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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진 조종하나 했더니, 배후엔 '엄친아 일진'

심현정 기자 hereia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02 09:15

서울의 A 여고 김명자(가명) 교사는 학교 '일짱'(일진 중 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생)인 고등학교 3학년 윤지희(가명·18)양 때문에 치를 떤다. 복장·외모 등 생활지도에서 거리낄 것이 없이 반듯하고,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학업 성적도 뛰어나다. 하지만 뒤에서는 다른 일진들을 시켜 후배들을 괴롭히고 폭행한다. 교사들은 윤양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고는 있지만 차마 혼내지는 못한다. 다른 선생님들에겐 모범생·우등생으로 칭찬받는 지희양이 일진의 배후라는 증거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 김 교사는 "지희가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 찾아와 교사들에게 온갖 아양을 떨며 착한 척을 하는데, 그때마다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서울 B 중학교에서 2년간 회장을 맡아 온 서유식(14·가명)군도 '일짱'으로 군림하고 있다. 서군 역시 전교 최상위권 성적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다. 서군은 화장실에 갈 때 다른 학생이 문 앞에서 휴지를 들고 서 있게 하는 등 반 친구들을 수족(手足)처럼 부렸다. 서군의 담임 박성현(가명) 교사는 "유석이를 믿고 학생들을 통솔할 수 있는 전권을 줬는데 알고 보니 학교폭력의 주범이었다. 배신감이 너무 크다"고 했다.


윤 양과 서 군은 이른바 '모범생형 일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일진'들이다. 성적 나쁘고, 머리 염색하고, 복장 불량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깡패형' 일진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일진들 가운데는 성적과 외모가 뛰어나며 학교 임원을 맡는 학생이 늘고 있다. 엄친아 일진들은 폭행을 할 때 직접 나서지 않는다. 교사들이 자기를 일진으로 의심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교묘하게 악행(惡行)을 저지른다. 다른 일진들을 배후 조종하는 것이다.

엄친아 일진 특정 아이를 가리켜 "쟤는 요즘 좀 나댄다(까분다)"고 한마디 하면 다른 일진들이 대신 때리거나 따돌리는 식이다. 지난 2월 경북의 C 중학교의 일짱 안건후(15·가명)군도 8명으로 구성된 일진회를 조직해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안군은 전교 30% 이내 상위권 성적으로 3년 동안 반장을 맡아온, 겉보기엔 리더십이 뛰어난 모범생이었다.

그는 매일 밑의 일진들이 오전 7시에 집 앞으로 와 자신을 깨우게 했다. '인간 알람' 역할을 시킨 것이다. 또 친구들의 엉덩이·허벅지·종아리 등 보이지 않는 부분만 골라 폭행했다. "매주 3만원씩 걷어다 나에게 바치라"며 금품 갈취를 지시하기도 했다. "너희 둘이 싸움 잘한다며? 한번 붙어봐"라며 싸움을 붙이기도 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엄친아 일진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진은 공부도 못하고, 불량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교사들의 눈에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선배 일진들이 신입생 중 일진을 새로 뽑을 때 성적·집안·외모 등을 고려하는 경향까지 생겼다고 생활지도 교사들은 전한다.

실제로 5년 전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김모군이 새 일진을 뽑는 데 불려갔다가 급소를 맞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에 가담한 일진들은 김군이 성적이 좋은 데다, 부잣집 아들이라는 소문을 듣고 일진으로 영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엄친아 일진

겉보기에는 열심히 공부하며 성적이 좋을 뿐 아니라 외모도 단정하며 예의 바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른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로 평가받으면서, 교사와 부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친구들을 폭행하고 괴롭히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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