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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작가 박지현의 자연과 함께 하는 법 |
Date Posted : 2010.02.24 |
다운시프트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박자 천천히, 길을 걷다잘 나가던 한 커리어우먼이 첩첩산중 시골로 들어가더니 살림과 육아가 재미있어졌다고 말한다. 봄이면 앞마당에서 캔 나물로 반찬을 만들고, 여름이면 푸르른 텃밭을 손질하고, 가을이면 아이들과 함께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따고, 겨울이면 땅 속에 김장독을 묻는다. 자연의 섭리대로 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전남 담양군 고서면 금현리의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무로 지은 2층집을 만날 수 있다. 마당에 들어서니 남자아이 하나가 썰매를 타고 내려오며 반갑게 맞이한다. 정갈하고 단아해 보이는 집 안에 들어서니 나무 타는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다이닝 룸에 설치된 벽난로에서 나는 냄새다. 뜨거운 난로를 어떻게 집 안으로 들였을까 궁금하던 찰나 집주인인 박지현 씨가 현대식 난로는 겉면이 뜨겁지 않아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사용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향나무와 가죽나무로 지어진 이 집에는 친환경 살림꾼으로 소문난 박지현 씨와 그녀의 가족이 살고 있다. 바로 뒷집에는 천연염색 전문가인 여동생 박희연 씨가, 바로 옆집에는 시누이 가족이 살고 있다. 잘 나가는 다큐멘터리 작가였던 그녀는 10년 전 이곳에 집을 지어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그녀는 결혼 후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됐는데, 그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회색의 시멘트 벽이 너무 삭막했다. 아무것도 느끼는 것이 없으니 글 한 줄조차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풀어놓는 글을 좋아한다. 따뜻한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글쟁이로서, 자연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골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딸 소희의 아토피 피부염까지 심해지자 그녀는 도시 생활을 과감히 정리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딸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은 사라졌다. 더욱이 자연에서 얻는 영감이 무궁무진하니 글이 술술 잘 풀리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 키우느라 작품 활동은 잠시 접어둔 상태지만 올해부터는 조금씩 해볼 생각이다. 감을 잃지 않으려 써둔 수필만도 7백~8백여 편이나 된다. 1 차가운 바깥에서 잘 익어 꼬들꼬들해진 홍시는 식구들의 간식. 2 거실 한쪽에 자리 잡은 화이트 소파는 어떤 디자인의 쿠션을 올려두어도 잘 어울린다. 창살 무늬가 독특한 창 아래에 배치하니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항아리 모양의 쿠션은 천연염색 작가인 그녀의 동생 박희연 씨의 작품. 3 커피, 홍차, 야생차 등 차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의 주방에 가면 다양한 찻잎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속 차는 꽃차로 뜨거운 물을 계속 부어주면 꽃잎이 피어난다. 4 나무는 이 집의 주재료일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역할까지 한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 나무 자체의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TV 옆 스피커도 나무로 박스를 짜 넣었다. 5 그녀의 집에는 유독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담양 대인시장에서 열리는 아트마켓을 통해 친분을 쌓은 한 작가가 딸 소희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자연이 주는 교훈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다 10년 전, 시골행을 결정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아이의 교육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애당초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영어 단어가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과 여유로운 삶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훗날 추억이 많아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교육 방침을 ‘방목’이라 칭했다. ‘방목’이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대신 아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 준비물도 챙겨주지 않아 아이가 학교에서 혼난 적도 많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아이는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고 책상에 앉아 숙제를 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인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한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 성적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일.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살 때는 자신과 관련된 일 이외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로는 주위 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고, 자연을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 아침 마당에 나가보니 굵은 감나무 가지 하나가 똑 부러져 있는 거예요. 밤새 강풍이 분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아는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나무는 감당하기 힘들 땐 가지 하나를 부러뜨린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많은 생각이 들던지…. 나무도 이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 왜 우리 인간들은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요. 조금만 내려놓으면 훨씬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다운시프트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박자 천천히, 길을 걷다그녀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채소 중에서도 제철 재료가 가장 맛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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