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에 안주 말고 부딪치고 도전하라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 연합 '아이비리그'는 입학보다 졸업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상대적으로 영어가 자유롭지 않은 유학생에게는 더욱 그렇다. 국내 고등학교에서 아이비리그로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재학 중이거나 성공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에게 각자의 필살기를 들어봤다.

브라운대 졸업생 윤도영


기사 이미지브라운대 윤도영
현재 스탠퍼드 경영공학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윤도영(22)씨는 올해 초, 브라운대를 화려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의 성적은 4.0만점에 4.0. 하버드, 예일 등 거의 모든 아이비리그에 속한 대학원에서 입학허가도 받았다. 하지만 현재와 대학 입학 당시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아이비리그 입학을 꿈꾸는 경쟁자들보다 성적이 형편없었다. 대개 특목고 국제반 학생들의 경우 SAT는 2300점대, 토플은 110점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SAT에서 2000점대 초반, 토플은 100점대를 받았다. 서울과학고 출신인 그는 “대부분의 과학고 학생들은 학부 유학보다는 석사나 박사 때 외국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학교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혼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에 대한 꿈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미국으로 캠퍼스 투어를 갔을 때 커졌다. 명문대 캠퍼스를 돌아보면서 막연하게 넓은 세계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돌아와서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졌다. 윤씨는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고, 입시 준비도 늦게 시작해 영어 때문에 내내 고생했다”고 말했다.

브라운대는 아이비리그 중 학교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졸업 필수과목이 따로 없고 듣고 싶은 전공만 들으면 되며, 학점만 채우면 언제든 전공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유 때문에 많은 한국 유학생이 애를 먹는 학교이기도 하다. 본인이 모든 것을 정하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 윤씨 역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를 놓고 상당 시간을 허비했다. “혼자 고민을 하는 것보다 교수님께 도움을 청해보자고 여겼죠. 미국 대학들에는 ‘오피스 아워(OFFICE HOUR)’라고 해서 교수님의 연구실이 활짝 열리는 시간이 있어요. 이때 교수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고민도 털어놓았죠. 교수님 조언 덕분에 다양한 전공 연구실에서 조교를 하며 제가 과연 무엇을 잘하고 관심이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죠. 응용수학으로 전공이 확고해진 다음에는 성적도 많이 올랐어요.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느냐가 아이비리그에서 살아남는 비결인 것 같아요.”

컬럼비아대 4학년 하승준


기사 이미지컬럼비아대 하승준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과 지속가능발전학을 복수 전공으로 재학 중인 하승준(24)씨는 용인외고 국제반 재학 당시 꽤 유명한 학생이었다. 외국에서 장기간 공부한 적이 없음에도 SAT에서 235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쓰기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당당히 합격했지만, 현실은 그리 장밋빛이 아니었다. 입학 후, 첫 번째 주어진 영어작문 수업의 과제에서 ‘C-’를 받았기 때문. 하씨는 “일찍부터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해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점수가 형편없어서 놀랐다.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좌절을 노력으로 극복했다. 외국인 재학생을 위한 교내 쓰기(WRITING) 센터에 직접 찾아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듣고 고치려 애썼고, 담당 교수에게 수시로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3개월간 치열하게 노력하자, 영어작문 수업에서 최종적으로 A라는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매학기 똑같이 노력하자 줄곧 교내 상위 15%에 속할 정도로 높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씨는 “시험 일정이 정해져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수시로 과제 및 시험을 보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난관은 입대였다. 현지 학우들과 달리 한국인 남자 유학생에게는 2년간의 학업 공백이 필수이기 때문. 카투사에 입대한 그는 영어를 계속 쓰고 원서를 자주 읽는다. 제대 후에는 변호사사무소에서 인턴을 하며 예전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했다. 하씨는 “아이비리그라는 명성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펜실베이니아대 3학년 신주경


기사 이미지유펜 신주경
펜실베이니아대(유펜·Upenn)에서 정치·철학·경제학을 전공 중인 신주경(21)씨는 후배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선배다. 리더십이 뛰어나 다양한 동아리에서 임원을 맡으며 후배들을 따뜻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 교내 국제학생회, 컨설팅 동아리, 라틴댄스 동아리 등에서 운영진을 맡고 있다. 또한 방학 때는 기업에 인턴 활동, 인근 필라델피아 지역의 불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 등도 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아이비리그의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죠. 본인이 할 의향만 있다면 정말 많은 교내외 활동들을 할 수 있어요.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제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적성에 맞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신씨는 어렸을 때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과 호주, 미국에서 6년간 살았다. 상대적으로 영어 구사에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수업을 따라잡는 것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고서(古書)를 교재로 하기 때문에, 옛날 영어에 익숙하지 않기는 다른 유학생들과 마찬가지였다. 청심국제고를 졸업한 그는 “미국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 명작이나 고서를 많이 접한 경우가 많다. 아이비리그를 생각한다면, 입시 준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양한 원서를 많이 읽기를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보내지만, 학업은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졸업 후 현지에 있는 컨설팅 회사에 지원할 계획이라 공부를 놓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민권이 없는 유학생에게는 취업의 문턱이 훨씬 더 높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을 각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