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주 진료 때는 별도 라이센싱...수수료-수속시간 ‘막대’
‘짭짤한’ 수입-의과대 유지 등 ‘밥그릇 지키기’가 원인
‘짭짤한’ 수입-의과대 유지 등 ‘밥그릇 지키기’가 원인
캐나다는 전국 어디서나 의사 부족에 시달린다. 상당수 캐나다인들은 패밀리 닥터조차 없어서 아침 일찍부터 클리닉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왜 캐나다는 이렇게 의사 부족으로 환자들의 진료를 어렵게 할까?
각 주별 대학 및 의료규제 기관들의 ‘제 밥 그릇 지키기’ 요인이 크다는 의견이 높다. 실제로 캐나다 의사들은 타 주에서 진료를 하려면 다시 의사 면허를 신청하고 많은 수수료와 상당히 긴 수속기간을 거쳐야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노바 스코샤, 사스카추완, 노스웨스트 준주와 온타리오주에서 의사로 일했던 M씨는 2005년 이래 가정의학과 공중보건의로 일해 왔지만, 타 주 이동 후 새 의료 면허증을 얻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과정을 다시 거쳐야 했다.
캐나다에서 의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정식 라이센스 신청을 위해 충족해야 할 표준 요건이 있는데 현재 13개 주와 준주에서 각각 별도의 라이센스 요건과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주에서 의사 라이센스 신청 시에 의과 대학 성적증명서 등 42개의 신청 서류와 수천 달러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또 노바스코샤 의과 대학은 연간 수업료로 1950 달러, 7월1일 이후에는 975 달러의 연체료를 내야 한다. 임시 라이센스 비용은 850 달러, 자격증 검토에 550 달러의 수수료, 서류 수수료로 450 달러, 학위 사본 75 달러, 의사협회 회원 확인증은 40 달러, 대리 의사는 월 250 달러의 수수료가 있다. 다른 주도 비슷한 수수료를 내야 하며 대학과 병원은 서류에 대한 별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M씨는 적절치 않은 일을 저지른 소수의 의사들을 격리하기 위해 라이센싱이 엄격할 필요는 있지만 왜 주별로 서로 다른 라이센스를 요구하는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의사협회, 캐나다 수련의. 캐나다 의대생 연맹을 포함해서 점점 더 많은 의료 단체들이 전국 라이센싱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사 훈련 및 과정은 캐나다의 17개 의과대학과 수련의 프로그램에서 모두 비슷하며 환자들도 눈에 띄게 다르지 않다.
국내 의사 면허 통합을 요구하는 관계자들은 주별 별도의 면허 요구가 특히 농촌과 외지에서 의사들의 휴가 또는 노후 시 의사 충원을 어렵게 만들며 때로 아예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엄격한 라이센싱 규칙은 타주와의 공동수술도 막고 있다. 예를 들어 밴쿠버의 정형의는 환자의 절박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전고관절 대치술(hip replacement)를 하기 위해 세인트 존에 쉽게 갈 수 없다.
의사들은 “이같은 주별 의사 면허 요구의 분절화된 시스템은 의사들에게는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을지 몰라도 환자 치료에는 실질적 장벽이 되고 있다. 취득이 아주 어려운 현재의 재라이센싱 규정은 노동력 이동에 대한 불공평한 제한이며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로 한 의사는 토론토에서 공중 보건 수련의로, 알버타주에서 가정의로서 일하기 위해 온타리오주와 알버타주 두 개의 의사 라이센스를 보유해야 했다.
다른 많은 의사들처럼 클리닉과 병원에서 종종 주말과 휴일에 대리 의사로 일하는 그는 “대리 의사는 의사가 간절히 필요한 농촌과 외곽 지역에 중요한 의사 모집 수단이다”고 말했다.
캐나다 수련의 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련의 중 18.5%는 다른 주에서 대리 의사로 일할 계획이 있으나 52%는 추가 라이센스를 얻는데 귀찮은 상황이나 비용이 없어야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 의사는 과거 BC주 농촌에서 일시적으로 가정의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라이센싱 수속에 여러 달이 걸리고 추가 비용 문제로 포기했다.
