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BC 심리학과 연구진은 “죽음에 대한 걱정이 ‘지적설계론’을 지지하고 다윈의 ‘진화론’을 거부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적설계론’은 개개인의 생명이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어떠한 지적인 존재의 의도로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논리다. 이것은 생명의 발생과 변화에 인위적인 유도가 개입됐으며 여러 세대를 거쳐 변화를 축적시켰다는 ‘진화론’과 대립한다.


연구진은 제시카 트레이시UBC 심리학 조교수, 조슈아 하트 유니언 컬리지 심리학 교수,  제이슨 마튼스UBC 심리학 박사과정자였다. 연구 결과는 지난 30일 플로스 원(Plos ONE)에 기고되어 현재 북미 심리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학벌, 종교적 배경을 가진 북미 거주자 1674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첫번째 실험은 두 집단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연구진은 한 집단에게 본인의 죽음을 상상해보고 그 느낌과 생각을 적으라고 했다. 그 다음 ’지적설계론’을 지지하는 미셸 베헤(Michael Behe)와 영국의 진화론 권위자인 ‘리차드 다우킨(Ricahrd Dawkin)’박사의 짧은 글을 읽게 하였다. 각 글에는 신앙과 관련없이 각 전문가의 논리적인 주장만 담겨 있었다. 다른 집단은 죽음에 대한 생각 없이 글만 읽었다.


실험 결과, 죽음을 상상했던 참여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베헤의 논리를 더 지지했다.  진화론 지지자는 비교적 적었다. 트레이시 교수는 “사람은 존재의 문제와 직면하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보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큰 문제의 해답을 진화론에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실험으로 한 부류의 참가자에게 칼 세이건(Sagan)의 글을 읽게 했다. 세이건의 주장은 ‘지적 설계론’ 보다는 ‘진화론’에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을 하자는 자연주의 논리이다. 죽음을 상상한 후 이 3가지 다른 주장의 글을 읽은 참가자 사이에서는 베헤와 다우킨 박사의 글만 읽은 집단에 비해 베헤의 ‘지적설계론’ 지지도가 더 낮았다.  트레이시 교수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자연주의적 사고와 과학적 설명이 잘 뒷받침되었을 때 진화론을 더욱 잘 받아 들이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과  학생들만을 상대로 한 동일한 실험에서는 특이한 결과가 나왔다. 죽음을 상상해 본 그들은 상상해 보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도 다윈의 진화론과 다우킨 박사의 논리를 더 지지했다.


연구진은 “이과 학생들은 오랫동안 생명 변화와 존재의 의미를 다윈의 진화론에서 찾도록 훈련 받았다. 그들의 진화론에 관한 기반은 이미 여러 방법으로 과학적 설명과 논리를 통하여 다져졌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상상을 했을지라도 진화론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나연 학생기자 nayeon@interchange.ub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