점거가 계속되면 기름 값은 오를 수밖에 없고, 최대 리터당 30센트 상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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