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된 딸이 사실은 출생 당시 병원에서 뒤바뀐 남의 자식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 ‘낳은 정’과 ‘기른 정’사이의 갈등은 국적을 불문하고 통속극의 고전적 주제였다. 드라마 같은 일이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부모를 닮지 않은 딸 때문에 외도를 의심받았고, 진위가 밝혀진 뒤에도 “어떻게 10년 동안 친딸이 아닌 걸 못 알아채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그래도 엄마의 선택은 ‘기른 정’이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1994년 7월 프랑스 칸의 한 병원에서 출산한 소피 세라노는 인큐베이터에 머물다 온 딸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세라노가 “아이 머리카락이 갑자기 길어진 것 같다”고 하자, 간호사는 “인공 조명을 쐰 탓”이라고 안심시켰다. 옆 병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딸이 갑자기 민머리가 됐다”는 산모의 주장에도 “조명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세라노의 딸 마농은 클수록 부모와 외모가 달랐다. 곱슬머리에 피부색깔도 어두운 데다 우락부락했다. 이웃들은 ‘집배원 자녀’라고 수군거렸다. 세라노의 동거남도 아이가외 외도의 결과라고 의심했다. 딸이 열 살이 되던 해 둘의 관계는 파탄이 났다. 세라노의 동거남은 ‘내 자식도 아닌 아이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싶지 않다’며 유전자 감식을 요구했다. 검사 결과 마농은 ‘아빠 딸’도 ‘엄마 딸’도 아니었다. 간호사 실수로 인큐베이터에서 다른 신생아와 바뀐 것이었다. 세라노는 그 순간 10년 전 병원에서 아이 머리카락이 갑자기 길어졌던 게 떠올랐다. 그렇게 세라노는 친딸을 찾았다.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세라노는 여전히 그녀의 비(非)생물학적 딸과 함께 있다. 친딸은 그녀를 길러
준 부모와 산다. 뉴욕타임스는 “처음에는 양쪽이 자주 왕래했지만 유대감이 생기지 않아 더 이상 만나지않는다”며 “양쪽 모두 기른 자식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대신 두 가족은 출산했던 병원에 2010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병원 측은 “어떻게 엄마가 자기 아이도 못 알아보느냐”며 “10년 동안 아이가 바뀐 걸 못 알아채 피해 규모를 키운 엄마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긴 법정 싸움 끝에 지난 10일 두 가족은 총 188만유로(약 23억5000만원)를 배상받았다.
세라노는 “친자 관계가 아니란걸 알게 된 뒤, 우리 모녀는 서로를 잃을까 봐 두려워했고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외모를 빼닮은 친딸에 대해서는 어느 순간 ‘내가 낳긴 했지만 친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과 동시에 자신이 더 이상 그 아이의 엄마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세라노는 “나는 내 비생물학적 딸과 너무나도 훌륭한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가족을 형성해주는 건 단순히 피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고 서로 이야기 나눈 그런 것들”이라고 했다.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그라스에서 10일 함께 사진을 찍은 소피 세라노(오른쪽)와 딸 마
농(왼쪽). 세라노는 10년 전 마농이 출생 당시 병원에서 뒤바뀐 남의 자식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친딸과 함께 사는 대신 기른 딸을 택했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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