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Vancouver
(59.6.108.XXX) / 번호: 553 / 등록: 2011-09-02 15:01 / 수정: 2011-09-02 18:15 / 조회수: 4540 / 삭제요청




지난 수요일 벤쿠버에서 6개월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다가 이륙하는 순간 그 동안 벤쿠버에서 정든 사람들 얼굴이 한명 한명씩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가고, 아름다웠던 벤쿠버 곳곳에서의 즐거웠던 추억, 살갗에 느껴지던 바람, 싱그러운 풀내음까지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간 너무 정들어버린  벤쿠버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눈에 담고 싶어 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그것이 점점 멀어져 사라지는 순간까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벤쿠버에서의 마지막 2개월(7월, 8월)은 가히 천국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었습니다. 물감을 칠해놓은 듯 파란 하늘과,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은 나무들로 울창한 숲,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 그리고 그 속에서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벤쿠버를 더 아름다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를 굉장히 좋아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저이지만 이 곳의 자연환경만큼은 탐이 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벤쿠버에 대한 예찬은 이만 뒤로하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6개월간의 어학연수가 얼마나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개인이 하기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고,  기대치에 따라 같은 결과에도 만족도는 크게 차이날 수 있기 때문에 저의 생각과 느낀점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동안 저의 어학연수에 대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자면 ★★★★☆(4/5) 별 4개를 주고 싶습니다.  처음 출발에서부터 6개월이 영어 실력을 향상하기에 짧은 기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정도만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말하기 전 떠오른 생각을 머릿속에서 영어로 번역하고 나서 말하는 습관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책에 프린트 된 영어 단어를 옆에 번역된 한글 뜻과 함께 암기하는 식으로 영어공부를 해왔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영단어에도 아무런 느낌이 실리지 않고 스펠링의 배열정도로만 머릿 속에 입력하는 정도였고, 실제 상황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머릿 속 영어단어장을 열심히 훑고서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떠한 상황에서 원어민 친구가 그 단어를 사용해 말했을 때 '아~ 이 단어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라는 것을 배우고 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친구가 했던 말을 따라 똑같이 말하게 되면서  정말 내 단어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도 문장 전체를 통으로 따라 말하면서 말하기 전 머릿 속에서 번역도 필요 없어졌고, 대화 중간중간에 말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도 짧아졌습니다. 이것이 조금 익숙해지면 듣고 따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알고 있는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어 말하면서 내 단어를 조금씩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는데, 한글로 직역하면 맞는 문장이지만 실제로 원어민은 전혀 쓰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학연수에 있어 최고의 선생님은 원어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만큼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예시상황을 몸소 직접 체험하면서 그 순간의 느낌과 함께 언어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익힌 영어는 머릿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직접 바로 나오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문화에서 처음 알게 되거나 새롭게 배운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친구와 대화 도중 모르는 단어가 나와 뜻을 물어보면 번역된 한글 뜻이 아닌,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문장에 넣어 사용할 수 있는지 통으로 받아 들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면서 배우는 영어는 더 이상 '학습'의 언어가 아니라 '생활'의 언어였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부담과 거부감을 없애주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영어에 흥미가 없었고 소홀히 하면서 영어는 저에게 천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늦게서야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여러번 들었지만 저는 이번 어학연수를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이 어마어마하게 큰 괴물을 쓰러뜨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영어괴물을 이긴 것이 아니라 그 괴물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영어로 말하고 새로운 표현을 익히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어학연수였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만족스런 결과에서 왜 별 하나가 빠져있냐고 물으실 것 같아 조금의 설명을 더 붙이자면, 벤쿠버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운타운에 나가면 한국인지 헷갈릴만큼 많은 한국 사람들이 많고, 왠만한 큰 어학원에는 한국학생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포화상태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한국학생들이 영어를 쓰지 않고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잘 갖추어져있습니다. 외국생활이 처음이라 어려워서, 타지에서 혼자라 외로워서 등등의 이유로 그것들에 의존하게 된다면 강남에 있는 큰 어학원을 다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유명강사들이 영어를 훨씬 더 잘 가르칩니다. 귀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외국까지 나온 것은 학교에서 알려주는 문법이나 숙어를 외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Language is not based on culture. Language is culture.'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어가 문화에서 나온게 아니라 언어자체가 문화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문화에서 몸소 부딪히고 경험으로 얻은 언어는 분명 책에서 백번이상 읽은 것 보다 강하게 머리와 가슴속에 남을 것입니다. 기간은 중요치 않다고 봅니다. 제 주변에 6개월 만에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게 된 친구도 있고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본인이 어떤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어떻게 노력하는 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짧은 기간이라도 외국에 나가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기회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최대한 영어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면 글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심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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