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 큰 소리를 지르면 체벌을 했을 때와 비슷한 부정적 영향을 자녀에게 미치게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우울증, 거짓말, 공격적 행동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피츠버그 대학과 미시간 대학의 연구팀은 4일 학술지 ‘아동발달’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서, 부모가 청소년 자녀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게으르다”, “멍청하다” 등과 같은 말로 비난할 경우, 잘못된 행동이 고쳐지기보다는 오히려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평소 부모와 자녀 간 사이가 좋다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만 13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미국 내 976가족을 대상으로 설문과 행동 분석을 통해 진행됐다. 

어머니 중 45%와 아버지 중 42%가 “지난해 아이들에게 과격한 언어로 훈육했다”고 답했다. 이들의 자녀는 다음해에 행동 문제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우울증 증상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싸움, 학교생활에서의 문제, 부모에게 하는 거짓말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부정적 행동 증가는 ‘체벌’과 ‘가혹한 훈육 언어 사용’ 두 경우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갈등 상황이 아닐 때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친밀한 가족이라도 거친 언어의 부정적 영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녀의 나쁜 행동은 부모들의 훈육 언어를 더욱 가혹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연구는 밝혔다.

십 대들에게 소리 지르기가 왜 그렇게 부정적인지에 대해 왕 교수는 “청소년기는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개발하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부모가 소리를 지르면 아이들의 자아상이 타격을 입는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능력이 없고 따라서 자신이 무가치하며 쓸모없다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뉴욕대 랭곤 병원 아동연구센터에서 아동·청소년 정신의학을 연구하는 티머시 버듀인 임상조교수는 “TV 시청 등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통제하는 방식만으로도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훈육할 수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그는 “다만 특혜를 줄일 때 비판적, 처벌적, 모욕적 언사를 쏟아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자신이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사람이 잘못을 고쳐줄 때 훨씬 더 자기 행동에 책임감을 느낀다. 아이를 질책하거나 부끄럽게 만드는 모든 행동이 그러한 부모의 권위를 앗아간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