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뉴스 못보겠다”… 온 國民이 ‘트라우마’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news@vanchosun.com

최종수정: 2014-04-18 15:05

침몰 참사에 교감自殺까지… 소화 안되고 일손 안 잡혀
전 국민이 집단적 패닉(panic·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여객선 침몰 뉴스를 차마 못 보겠다는 이들도 있다.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될 때마다 허탈한 심정을 가누지 못한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허망한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한 집단적 죄책감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급기야 안산 단원고 교감은 목을 매 생을 마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럴 때일수록 긴박하게 돌아가는 구조에 집중하고, 우선은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이성적 행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아무리 가슴이 먹먹해도 후진적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를 새로운 합리적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희생자 관련자와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트라우마(trauma)를 주지 않는 길이라는 것이다.

◇안산 학생들 2차 트라우마 우려

18일 오후 안산 단원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경기도 안산시 고대안산병원 영안실에는 안산에 있는 각 학교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일부 학생은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이를 보는 많은 이들은 숨죽여 흐느꼈다. 이날 영안실을 찾은 학생들은 사망한 학생들과 어릴 적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이었다.


<▲ 大邱서도 全州서도 무사 생환 기원 촛불 밝히다 (위 사진)18일 밤 대구시 중구 계산성당에서 한 모녀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승객들의 생환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아래 사진)18일 오후 전북 전주시 경기전 앞에서 시민들이 리본 달린 우산을 펴 놓고 세월호 실종자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뉴스1 >

이번 사고에서 구조되어 고대안산병원에 있는 학생들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아이들의 얼굴엔 여전히 죽음을 경험한 두려운 빛이 역력했다. 병원 측은 단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과적 검사를 한 결과, 대부분이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진료를 담당한 한 의사는 "일부 학생들이 마치 멀쩡해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아직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멍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통상 사고 후 한 달이 지나고 나서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로 사고 후 1~2주가 지나고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우울·불안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존 학생들에 대한 심리적인 치료는 지금부터가 관건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인제대의대 백병원 우종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 상황에 놓였던 학생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고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차분하게 통상적인 생활 환경으로 돌아가게 하면서 정신적인 지지 치료를 하는 것이 2차 트라우마를 적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이 트라우마 겪는 상태

이번 사고는 안산시를 넘어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 국민이 죽음을 목도하면서 간접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수(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경기도 정신보건센터장은 "사회적 공감대가 크고 밀접한 인적관계를 형성한 우리나라 특성상 이번 사고는 내 가족이 희생당한 것처럼 감성을 자극한다"며 "그렇다 보니 마치 나 자신이 잘못을 한 것처럼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단원고등학교 교감의 자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슬픔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받아들이고 품어줘야 하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자로만 향해서는 안 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죄책감이 되어 또 다른 슬픔을 만들어 내는 고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죽음을 초래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고를 경험한 뒤 반복적으로 사고를 떠올리거나 꿈을 꾸며 심한 고통을 겪는 것. 만성적인 우울·불안 증상및 인지 장애를 보일 수 있다.

☞트라우마(Trauma)

외상(外傷)을 뜻하는 의학 용어. ‘정신적인 충격’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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