그는 “BC주에서는 라이센스 1700 달러의 비용과 범죄기록 조회 및 다른 잡다한 많은 서류를 요구했다”며 “당시에 800명의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규칙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러나 캐나다 의료규제연맹(FMRAC)의 린다 잉크펜 회장은 “그런 규제는 법에 규정된 것처럼 의료행위에 대한 주의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바뀔 수 없다. 전국 라이센싱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의사들은 “단지 각 주별로 별도의 의사 라이센싱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대학은 자신들의 근거지와 자신들의 수입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잉그펜 회장은 “FMRAC는 지난 2017년 발표된 캐나다 자유무역 협정에 의해 촉구된 것처럼 주별 장벽 제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의사 라이센싱 신청 절차는 이제 각 주에서 많이 유사해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FMRAC는 현재 넥서스 카드와 유사한 일종의 신뢰받는 의사 라이센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타 주에서 임시로 일하려는 의사에게 급행 처리를 해주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 방법이 수련의 단체들이 원하는 보조 대리의사 라이센스에는 많이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규제 당국의 명령은 공중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충분히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일 라이센스가 그런 점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연방 근로자, 퇴근 후 ‘연락 안 받을 권리’ 생긴다
2024.04.17 (수)
은행, 통신, 교통 등 산업 50만 근로자 대상
연방정부가 2024 예산안에서 발표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회사는 더이상 근무시간 이후 직원에게 업무 연락을 하지 못하게...
|
BC 건설업계, 인력난·대금체불 ‘몸살’
2024.04.17 (수)
5년간 연봉 21% 인상됐지만··· 인력 부족 여전 ‘울상’
공사대금 체불에 기업들 파산 위기··· 체불 방지 법안 절실
BC주 건설업계가 고질적인 인력난과 공사대금 체불에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는 여러 악재로 불안에 떨고 있는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
|
테슬라마저 1만4000명 해고··· ‘전기차 혹한기’ 닥치나
2024.04.17 (수)
머스크, 직원에 구조조정 이메일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아이콘 테슬라가 직원 약 1만4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
|
“부부끼리 칭찬하고 여행 자주 다니고 걷기를 생활화하라”
2024.04.16 (화)
[왕개미연구소] 7080들이 알려주는 은퇴 생활 꿀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까. 이럴 땐 나보다 한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를 참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지난달...
|
'주거 안정'부터 '부자 과세'까지··· 예산 쟁점 4가지
2024.04.16 (화)
2024 연방 예산안 하이라이트
연방정부가 향후 5년간 약 530억 달러 예산을 투입해 캐나다의 ‘경제 성장’과 ‘민생 안정’을 위한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85억 달러 예산이 책정된 주거 정책을 포함해...
|
팀홀튼에서 이제 피자도 판매한다
2024.04.16 (화)
피자 판매 매장 17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치즈, 페퍼로니 등 네 종류 선보여
팀홀튼의 피자 메뉴 판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캐나다 대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팀홀튼(Tim Hortons’)은 토론토와 캘거리 일부 매장에서만 시범으로 판매했던...
|
안정 찾는 물가··· 금리 인하 ‘눈앞’
2024.04.16 (화)
기름값 고공행진에도 물가 상승률 2%대 유지
식품 가격 안정세··· 6월 금리 인하 기대 높아져
지난달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름값과 주택 가격 고공행진의 여파로 2월 대비 다소 올랐다. 그러나 나머지 인플레이션 지표는 안정을 찾으면서, 6월 기준금리 인하론에 힘이...
|
고위험 성범죄자 써리 거주, 경찰 “주의 당부”
2024.04.15 (월)
미성년자 성적 접촉 혐의로 유죄 판결
경찰이 고위험 성범죄자가 조만간 써리에 거주할 예정이라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15일 RCMP에 따르면 성범죄자 레너드 램스테드(Ranstead·사진)가 2026년 9월 형기 종료를...
