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에서의 한달
(70.79.11.XXX) / 번호: 344 / 등록: 2011-03-26 02:55 / 수정: 2011-03-27 23:50 / 조회수: 4770 / 삭제요청

 


내가 벤쿠버에 도착한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있다.


서울처럼 장대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더 떨어져 좀처럼 따뜻해지질 않는다.


그러던 중 따뜻한 봄날의 오후가 찾아와 공원으로 나갔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Taylor Park는  인근지역 중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어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끝내준다.


내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








 


벤쿠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넓은 하늘과 큰 구름이다. 어디에서든 하늘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 느껴진다.


그동안 서울 중에서도 번화가 근처에만 살아온 나는 높은 건물에 가려져 있는 하늘 조각들만 볼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서도, 길을 걸어갈 때에도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한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다가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오니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벤쿠버에 온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영어를 말하는 능력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것 같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질문을 하면 이전의 나는


'앗 외국인이다' 일단 두렵다 -> '영어를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걱정한다  ->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고민한다 -> 틀리게 답하면 쪽팔리니깐 그 동안 배웠던 온갖 문법을 적용해서 머릿 속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든다 -> 대답한다


이 단계를 반복하다보면 말을 거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흥미가 떨어져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지금이라고 더 멋진 영어문장을 말할 수있게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똑같은 문장이라도 이전에 비해 입 밖으로 말을 꺼내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는데, 매일 학교에서 외국인 선생님과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덕분이다. 그리고 내가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부담도 적어졌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영어를 말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은 쪽팔림을 벗어버리는 것이었다. 이미 성인이 된 후에 언어를 배우는 데 이것이 가장 큰 장애물인것 같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최고의 결과를 내야하는 완벽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학생들은 영어로 잘못 말하면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래서 애초부터 영어로 말할 일을 만들지 않고 피해왔었다. 하지만 이 컴플렉스를 극복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자존심은 잠시 옆에 접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내가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있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먼 곳으로 와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3월 2째주 부터 1주일에 한 시간씩 Tutor를 하고 있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오랜 시간을 있는다해도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오후 3시에 정규수업이 끝난 후 extra class로 English lounge가 있긴하지만 대기자가 많아 신청이 쉽지 않다. 나는 3월 7일 개강일에 대기명단에 등록했는데 아직 연락을 못 받았다. 


1:1 Tutor를 하면 개인적으로 발음을 교정받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기 때문에 깊이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행히도 나는 원래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서 외로움은 느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 하는 몇몇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공허함을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인 친구라면 영어말하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관계는 균형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칫하면 수업시간 외에는 모국어만 쓰게 되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제법 벤쿠버에서의 생활이 익숙하고 편해지고 있다. 이번 달에 조금씩 변화를 겪은 것처럼 다음달에도 꾸준히 영어가 늘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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