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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씨의 지혜로운 교육 비법

박미진 기자 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05 16:30

“공부? 아이 스스로 행복해지게 놔두세요!”

“한때 학벌 지상주의에 일조해본 적이 있는 엄마”라며 자신을 소개한 워킹맘 이옥선 씨(42). 그는 스스로 학벌 지상주의 엄마임을 자각하고 인정한 후에야 비로소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 김지후(17)와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 정후(13)의 성적에 대해 자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엄마와 아이 모두 예민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다’는 말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마침내 행복한 엄마,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있었다.

 

 

엄마가 성적에 매달리면 아이들이 불행해져

“큰아이 지후를 캐나다로 1년 6개월간 유학 보냈던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어요. 잔디 축구장이 있는 선진국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며 해외에 보내달라고 하길래, 때론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어 큰맘 먹고 혼자 외국에 보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캐나다에서는 학교만 보냈는데, 귀국 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보니 제 마음이 극심하게 조급해지더군요. 1년이 넘는 공백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으니 다른 아이들을 따라가려면 종합학원에 보내 성적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당시 지후는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배웠던 5, 6학년 공부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중학교 선행 공부도 거의 못 했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요. 저는 저대로 예민해지고 아이는 아이대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0시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참 많은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이가 너무나 지쳐 있었고, 그때 처음으로 ‘내 아이의 모습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불행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그때부터 나는 절대 학벌 지상주의 엄마가 아니라며 부정해온 사실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했죠.”

둘째 정후는 아직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부나 성적에 대해 엄마가 느끼는 중압감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게 이옥선 씨의 솔직한 심정. 특히 정후는 기분이 좋거나 1교시에 보는 시험의 경우 90?점을 받는 반면, 5교시에 보는 시험이나 별로 공부하고 싶지 않은 과목은 10?점을 받을 정도로 성적 편차가 유난히 컸다고 한다. 게다가 정후는 ‘성향이 독특한 아이’였다. 관심 있는 일에는 열정적으로 올인하지만 창의적이지 않거나 반복되는 일을 싫어하며 계획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옥선 씨는 큰아들 지후의 성적에 조급해했던 과거 시행착오들을 떠올리며 정후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둘째는 한마디로 스파크형 아이입니다. 마치 발명가처럼 항상 뭔가를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죠. 관심 있는 일엔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일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 1%의 창의성을 지닌 아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시험 점수를 10점 받을 때도 있지만 말이죠.(웃음) 엉뚱한 면도 많습니다. 오전엔 머리가 멍해서 공부가 하나도 안 들어오니 점심 먹고 가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둥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속 터지는 말들이죠. 대안학교에 보내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제도권 안에서 적응하는 것이 힘든 아이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아이 스스로 보완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서서히 이겨낼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주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찾아온 놀라운 변화

이렇듯 마음을 고쳐먹고 난 뒤 이옥선 씨는 아이들이 다니던 학원을 점진적으로 정리해나갔다. 대신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선에서 일상생활도, 공부도 자율에 맡겼다. 엄마들의 고질병인 ‘남과 비교하기’ 습성을 버리고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존중해주었다. 그 결과 지후, 정후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 스스로 진짜 행복해지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억지 공부는 누구나 하기 싫잖아요. 공부란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부모님이 자꾸 다른 친구와 비교하거나 점수를 다그치면 더더욱 하기 싫은 법이죠. 달라진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공부가 하고 싶어졌어요. ‘자랑스러운 내가 되고 싶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즐거워졌고, 점수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보람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게 제 일상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예요. 제가 정말로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지후의 이런 변화는 자연스레 동생 정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요즘 지후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생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자신이 겪었던 공부 스트레스를 동생이 겪는 게 싫다며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면서요. 제가 하는 일이요? 그저 아이들을 격려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뿐이죠. 물론 지후 스스로 학습적인 도움을 원해서 약간의 사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만, 제가 억지로 시키는 것과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덕분에 지후, 정후에게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인 지후가 예전보다 더 잘 웃고 먼저 농담을 건네는 등 밝고 쾌활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자기주도적으로 일일 계획표를 정리하고 나눔 활동에도 관심을 갖는 등 공부 이상의 가치도 찾아나가고 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그날 하루를 반성하며 스스로를 평가해보는 일은 이제 이옥선 씨의 집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아이들이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베풀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실제로 지후와 정후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매달 5만 원씩 어려운 친구들에게 후원하고 있다. 게다가 후원하는 친구들의 사진을 벽에 걸어 놓고 매일 아침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주문처럼 외운다고.

이 모든 변화는 엄마 이옥선 씨의 노력 덕분이다. 행복한 아이들이 있어 절로 행복해지는 엄마. 행복한 엄마가 있어 절로 행복해지는 아이들. 이 필요충분 조건이 행복한 부모,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비법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둘째 정후가 남긴 마지막 말이 꽤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엄마는 저희를 믿어줘요. 저희를 사랑하죠. 그리고 저희는, 저희를 믿어요.”


기획=박미진 기자 | 취재=피옥희 | 사진=신승희, 이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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