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출근 지시, ‘구성적 해고’로 판단
계약보다 장기 관행이 더 중요하게 작용
계약보다 장기 관행이 더 중요하게 작용
최근 BC 항소법원의 한 판결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복귀 정책을 둘러싼 고용 관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주가 사전 통보 없이 근무 형태를 변경할 경우 ‘구성적 해고(constructive dismissal)’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다.
BC 항소법원은 지난 5월 중순, 밴쿠버 기반 부동산 개발업체 ‘Cressey Construction Corporation’의 직원 트레이시 패롤린이 사측의 전면 출근 지시로 사실상 해고 상태에 놓였다고 본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캐나다 대법원 기준에 따르면 구성적 해고란, 고용주가 근로계약의 핵심 조건을 일방적으로 중대한 수준으로 변경하고, 근로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아 사실상 퇴직에 이르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패롤린은 2013년 출산 휴가 복귀 이후 쌍둥이 자녀, 그중 건강 문제를 가진 자녀의 돌봄을 이유로 유연 근무 형태를 유지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부터는 재택근무로 전환됐고, 이후 다른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한 이후에도 여러 관리자들의 승인 아래 재택근무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2023년 5월 임금 인상 관련 면담 과정에서 새로운 상사가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전면 출근을 지시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패롤린은 이후 회사를 떠났다.
회사 측은 근로계약에 전면 재택근무나 유연 근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장기간 유지된 유연 근무가 사실상 근로 조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회사의 변경 조치는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연 근무가 반복적으로 승인되고 장기간 유지될 경우, 단순한 업무 편의가 아니라 ‘고용 조건’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고용주가 복귀 정책을 시행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사전 통보와 명확한 계약 조건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급격한 전환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기간 임시로 허용된 재택근무와, 장기간 제도화된 유연 근무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당 판결이 향후 유사 소송에서 전국적으로 인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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