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약속 지키렵니다"
지도자 수업 받는 前 국가대표 배구선수 임도헌씨
UBC에서 7~8년 아래의 후배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하면서 배구 지도자로서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임도헌(사진,31)은 90년대 한국 배구계를 풍미했던 사람이다.
'임꺽정' 혹은 '임장사'로 불리며 배구 코트를 호령했던 그가 올해 초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고 캐나다 유학의 길에 오른 것은 10년 전의 약속때문. 그는 지난 1993년 성균관대학교 배구선수로 자매결연 대학인 UBC를 방문했으며 당시 이 대학에 유학 중이던 엄한주 교수(성대 스포츠 과학부)와 은퇴하면 공부하러 밴쿠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공부할 수 있겠느냐며 배구 코트에서 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 임도헌은 UBC에서 2년 동안 스포츠과학을 공부하고 이 대학 배구 선수들과 함께 각종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이탈리아 프로 배구를 직접 체험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지도자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4개월째 가족과 떨어져 ESL과정을 다니고 있는 임도헌씨는 영어 공부가 잘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영어 공부 이거 장난 아닙니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는 "배구도 기본기가 중요하듯 영어도 기본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래도 배구 용어가 다행히 세계 공통어라는 점에서 현지 배구 캠프에 참여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못 느낀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보니 한국배구가 세계배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따라가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주입식 교육의 병폐도 크다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시스템으로 연결될 때 과학으로서의 스포츠가 살아 숨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스타 출신이 지도자로서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 대해서도 임도헌은 "우선 지도자는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마음을 열어 선수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눈높이를 맞추어야 된다"면서 벌써 준비된 지도자로서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밴쿠버에서 배구를 배우려는 모임이 있다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는 그는 "미치도록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