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2일은 민간 전승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에서 그라운드혹(groundhog)이라고 부르는 동물을 관찰하는 그라운드혹의 날(Groundhog Day)이다. 그라운드혹은 다람쥐과 마못속에 들어가는 동물로 다람쥐보다는 덩치가 크다. 다자란 그라운드혹 숫컷은 키 60~70cm에 몸무게 6~7kg 가량이고 암컷은 이보다 작다고.

그라운드혹을 관찰하는 이유는 겨울이 일찍 물러갈 것인지 예상하기 위해서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그라운드혹이 2일 굴(burrow)을 나오면 겨울은 곧 끝난다고 믿고, 그라운드혹이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 굴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 앞으로 6주간 겨울이 더 간다고 믿는 것이다. 실내에서 행사할 때 굴은 상자로 대체될 때도 있다.

그라운드혹의 날이 유명하게 된 배경에는 1992년에 개봉한 그라운드혹데이라는 영화의 공이 크다. 기상예보관이 그라운드혹 데이를 취재하러 왔다가 매번 같은 날이 반복하는 이상한 운명을 만난다는 코미디물이다. 한국에서는 ‘사랑의 블랙홀’로 제목이 바뀌어 상영됐다. 영화 인기 덕분에 영화촬영지인 펜실베니아주 펑스토니(Punxsutawney)란 동네는 그라운드혹 관찰지로 유명해졌다.

영화에도 펑스토니 필(Phil)이라는 그라운드혹이 등장하지만, 다른 지역에도 명물 그라운드혹들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주의 알비노 그라운드혹 위어튼 윌리(Wiarton Willie), 앨버타주의 밸잭 빌리(Balzac Billy) 등이 있다. 명물 그라운드혹의 이름은 선대에서 후대로 계승된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