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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는 향기로운 한편의 시" 이해인 수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7-15 00:00

이사람-이해인 수녀


"수도는 향기로운 한편의 시"

산문집 펴내고 강연 위해 밴쿠버 방문한 이해인 수녀


여름비가 남기고 간 향긋한 풀내음의 위로에도, 버나비 마운틴의 포근한 격려에도, 맑고 고운 분을 찾아 나선 신참 기자의 설레는 맘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멀리, 구름색 옷을 입은 분이 나무 사이를 걷고 있다. 어느새 다가와 소박한 미소를 지으며 작고 예쁜 손을 내민다. 영롱한 시어로 세상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따뜻한 기도로 세상의 아픈 가슴 어루만지는 그 분. '넌 왜 / 나만 보면 / 꼭 한마디 하고 싶어하니?…''어느 꽃에게' 였던가. 난 꼭 한마디, 듣고 싶어 하는 듯 하다. '아름다운 삶'을 써나가는 비밀 해법? 아님, 하느님과 친해질 수 있는 특별 기도법? … .
"어머, 저 새는?" 종종걸음으로 풀밭을 나오며 던지는 느닷없는 질문이 기자의 상념을 톡톡 깨웠다. "까마귀인데요, 좀 크죠?" 아는 새를 물어봐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무심코 돌아서는데 물방울처럼 '또르르' 떨어지는 수녀의 한마디. "호~ 정말 까맣다. 꼭 수녀복을 입은 것 같네요."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라는 산문집을 펴내고, 성 김대건 천주교회에서의 강연을 위해 밴쿠버를 방문한 이해인 수녀를 버나비 마운틴 티하우스에서 만났다.

*밴쿠버에서의 첫 강연이신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각해 왔던 나름대로의 인생관에 대하여 이곳 교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시어는 종교를 초월하는 대화의 방법이 되지요. 친밀하고 따뜻한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함께 마음 열고 대화하며 노래도 부르는 즐거운 강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면.
수도생활도 한편의 '시'랍니다. 우리의 '마음'과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할 귀한 마음들이 있지요. 그것은, 맛있는 하루를 위한, 항상 깨어 있으려는 노력, 내게 주어진 일을 미루지 않는 충실함과, 당연하게 느껴지는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순간순간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입니다. 또,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음이 선한 사람일지라도 생각없이 내뱉는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집을 사거나 가구를 고르는 일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우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는 생각할 시간을 그리 많이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깨끗한 말, 부드러운 말을 쓰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안좋은 언어습관이 있다면 그 한가지를 고치는 것도 좋은시작일 수 있겠네요.

*아름다운 시어들을 항상 마음에 품고 계시니 순수함을 잃지 않으시나봐요.
흔히들 제게 '소녀'같은 '감성시인'이라고 하는데 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세상엔 아름다움보다 더 많은 슬픔과 상처들이 있습니다. 얼마전, 중국 민항기 추락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아픔을 함께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우리의 조각난 슬픔'이라는 시를 썼지요. 그 작은 위로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길 바랬듯, 우리의 지치고 힘든 삶속에서 마음을 함께하고 위안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소망하는 시의 바른 몫이랍니다.

*오랜 수도생활을 해오는 동안 힘들거나 안타까운 순간은 없으셨나요.
많은 분들에게 시가 읽혀지고 사랑받게 되면서, 제겐 수도자로서의 바쁜 일상 외에도 날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고 손을 꼬옥 잡아주어야 하는 행복한 업무가 생겼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툴지만 예쁜 답장을 만들어 이메일을 띄우기도 하고 호출기 음성 사서함에 끊임없이 울먹이며 남긴 어느 십대소녀의 이야기에도 열심히 귀 기울이고, 세상이 힘들다며 극단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는 중년 남성에겐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더 많은 이의 소중한 바램들에 일일이 답해줄 수 없는 것이 항상 안타깝습니다.

*연륜이 쌓이고,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쉰이 넘고 보니, 수도자로서의 긴장과 강박관념보다는 세상을 여유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런 나의 가족, 나의 친구처럼 느껴진답니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바다와 같이 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여유가 자칫 나태함으로 흐르지나 않을까, 항상 나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러나 때론 자신을 쓰다듬고 아껴주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 이해인 수녀의 '나를 위로하는 날' 전문

<윤상희 기자 monica@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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