|
김진표 국회의장, 6박 8일간 캐나다·미 방문
2024.04.15 (월)
캐나다 상·하원의장 만나 의회교류 활성
▲김진표 국회의장/ 공동취재사진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부터 22일까지 6박 8일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한다. 김 의장은 지난해 동맹 70주년을 맞은 ‘혈맹’ 미국과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 되는 영양제 3
2024.04.15 (월)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모자람만 못 하다. 영양소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위한 영양제를 권장섭취량 이상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비타민B3, 비타민A, 비타민E는 과다...
|
“이거 참 좋더라”··· 7080 은퇴 선배들이 권하는 ‘돈·삶·몸’
2024.04.15 (월)
은퇴 로드맵 짜기, 막막하시죠?
인생 선배들의 꿀팁 알려드려요 [왕개미연구소]
“은퇴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40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사회에서 밀려난 느낌이 듭니다.” “퇴직 후 처음엔 집에 있는 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 답답해지더군요. 나만의 일상 루틴을...
|
월화수목休休休, 美가 쏘아올린 ‘주 4일제의 꿈’ 현실될까
2024.04.12 (금)
[WEEKLY BIZ] 세계는 지금 ‘주 4일제 실험’ 한창
일러스트=김영석‘월화수목일일일’ 주 4일제 근무라는 직장인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주 4일제 근무’ 도입을...
|
캐나다 정부, 돈 너무 많이 쓰나? 우려 커져
2024.04.12 (금)
캐나다인 59% “연방정부 씀씀이 너무 커”
RBC “부채 증가하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경고
연방정부의 2024-2025 회계연도 예산안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온 가운데, 다수의 캐나다인은 정부의 씀씀이가 큰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앵거스 리드...
|
BC주 전기료 크레딧 지급··· “연간 100달러 절감”
2024.04.12 (금)
15일부터 전력 소비량 기준으로 크레딧 제공
오는 15일부터 BC 주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 지급이 시작된다. BC주정부는 4월 15일부터 자격이 되는 거주민에게 BC 전기료 보조금(BC electricity affordability credit)을 지급할...
|
화를 다스리려면···“분노 감정 종이에 적은 뒤 버려라”
2024.04.12 (금)
▲분노의 감정을 종이에 적은 뒤 휴지통이나 파쇄기에 버리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왼쪽은 연구 참가자가 분노의 감정을 종이에 적은 뒤 파쇄기에 넣고 있는...
|
BC주, 정부기관 내 ‘제도적 인종차별’ 근절한다
2024.04.11 (목)
인종차별금지법 통과··· 깊게 박혀 있는 관행 제거해야
정부기관 내에서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제도적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이 통과됐다. 11일 니키 샤르마 BC 법무장관은 지난 2022년 법으로 제정된 인종차별 금지...
|
BC 주민, 패밀리닥터 4주 안에 찾는다
2024.04.11 (목)
가정의 신속하게 찾는 디지털 시스템 17일 출범
대기 기간, 거주 지역 검토 후 적절한 의사 연결
BC의 가정의(패밀리닥터) 부족난이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드리언 딕스 BC 보건부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BC 주민들이 가정의를 비롯한 1차 진료...
|
젊은 암환자 많이 늘어난 이유? “신체 노화 더 빨라진 탓”
2024.04.11 (목)
/일러스트=이철원젊은 세대의 노화 가속화로 인해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워싱턴 의과대 연구팀은 최근 ‘2024 미국암연구협회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
“올해 산불 시즌,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난다”
2024.04.10 (수)
극심한 가뭄에 높은 기온, 산불 위험 높여
작년 기록 넘을까··· 연방정부 대비에 만전
지난해 역대급 산불로 곤욕을 치른 캐나다가 올해 작년보다 강력한 산불 시즌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0일 하지트 사잔(Sajjan) 캐나다 비상계획부 장관은 이날 캐나다 산불...
|
[한국]김건 전 밴쿠버총영사,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2024.04.10 (수)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6번으로 국회의원 당선
영국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역임
▲김건 전 주밴쿠버총영사 (외교부 제공) 대한민국 제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건 전 주밴쿠버총영사가 국회에 입성한다.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투표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