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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과 나의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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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0-00 00:00

밴쿠버에서의 한인 청소년



이민과 나의 10대

“탓과 질책, 추궁이 아닌 다정한 물음으로 항상 대하고 있는지”






■ 한인YMCA 주최 청소년 문화 진단 좌담회 지상중계

우리 자녀, 건전한 육성을 위한 방안 모색



공 정 애 (1.5세대 주부)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부모들이 이곳 문화와 언어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자녀들과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즉 말하자면 성(性)적, 마약, 폭력 이런 유해한 환경보다도 가족의 대화 단절이나 무관심, 사소한 부분의 간섭으로부터 문제가 비롯되는 것 같다.



최근의 이민 세대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선 나 자신이 1.5세대의 10대로 이곳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생각하며 얘기하고 싶다.

25년 전, 만 15세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왔다. 이곳에 온 지 일주일만에 ESL School을 다녀야 했고 이 시작부터 언어와 피부 색깔, 모양이 다른데서 오는 이질감과 소외감을 겪어야 했다. 처음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급우들과도 말 한마디 붙여볼 엄두를 못냈다. 심지어 선생님의 말이 나에게 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옆 친구들이 나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을 때에야 겨우 알아차리고 얼마나 당황하고 창피했는지 집에 돌아와 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같은 학교에 있는 한국인 학생들은 나에게조차 영어만 사용하기를 강요했으며, 백인 학생들은 아예 벙어리로 취급하고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한동안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가 없었던 학교 생활은 너무도 외롭고 힘들었으며, 괴로웠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나마 내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집안에서도 나를 상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막내인 나 혼자만이 유일한 학생이었고, 아버지가 안 계신 우리 집의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은 생계를 위해 생활 전선에서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생각이지만 오히려 그땐 다른 형제들에 비해 공부만 할 수 있었던 내가 더 부러운 처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집안 식구들에게는 더욱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호소할 수 없었고, 위로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결국 한순간에 혼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리게 까지 했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도 했지만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학사과정과 수업방식 그리고 숙제, 도서관 이용, 서클과 봉사활동 등을 혼자서 체득하며 이해하기엔 그땐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진로와 목표 설정을 해야할 때 오로지 혼자서만 생각하고 고민해야 했고 또 모든 것을 결정했어야 했다. 이로 인한 마음의 고통과 아픔들을 지금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런 고민과 갈등 속에서 몸과 생각들이 조금씩 자라며 원래의 내성적인 성격에 변화가 오길 시작했다. 이것은 나 자신이 가만히 있어서는 그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때문으로 스스로 적응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기로 하면서 점차 외향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나갔다. 이후, 일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빨리 일을 해서 사회에 진출하려고 part time job을 갖기 시작하다보니 공부보다는 일과 친구를 사귀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다행스럽게도 나쁜 유혹에 빠진 적은 없었으며, 나름으로 힘은 들었지만 무난히 10대를 보낼 수 있었다. 또 신앙을 가지고 생활했기에 순간 순간의 번민과 갈등이 생겼을 때 스스로를 다스리고 견디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얻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고 있지만, 그때 비슷한 시기에 이민 온 어떤 친구들이 한 때는 술, 마약, 심지어는 유흥가에 빠진 경우도 보았다.



지금은 나 역시 중년에 접어들어 10대의 아이를 둔 주부가 되었고 지난날 내 또래 청소년들을 만나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처지에 있다. 이렇게 이민이나 유학 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들을 서로 나눌 수 있고 항상 마음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이런 과정을 겪어왔기에 가능한 것이라 여긴다.

이제 이 만큼이나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기도하면서 10대를 둔 주변의 부모들에게 물음으로 권해본다. 당신의 자녀를 앞에 하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 내일 무엇을 하고 싶니?"를 탓과 질책, 추궁이 아닌 다정한 물음으로 항상 대하고 있는지를. 또 이런 물음에 답 못하고 망설이는 아이를 말없이 감싸주며 어루만져 준 때가 얼마나 있었는지… ?


모두가 잘 아는 일이지만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올바른 시민으로서 작은 힘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우리들 부모의 역할임을 알기에 이 자리를 빌어 거듭 말하고 싶다.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전공, 진로를 선택할 때 이들의 능력이나 개성을 먼저 생각하여 자신이 선택하도록 배려하고, 또 무엇보다도 이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아픔을 느낄 때 옆에서 들어주며 공감을 함께 하는 부모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이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려는 노력이 앞서 해야 한다고 본다. 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언어 공부도 부모가 솔선해야 하고 자원봉사의 기회도 찾아서 하는 등 부모 자신이 노력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때 그것이 가장 좋은 본보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모 자신의 이 사회 직접 참여가 자녀들이 언어 장애, 생활 적응 등, 기타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고 또 이로써 자녀와 함께 이런 제반 문제를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 가치관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 사회의 좋은 점은 좋은대로 받아들이면서 서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말하고 싶다.



이렇게 10대에 이민 와서 이 시기를 살아오는 동안 위로해 줄 사람, 함께 대화할 사람도 없어 정신적으로 많은 방황을 했던 나 자신도 가정을 이루고 세 아들의 엄마가 되고 보니 사춘기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화된 것들 또한 많아졌다. 그것은 나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 불만과 불평 투성이었던 것들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시간이 나를 변화시켰고, 경험들이 나를 새롭게 만들었으며, 주위의 환경과 사람들이 나에게 깊은 생각들을 하게끔 만든 것이라 본다. 이제는 모두가 성급한 결론보다는 인내와 사랑으로 기다리는 부모와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어는 문화의 한 부분이며 문화를 이해하는 도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며 맺는다. <계속>



예고: 학부모를 위한 공개 강좌

-자녀들의 학교 생활 이해와 학교 주변 폭력 예방-

4월 6일(목) 저녁 7시 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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