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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순절의 약속 2024.04.02 (화)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 언약의 증거이니라만물이 소생 하는 봄의 문턱에서텅 빈 가지마다 약속이나 한 듯꽃망울이 송알 송알 맺히게 하는 일그 또한 언약의 증거일 터몸과 마음이 움츠려 들 무렵사순절을 맞이하여 고난을...
[기고] 추수감사절 2023.11.20 (월)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바람에 출렁이는 이삭이하늘 문에 닿아 노크를 하네이제는 두 손 모아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공중에 나는 새도 가만히 내려와바닥에 떨어진 이삭을 쪼네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재단에잔치를 베푸시는 농부의 손은거룩하기만 하고허수아비도 참새도 즐겁게...
[기고] 시가 있는 거리 2023.09.06 (수)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장산 거리에는벚꽃, 목련이 형이네 아우네앞 다투어 피어 코끝을 간지럽히고활짝 핀 라일락이 눈 깜짝할 사이사라지면 초록 잎은 기다린 듯마음껏 기지개를 켠다가을 문턱에 들어서나 했더니뜻하지 않은 비바람 손님이 들이 닥쳐놀라서 그만 떨어진 잎사귀...
[기고] 날자, 날아오르자 2023.06.23 (금)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온몸을 일으켜 날갯짓을 해보지만날 수 없는 선풍기미풍으로 파닥거리다가강풍으로 날아보지만달달거리며 헛 바람만 일으킬 뿐이다다람쥐 쳇 바퀴 돌듯제자리걸음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난 날을 생각하며피아노를 두드려 보는데어깨는 저리고 눈이...
[기고] 만추 2022.11.16 (수)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이노오란 융단을 펼치더니바람 불자 어깨춤을 추네융단을 조심스레 밞으며지그재그로 걸어가는데 단풍잎 한 장내 발목에 걸려 걸음을 멈추네속절없이 나뭇잎 하르르 쏟아지고난 하릴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네제 멋대로 날리는 낙엽을한 잎...
[기고] 6월의 연가 2022.06.01 (수)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길 섶에눈부시게 피어 올린양귀비 한 송이가슴에 맺힌 한삭일 길 없어바람결에눈물 바람 하고 있는데어디선가 날아온나비 한 마리갑자기 붉은 입술에황홀한 입맞춤을 하니가녀린 허리를한껏 뒤로 제치고뒷걸음질 친다바람 탓일까기분 탓일까
[기고] 가을의 속삭임 2021.11.24 (수)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인적이 드문 낯선 곳에 홀로 피어난 들풀빗방울이 촉촉이 온몸을 적셔주자근질근질한 꽃잎은 춤사위로 털어낸다 저만치 외떨어져 앉은 꽃송이가 가여운지별 님이 총총 반짝거리며밤새 말벗이 되어 곁을 지켜주고  불현듯 날아온 새들이 날이...
[기고] 3월의 여인 2021.03.08 (월)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사람들이 세상문을 닫아걸고움츠리고 있는 동안목련은 병아리 껍질 깨듯 꽃망울 톡톡 터트린다 그때 건너편 강아지이웃집 고양이도덩달아 폴짝폴짝 촐랑거리고 등불을 밣히던 목련은저 혼자 피어서 미안한지어느새...
[기고] 가을의 오선지 2020.11.09 (월)
가을의 오선지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단풍잎이 팔랑거리다가 지루한 지덧줄을 걸치고 나뭇가지에 쉼표를 그리면새들도 지지배배 음표를 새기며 허공으로 날아간다 금 수저로 태어난 잎은 가을 내내 뽐내더니시들시들 어디론가 사라지고뒤늦게 햇살에...
[기고] 틈새 2020.07.14 (화)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언덕 넘어 날아온 풀 씨모퉁이에 오롯이 자리 잡는다틈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들풀잘났네 못났네 다툴 사이 없이키 순서대로 고개를 내민다 빈틈만 보이면 올라서기 바쁜 세상살이 올려다보느라 고개 아픈 내게무릎 굽히며 내려다보게 하는...
[기고] 뜨개질 2020.02.10 (월)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안 뜨기 겉뜨기 엮으면서 들숨 날숨 오늘도 하루를 저어간다 오징어 문어다리 만들어가는 동안 끊어진 실마리 새롭게 묶으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기고] 여름 끝자락 2019.08.29 (목)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베란다 난간에 힘겹게 기어오르는 나팔꽃 쪼르르 날아온 새 한 마리가 그 주위를 서성인다 한줄기 빗방울에 꽃잎은 생기가 돌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조잘거린다 새가 떠나자 나팔꽃 홀로 흔들거리더니 눈물 몇 방울 매달아 놓는다 가을은 새색시처럼...
[기고] 선물 2019.01.29 (화)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들끓는 세상 속으로 아기천사가하얀 눈가루 선물을 뿌리신다어린 시절 새벽송이 어렴풋이 들려올 때면문 앞에 선물이 걸려 있곤 했다금방울 은방울 흔드는 구세군누군가의 선물을 건네고 싶은 오늘늘 내 곁에 오시는 당신을 생각하면서날리는 눈 한점 손바닥 위...
[기고] 칠월 2018.08.08 (수)
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하늘과 함께 자라나는 숲기린처럼 목이 길어지고퍼즐처럼 초록물감 번져간다.숲이라 해서 한곳만바라보는 것은 아니다날아다니는 새에게 손짓하고건너편 숲 친구에게 한 눈 팔면서어부렁더부렁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바람도 이리 저리 날아다니고휘파람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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