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한인장학재단, 장학생 551명 우리 모두의 자산입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최종수정: 2014-07-25 14:04

이사장 오유순씨
성공, 이라는 단어를 사전은 “목적하는 바를 이루다”고 정의한다. 이처럼 불과 몇 글자로 설명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저마다 품은 삶의 가치에 따라, 성공의 의미는 수없이 달라진다.

“반지의 제왕”, 이 영화 속 골룸에겐 절대 반지를 나만의 프레셔스로 만드는 것이 바로 성공이었다. 현실에서의 누군가에게는 저절로 불어나는 통장 잔고가 성공의 상징이 된다. 또 어떤이는 명문 대학 강단에 서봤다는 것을 성공의 한 사례로 평생 자랑하고 싶어 한다.

다른 의미로 성공을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겐 남을 위해 자기 지갑을 여는 것이 성공이자 삶의 의미이다. “억만장자가 아닌 억만장자”로 알려진 기업인 척 피니씨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서명한 수표가 부도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원 안에는 이제껏 모아온 평생의 부를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겠다는 피니씨의 의지가 담겨 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그의 말 역시 울림이 컸다. 피니씨에겐 온전한 기부가 바로 성공의 동의어였던 셈이다. 실제로 그는 1989년 이후 15년 동안 모두 75억달러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했다.

밴쿠버 한인사회에서도 성공의 가치를 나눔에서 찾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 이 중 대표주자격이 지금부터 지면을 통해 언급될 “밴쿠버한인장학재단”이다. 재단 이사장인 오유순씨를 만났다.



장학생 네트워크, 미래 성공을 여는 열쇠
밴쿠버한인장학재단(이하 장학재단)을 소개할 때 숫자는 참 요긴하게 쓰인다. 장학재단의 출발점은 1999년,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학생 551명이 장학금 61만5600달러를 나눠 받았다. 올해에도 40명 가량이 장학생으로 선발돼, 적게는 1000달러, 많게는 5000달러까지 장학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한인사회 내부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장학금이 전달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1999년 당시의 장학생은 8명, 전체 장학금 규모는 4200달러였다. 장학재단이 급속히 뿌리를 내리고 그 몸집을 키운 건 오유순씨가 이사장직을 맡은 2002년부터다. 2007년에는 학생 75명에게 8만2900달러가 지급되기도 했다. 오유순씨는 지난 2008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약 30만달러를 장학기금으로 조성했고, 이후에는 재단 이사로만 활동했다. 그러다 최근 전임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재단 이사장직을 다시 수행하게 됐다. 



장학재단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떠안게 된 거군요.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이사장직을 권유했지만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차세대가 장학재단을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어찌됐건 남들에게 괜한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 같아 급한대로 제가 일단 이사징직을 맡기로 했습니다. 장학생 선정이다, 장학의 밤 행사다 해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거든요. 

부담이 크겠습니다.
장학재단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데, 그런 면에서 걱정이 됩니다. 2002년, 그러니까 제가 장학재단 이사장을 처음 했을 때에는 가수 조영남씨를 초청해 공연을 열기도 했어요. 장학재단 홍보 차원에서 말이죠. 지금은 어떤 방법이 좋을 지 궁리 중에 있습니다.

장학재단의 지명도는 이미 높지 않나요?
그렇긴 해도 더 많은 관심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단 활동이 결과적으로는 한인사회의 미래와 연결되니까요.

왜 그렇게 보고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장학재단이 만들어진 근본적 이유는 학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겠지요. 하지만 이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또 있습니다. 장학생들간의 네트워크 결성, 바로 이것이 장학재단의 또 다른 존재 이유라고 생각돼요. 장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만들어질테고, 이를 토대로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될 겁니다. 이점이 저를 포함한 재단 이사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지금 얘기된 네트워크가 바로 “밴쿠버한인장학재단 동문회”(VKCSF Alumni Association)인 거죠?
예 맞습니다. 10년 전 쯤에 그 모임이 조직된 것으로 아는데, 최근 들어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멘토를 자처하고, 대학 전공과 관련해 입학 설명회를 열고, 또 장학금을 조성해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저로선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한인 2세들에게 거는 기대가 커보이는데요.
우리가 캐나다의 가장자리에서만 맴돌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이민자가 아니라 이 땅의 주인으로 당당히 자기 주장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죠. 2세들에게도 이런 태도는 당연히 요구되는데, 실제 그러려면, 다시 말해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요. 

그 역량이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능력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는 후세들에게 시간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성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야겠지요. 길이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능력껏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가지 더 조언한다면 꿈과 관련해 자신만의 설계도를 그려보기를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 25세까지는 학업에 매진했고 결혼 후 45세까지는 자녀교육에 신경썼습니다.  55세까지의 제 인생 설계도에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50대 중반부터는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오유순 이사장은 "기부활동은 우리 미래 사회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부금은 전액 학생들에게 전달돼

자, 다시 장학재단 얘기로 돌아가 보지요. 일단 장학생 선발 기준이 궁금합니다.
서류에 큰 문제만 없다면 신청자 대부분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구요.

집안 형편에 따라 장학금 수여 여부가 결정된다고 들었는데요.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집안이 유복하다고 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건 결코 아니에요. 얘기했다시피 장학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한인 2세들간 네트워크 결성이니까요. 때문에 집안 사정이 좋다는 이유로 이 네트워크에 들어올 기회, 그러니까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덧붙여서 얘기하면, 장학생을 선발할 때는 비전 에세이, 학업 성적, 자원봉사 활동, 추천서 등을 전부 고려하게 됩니다.

장학재단 이사로는 현재 어떤 분들이 활동하고 있습니까?
저를 포함해서 최기영, 이해수, 신두호씨 등 12명의 이사가 있습니다. 기부 활동을 살펴보면 금융 쪽에서는 HSBC가 꾸준히 도움을 주시고 있어요. 물론 다른 금융기관, 다른 기업들의 기부 참여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기부자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항상 그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첫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 장학재단은 10년간 1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현재에는  HSBC장학금, 아르고밴처장학금, 고 신기락박사 장학금, 한인 인베스트먼트 장학금, 뉴이스트 장학금,박민철장학금, 오유순약국장학금, 고 최귀암 장학금, 고 강시호 장학금, 장학재단 동문회 장학금, C3 리더십장학금, HYPE 장학금등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이름의 장학금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기부금은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습니까? 대개의 자선단체들이 기부금 일부를 운용비로 활용하고 있는데, 장학재단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장학재단의 최대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기부금은 100% 학생들에게 전달됩니다. 이렇다 보니 기부자는 수혜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고, 또 학생은 어떤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는지 알게 됩니다. 기부한 금액에 대한 세금 영수증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학재단 운영 경비는 오유순 이사장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올해에도 “장학의 밤” 행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10월 4일 오후 6시 버나비 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저희로서는 그 행사가 매번 소중합니다. 장학 재단 기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한인장학재단 문의 (604)939-8311, 100-504 Cottonwood Ave. Coquitlam. 
홈페이지 VKCSF.org 이메일 info@vkc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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