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나의 힘, 평생 함께 할 친구입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최종수정: 2018-07-13 14:54

한인 남매 CTV 인기 방송 ‘어메이징 레이스 히로’에 출연 / 치열한 경쟁 뚫고 오디션에 합격, 3일 첫 회 방송
캐나다 CTV 인기 프로그램인 ‘Amazing Race Hero Edition’ 시즌 6에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한인 남매가 최종 진출해 출연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방송이 시작된 본 프로그램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매회 다른 스토리로 기상천외한 미션 임무를 수행하며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대리 만족을 주고 있어 시즌 별 인기를 더하고 있는 CTV 방송국의 야심작이다.

방송에 출연중인 한인 남매는 노스 밴쿠버에 거주하는 서혜윤(Martina, 40), 서영석(Philip,37)씨. 캐나다 전역의 수많은 신청자들과 신체적, 정신적 강도를 입증하는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최종 10팀에 선발된 이들은 지난 3일 방영된 첫 회에서 기대에 부흥하며 멋지게 선방을 날렸다.

10주간에 걸쳐 진행된 방송의 미션은 출연자들에게도 미리 알려주지 않아 촬영 내내 남매는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어느 팀이 경쟁에서 살아 남는지는 비밀이라며 끝까지 관심을 갖고 방송을 시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웨스트 밴쿠버 세컨더리 학교 가정교사와 금융회사인 밴시티에 근무하고 있는 혜윤, 영석 남매는 이번 방송 출연에 대해 지금까지 캐나다, 한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다니며 해왔던 봉사활동의 이력을 높이 샀던 것 같다며 젊은 친구들에게 멘토로 도움을 주고 싶은 본인들의 소망 가운데 하나를 이뤄서 기쁘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누구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며 살 수 있는데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돕고 싶구요. 방송을 통해 모든 한인들이 자신의 삶에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받은 미션이 정말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저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어려운 일에 부딪친다면 생각보다 훨씬 큰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며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당당한 영웅이 될 수 있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을 마쳤습니다”

파일럿, 군인 등 선발된 다른 10개 팀과 함께 캐나다 오지 전역을 돌며 각종 미션을 수행한 남매는 무엇보다도 끈기와 의지의 한국인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알린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매의 봉사정신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46년 전 밴쿠버에 이민 온 부모님이 아무런 조건 없이 다른 한인 이민자들을 돕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봉사하는 모습을 통해 배운 참교육의 결과다.

“부모님이 한번도 한인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새벽 3시나 오후 11시라도 한국 또는 밴쿠버 공항에서 한국사람이라고 전화가 오면 자다가 일어나 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컸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푸는 마음을 강조하셨구요. 저희의 가장 큰 자산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됐습니다”   

1972년 캐나다로 이민 온 서정국(75), 서해나(70) 부부의 자녀인 남매는 이같은 부모의 영향도 있었지만 남을 돕는 봉사활동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누나인 혜윤씨는 지금까지 캐나다를 비롯해 한국,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1만여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해와 이번에 캐나다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남을 돕는 일을 한다는 것을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더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되는 선물 같은 삶”이라고 표현했다. 

2년째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노숙인들을 돕고 있는 혜윤씨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고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서 먼저 손을 내민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훨씬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거라고 말한다. 

또 9년차 교사인 혜윤씨는 이번 방송 출연을 통해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도전의식과 용기를 주기를 희망했다. 

UBC경제학과 및 미국 버클리대 MBA를 마치고 금융업체인 밴시티에 근무하는 동생 영석씨는 어려서부터 어떤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봉사에 나서는 누나를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본인도 동참하게 됐다. 

UBC학생들의 멘토 및 진로 어드바이저로 도움을 주고 있는 영석씨는 얼마 전에는 본인에게 상담을 받았던 학생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중국인 아내와 딸과 함께 한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캐나다에 살기에 평소 한국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지 못하지만 이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달라진 사회 분위기 등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왔어요.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명석함이 세계화에 잘 융합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터뷰에 동행한 어머니 서해나씨는 1973년부터 30년간 노스 밴쿠버 ICBC에 근무했다. 사람들에게 유달리 따뜻하고 배려가 깊었던 친정어머니의 교육과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남편과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와 친하게 됐다. 

이처럼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집안 분위기도 남매가 봉사활동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한 몫 했다. 서씨는 이민 당시 한국인이 100명 밖에 없었는데 서로 돕고 살아야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겠냐고 반문했다.

“저희가 정착할 당시에는 비교적 안정적 직장도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더 쉬워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다른 나라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일은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변함없고 그러니 가능하다면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캐나다 한인 이민 역사도 이제는 짧지 않다. 그러나 밴쿠버 땅에서 한국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던가 돌아볼 때 서씨와 같은 애정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이제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캐나다인들과 맞서며 자신의 삶의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남매가 바로 그 증거다. 남매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CTV를 통해 볼 수 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CTV 히로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한인 남매 서혜윤, 영석씨와 어머니 서해나씨 사진 김혜경 기자> 



<▲지역 신문에 소개된 남매>




<▲ 어린 시절 남매의 모습. 사진 가족 제공>


    
       





한인 사회의 중요한 소식을 캐나다 서부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제보 이메일: new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