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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타 세 마리 2024.03.08 (금)
박정은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복권이 윷놀이 상품으로 걸렸다. 구정을 맞아 주유소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모여 윷놀이를 하는데, 남편이 복권을 상품으로 건 거였다. 주유소에서 복권을 팔기만 했지, 난 한 번도 복권을...
[기고] 하루 분량의 스킨쉽 2023.11.20 (월)
박정은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케이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한 유명인이 성경 강의를 한다고 해서, 유튜브를 통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강의 시작에 앞서 그 유명인은 자기의 사적인 이야기부터 꺼냈다. 얼마 전 생일날 친구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너에게.”로 시작되는...
[기고] 깍두기 없는 술장사 2023.07.31 (월)
박정은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캐나다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이 방 또는 물을 파는 장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즉, 술을 파는 바(bar)가 있는 호텔을 하든지, 아니면 또 다른 물인 기름을 파는 주유소를 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 술을 파는 바가 있는...
[기고] 마지막 파티 2023.03.28 (화)
박정은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죽기 위해 병원에 들어온 환자. 그 환자에 대해 보고받은 순간, 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병원에 들어온다고 모든 환자가 살아 나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살기 위해 입원했고, 우리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이...
[기고] 독고는 다이다! 2022.11.07 (월)
박정은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얼마 전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야간근무 전담인 남자 간호사가 아무 연락도 없이 근무에 나타나질 않았다. 전화를 해봐도 받질 않고, 메시지마저 풀이라 남길 수가 없었다. 7년이란 세월을 함께 일해온 간호사인데, 그가 이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었다. 무슨...
[기고] 유행 2022.07.18 (월)
박정은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샹들리에처럼 천장에 매달린 미용기구에 머리카락을 가닥가닥 물리고 앉아있는 내 모습은 흡사 인조인간이 에너지를 공급받는 장면 같다. 꼭 그런 느낌인 게 머리카락이 감긴 미용기구마다 전기선이 가지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머리를 통해 에너지를...
[기고] Why me? 2022.01.12 (수)
박정은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 소식 들었어?”“무슨?”“H가 폐암 말기래. 지금 옆 병동에 입원했는데, 보고 오는 길이야.”“무슨 말이야? 2주 전까지도 우리랑 같이 일했는데.”병원에 출근해 막 일을 시작하려던 난 동료가 전하는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H는 폴란드에서...
[기고]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 2020.11.02 (월)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 박정은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죽음만큼 삶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은 없다. 그저 평온하기만 한 삶이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이어진다면, 아마 사람들은 지금이라는 삶에 소홀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문밖을...
박정은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중국 우한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게 1월 말이었다. 간호사라는 직업 때문에 난 그 병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모든 뉴스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기고] 난 병원에서 죽기 싫어! 2020.02.03 (월)
박정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얼마 전 테헤란...
[기고] 2주 남았습니다! 2019.10.28 (월)
박정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얼마 전 지인이 병원일로 물어볼 게 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문의를 자주 받곤 한다. 질문의 요지는 이거였다. “우리 직원 남편이 어제 911 타고 응급실로 실려 갔대. 옆집 사람이 알려줘서 그걸 나중에야 안 거야. 그래서 급히...
[기고] 나의 퀘렌시아 2019.07.22 (월)
박정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요즘은 밤마다 뒷마당 데크 위에 쳐둔 텐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텐트 안에 있는 살림이라곤 베개, 이불, 그리고 새우깡 한 봉이 전부다. 물론 텐트 안에 가득한 새소리, 바람소리, 꽃향기는 보이지 않는 인테리어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면 빗소리라는...
[기고] 뱀허물을 손에 쥔 아이 2018.10.16 (화)
박정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오래전 나는 딸의 친구와 가깝게 지낸 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노미였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해 이삿짐을 막 들여놓고 있는데, 노미가 엄마의 손을 잡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사람 맞을 준비가 안 돼 당황하는 내게 그 모녀는 정원에서 꺽은 꽃...
[기고] 분홍꽃 2018.05.30 (수)
박정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알버타 북쪽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다. 딱 잘라 일 년의 반이 겨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우리 가족이 이곳으로 이사를 온 건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1월이었다. 주위를 사방으로 둘러봐도 보이는 건 하얀 눈뿐이었다. 꽁꽁 언 이 땅에도 과연...
[기고] 배꼽 2018.01.17 (수)
배꼽박정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한국에서 십여 년을 분만실 간호사로 일했었다. 분만 중에는 많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위급한 게 탯줄 문제이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한 몸으로 살지만, 사실 둘은 서로 붙어있는 게...
[기고] 브로드웨이에 서다! 2017.03.25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두 딸이 대학에 진학해 도시로 가고 나니 방이 두 개가 비었다. 햇볕이 잘 드는 방을 골라 서재를 만들려고 짐을 옮기는데 방 벽에 딸이 붙여 둔 문구가 보였다. ‘Dream, until your dream comes true. (너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꿈을 꿔라!)’ 딸은 매일 이 문구를 보며...
[기고] 도토리 키 재기 2016.10.22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처음 밴쿠버에서 살다가 앨버타 북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을 때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이곳의 추위였습니다. 마른 체형에 항상 손발이 차서 마이너스 4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아직 10월 중순밖에 안됐는데...
[기고] 척추 같은 부모 2016.05.21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무엇을 어떻게 해야 부모 노릇을 잘하는 걸까? 이 질문 앞에선 누구나 하나같이 어렵다는 말부터 꺼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일이면서도 가장 힘들어하는 게 바로 이 부모 노릇이 아닌가 싶다. 특히 낯선 문화권에서 아이들을 키워야만 하는...
[기고] 늙지 않는 여자 2015.12.05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잠을 자다 딸의 잠꼬대에 눈을 떴다. 너무 더운지 딸은 몸부림을 치더니 할머니 품으로 기어든 후에야 다시 잠이 든다. 난 모로 누워 잠정신에도 딸을 끌어다 토닥이며 자는 엄마와 그 옆에 누운 두 딸들을 바라본다. 딸과 엄마라는 이름으로 순환되는...
[기고] 싱글맘이 된 딸 2015.06.12 (금)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미혼모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된 여성을 말하고, 싱글맘이란 자기가 원해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을 지칭한다고 한다. 한국도 이젠 갈수록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다보니 이런 세분화된 호칭까지 생긴 것 같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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