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검은 돈세탁 천국’ 불명예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최종수정: 2018-01-15 12:20

세계 돈세탁 비중 20% 점유...연방경찰, 매년 150억달러 추정 부동산 및 기업 소유주 안 밝혀도 되는 법 허점 노려 검은 돈 몰려

캐나다가 ‘검은 돈 세탁 천국’으로 지구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세계 각지의 ‘떳떳하지 않은 돈’이 캐나다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의 최종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강제로 밝히지 않고 있는 캐나다의 유독 허술한 법제를 이용해 캐나다에서 돈세탁을 하려는 수요가 점증하고 있다.

특히 밴쿠버, 토론토 등 캐나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이 검은돈의 세탁 창구가 되면서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캐나다가 ‘세계 돈세탁의 본거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세탁 통로로 먼저 꼽히는 건 부동산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밴쿠버의 최고가 부동산 100곳 중 46곳의 실소유주를 파악하지 못했다. 29곳의 서류상 소유주는 유령회사였다.

연간 전 세계 검은돈의 20% 정도가 캐나다에서 세탁된다는 통계도 있다. 이 같은 돈세탁을 캐나다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것에 빗대 ‘스노워싱(snow-washing)’이라 비꼬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정체불명의 기업들이 돈세탁을 위해 유학생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지난해 밴쿠버에선 집값이 폭등, 이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이 도시 밖으로 내몰렸다.

토론토에서는 한 중국계 캐나다인 사업가가 범죄자금 돈세탁 혐의로 지난달 기소되기도 했다. 이 사업가는 연방자유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도 만난 적이 있어 더욱 파장이 컸다.

이처럼 검은돈이 몰리는 건 자산의 최종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는 걸 의무화하지 않은 캐나다의 부동산 등기 및 증권법 때문이다.

캐나다 부동산 등기법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자금출처조사를 주택등기부에 법적으로 밝히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증권법상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은 자산 소유주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2000년에 통과된 돈세탁방지법이 은행과 보험사 등으로 하여금 거래업체의 실소유주를 최대한 밝히게 했지만 강제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실제로 검은 돈이 몰려드는 가장 큰 매력은 개인 회사 설립보다 도서관 카드를 만들 때 더 철저하다고 할 정도로 기업 설립이 너무 쉽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연방경찰은 매년 150억 캐나다 달러가 자국에서 돈세탁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법제를 바꾸려 해도 지방정부의 권한이 분리돼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지난달 연방정부가 각 주정부 대표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기업에 자산 최종소유권 공개를 ‘권장’하는 수준의 결론을 내는 데 그쳤다.

설사 법을 바꿔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기업 변호사가 관련 정보를 정부에 넘기는 게 변호사와 고객 간 신의에 어긋난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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