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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지만 2018.12.14 (금)
김시극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자목련 핀다고 하지만핀다는 것은언제나 가슴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그 꽃잎 떨어졌을 때 그 님은 눈시울 적시겠지비가 온다고 하지만온다는 것은언제나 기쁜 것만은 아니다다리 밑 낡은 텐트 안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갈바람에 먼 길 떠나는 고엽(枯葉)이라...
[기고] 햇볕 좋은날 2018.07.30 (월)
김시극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돌아가는 세탁기가 멈췄다떠그덕떠그덕, 삐- 삐-멈춘다는 것은무엇을 끝내고 쉰다는 것젖은 빨래야 햇볕에 말린다 해도젖은 그대 가슴 어디에 걸어둘꼬바람의 날개 밑에허공의 외딴 지붕위에젖은 빨래는 제 몸을 쥐어짜며보송보송 가벼워진다가벼워지는...
[기고] 온갖 꽃들은 아름답다 2018.04.04 (수)
김시극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어둠이 밝혀내는 황홀한 세상을그대, 보셨나요.실낱같은 잔뿌리들이발끝을 함께 모아캄캄한 땅속, 어미의 자궁벽을 허물고 나와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희한한 세상을그대, 들으셨나요.이때풀꽃과 나무의 꽃들은흔들리기 시작합니다천천히 그것도 아주...
[기고] 헤매는 바람 2017.11.24 (금)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 시
가끔헤매었다, 너는해 뜰 무렵이나혹은 저녁노을이 까무러칠 때 간혹싸돌아다녔다개똥풀꽃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봄철 들판에 때때로머뭇거렸다미친 듯 장대비 쏟아지고번개가 하늘을 찢어발기는 그런 대낮 한때너는, 어리버리 갈 곳 잊었다 지랄같은...
[기고] 7 월의 바다에서 2017.07.15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7월의 바다는 촐랑대는 가시내들바라보면 다만 우주의 물방울 하나바르게 푸르게 살면 다시 오려나 여기!바퀴는 다 망가지고 해저에 갈아 앉은 수레바람 속을 날던 말(馬)들은 어디 갔나?바로 보면 다만 여기인 걸바람이 다 지나간 뒤 수평선을 태우는 불의...
[기고] 바람의 작태(作態) 2017.03.18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샛바람 강 건너온다눈비 젖던 나뭇가지에수상하게 올라탄다꽃몽울 쌔근쌔근뽀시시 웃음 한창마파람 논밭 질러온다낯익은 산과 들판은짙푸르게 차려입고밤늦도록 무도회장으로갈바람 산 넘어 불어온다낙엽 지는 밤길에볼이 붉은 동자승(童子僧) 서넛밤새워 걷고...
[기고] 모로 가는 바람 2016.11.19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밤늦게 내리는 하얀 빗줄기안쓰러워바람은 비의 허리를 얼싸안고어둠 흥건한 골목 끝, 불 꺼진 창젖은 창문 앞에 다다른다.몇 개 남은 단풍잎애처로워바람은 잎 하나 물고재 넘어 동떨어진 마실, 고가시내 집삽짝 안으로 살랑살랑 들어선다.오늘 밤도지나간...
[기고] 어느 여름 한낮 2016.07.22 (금)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숲속 그늘에 앉았다바람과 주거니 받거니 낮술, 서너 사발(沙鉢) 비우는데길 잃은 소낙비에 그만 들켰다 젖은 옷 벗어잔솔가지에 걸어두고벗을 것 더없는 몸 하여,이름 없는 어느 무덤 옆 잔디위에 누웠다까마귀 서너 마리노송나무 우듬지에 앉아서 까으악 까악...
[기고] 달걀 옹알이 2016.04.09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나의 껍질을 벗겨다오온몸을 뒤집지는 말아다오가슴에 품은 태양 하나 아직도 식지 않았거늘나의 껍질을 찢어다오심장은 터트리지 말아다오뒤집어 아래위를 익혀다오가슴 한구석에 뜬 달 기울지 않았는데나의 껍질을 부셔다오목마르다! 우유 한잔...
[기고] 내리는 눈(雪)에게 2015.12.19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알고 왔느냐 지구에 내리면 녹는다는 것을녹으면 없어진다는 것을아홉 달 어두운 벽을 헐어버린 너바람가슴에 안겨 펄 - 펄 - 흩날리며지구에 내려오는 그 까닭을 작은 햇살에도 숨소리 한번 없이 녹아버리는그래도 너에겐 절망의 눈빛 어디에도...
[기고] 가위바위보 2015.08.22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삼세판두 번 먼저 이기면 게임 끝내 어릴 적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시퍼렇게 날 선 가위를 냈지그는 부서지기 싫어하는 바위를 내밀었다 내 젊은 날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유품(遺品)으로 접어뒀던 보자기 하나 판 한복판에 깔았지그는 벼랑 끝에 선 바위 하나...
[기고] 저녁 단상(斷想) 2015.04.18 (토)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새떼들 어둠속으로 돌아가고하늘은 휑하니 더 넓어지다흩어졌던 무덤들이 모여 앉는다옹기종기별들은 웃음 풀어내기 한참 전에눈물을 닦을 줄도 안다 홀로 서서 있을 때 나는 두리번거린다홀로 앉아 있을 때 그리움이 들린다홀로 누워 있을 때 먼 곳이...
[기고] 속수무책 2015.01.09 (금)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단 한 번의 착지(着地)였다 방바닥이 좌우로 울퉁불퉁 파도치고천정이 아래위로 떴다 앉았다 날아다니는  이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세상에머리 먼저 내밀었으니 내 이번 생애는처음부터 속수무책 이었다 잘못 내렸다 삼만 번의 태양이 뜨고삼만...
[기고] 석간수(石間水) 2014.10.10 (금)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나는 무기징역(無期懲役) 죄수(罪囚)였다고향(故鄕)을 잃어버린 죄(罪)  지하(地下) 감방(監房)에서 간밤에 탈출(脫出)했다몇몇 깜빵 동료(同僚)와 함께 돌 틈이다첫 탈출(脫出)의 탄성(歎聲) 울린 새벽 나는 돌바닥에 등 대고 누워버렸다 뚫어진 하늘에...
낙엽 4반쯤 열린 문 뒤쪽 빈방에늦가을,  서늘한 여인의 노을빛 눈동자벗어버리자무성했던 지난여름 한 철그 한 철 벗어버리고길바닥에 올라서는 젖은 여인아앙상한 마른가지 끝그 위에 마음비운 구름 몇 점그 넘어 하늘이 보이는데벗어버리고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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