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북어포… 뭐든 잘 삶은 면 만나면 훌륭한 파스타 될 수 있죠”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최종수정: 2012-03-16 13:29

1 고추장 북어보푸라기 카펠리니. 2 김치 스팸 스파게티. 3 꽁치통조림 페투치네. 한국 어느 가정 냉장고에건 들어 있을 김치, 스팸, 꽁치통조림 따위의 재료가 파스타로 멋지게 변신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요리사들이 알려주는 한국형 파스타

파스타라고 하면 고급 이탈리아 요리라고만 아는 이들이 많다. 젊은 요리사 안성수(35)씨와 안성환(31)씨, 박성우(29)씨는 "파스타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단순하고 편한 이탈리아 국수"라고 강조한다. 또 "파스타는 더 이상 이탈리아만의 음식이 아니다"고 말한다. 파스타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그 나라, 지역의 음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파스타들이 등장한 만큼, 이제는 이탈리아 요리만으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파스타를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면 어떨까? 세 요리사가 요리책 '셰프의 홈파스타'(비타북스)를 통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이들은 책에서 '파스타는 비싸고 어려운 서양요리'라는 편견을 깬다. 김치, 스팸, 된장 등 한국 어느 집이든 냉장고만 열면 볼 수 있는 손쉬운 재료, 혹은 처치 곤란해 남아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다양한 파스타 레시피를 제시한다. 이들에게 실제 집에서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파스타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들이 알려준 파스타는 다섯 가지. 이 중 '꽁치통조림 맥주 페투치네'와 '고추장 북어보푸라기 카펠리니'는 "너무 싸고 흔한 재료라 차마 요리책에 싣지 못한 파스타"란다.

통조림 꽁치? 고추장? 북어포? 도무지 파스타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재료들이다. 그런데 맛을 봤더니 예상보다, 아니 그동안 먹은 웬만한 파스타보다 훨씬 맛있고 입에 맞는다. 그리고 쉽다. 집에서 꼭 따라 만들어 보길 권한다.

한국조리사관전문학교 교수인 안성수(오른쪽)씨와 서울 이태원 레스토랑 오키친 부주방장 안성환(왼쪽)씨는 “파스타는 원래 평범한 재료로 만드는 소박한 이탈리아 가정식”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근무 중인 박성우씨는 함께하지 못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김치 스팸 스파게티 (2인분 기준)

한국사람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김치와 스팸으로 만드는 파스타. 김치와 스팸의 강한 맛을 치즈와 땅콩가루로 누그러뜨리는 것이 맛 포인트이다.

재료 스파게티 140g, 김치 30g, 스팸 50g, 김칫국물 2큰술, 체더치즈 2장, 땅콩가루·소금·후추 약간

① 김치와 스팸을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썬다. 스파게티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8분 삶아 건진다. 체더치즈를 잘게 간다.

② 프라이팬을 달구고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른 뒤 김치와 스팸을 볶는다.

③ 2의 프라이팬에 삶아 건져둔 스파게티 면을 넣고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④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고 1의 체더치즈와 땅콩가루를 뿌려 낸다.

꽁치통조림 맥주 페투치네 (2인분 기준)

술안주로 먹고 남은 꽁치와 역시 마시다 남은 맥주를 처치하려고 개발했단다. 구수한 꽁치와 달착지근 향긋한 대파가 잘 어울린다. 맥주는 꽁치 비린내를 잡아주고 요리에 구수한 맛을 더한다.

재료 페투치네 140g, 통조림 꽁치 ½캔, 대파 ½단, 맥주 100㎖, 마른고추 3개, 깻잎장아찌 2장, 산초가루 약간

① 꽁치를 캔에서 꺼내 뼈를 제거하고 살만 발라낸다. 대파를 동그랗게 채썬다.

② 페투치네를 소금 넣은 끓는 물에 8분 삶는다.

③ 프라이팬을 달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다음 대파와 건초추를 볶다가 꽁치살을 넣고 맥주를 부어 끓인다.

④ 맥주가 졸아들면 2의 삶아 건져둔 페투치네를 넣고 볶는다. 꽁치 통조림에 든 국물을 두 큰술 넣어 간을 맞춘다.

⑤ 페투치네를 접시에 담는다. 가늘게 썬 깻잎장아찌와 산초가루를 뿌려 낸다.

Tip. 페투치네(fettuccine)는 칼국수와 비슷하게 생긴 길고 납작한 파스타다.

―맥주는 아무것이나 상관없지만 벨기에, 독일 등에서 마시는 밀맥주를 넣으면 더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된장 스파게티 (2인분 기준)

된장의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과 토마토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진 색다른 조화를 맛볼 수 있다. 일반 된장보다 순하고 고소한 보리된장이나 애된장을 이용하면 더 맛있다.

재료 스파게티 140g, 애된장 또는 보리된장 3큰술, 토마토소스 2큰술, 방울토마토 6개, 멸치 5마리, 쪽파 1줄기, 잣 1작은술, 건포도 2큰술, 물 2컵

① 방울토마토 3개를 이등분 한다. 쪽파는 1.5㎝ 길이로 어슷썰기 한다. 잣은 기름기 없는 프라이팬에 노릇해질 때까지 약불에서 볶는다. 건포도는 뜨거운 물에 불린다.

② 스파게티를 소금 넣은 끓는 물에 8분 삶는다.

③ 멸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기름 없이 달군 프라이팬에 30초 중불에서 볶는다. 물 2컵을 넣고 멸치 향이 날 때까지 10분 정도 강불에서 끓여 멸치육수를 만든다. 멸치육수의 불을 약불로 줄이고 멸치를 건져낸 다음 애된장 또는 보리된장을 체에 내려 풀고 뚜껑을 닫아 10분 더 끓인다.

④ 3에 토마토소스를 섞고 스파게티를 넣어 센불에 볶다가 이등분한 방울토마토를 버무린다.

⑤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고 나머지 방울토마토와 어슷썬 쪽파, 볶은 잣, 불린 건포도를 뿌려 낸다.

마늘종 쇠고기 부카티니 (2인분 기준)

마늘을 즐기는 한국사람 누구나 입에 맞을 파스타다. 마늘과 마늘종에 쇠고기를 더해 간장소스에 볶는다.

비타북스 제공
재료 부카티니 140g, 쇠고기(홍두깨살) 200g, 마늘 5쪽, 마늘종 4줄기, 식용유 2큰술, 육수¼컵, 소금·후추 약간씩, 간장소스(배 ¼개, 청양고추 1개, 양조간장 5큰술, 굴소스 2큰술, 물엿 2큰술, 맛술 1큰술)

① 배는 강판에 갈고 청양고추는 5㎜ 두께로 채 썬 다음 나머지 소스 재료와 섞는다.

② 쇠고기를 저며 간장소스에 30분 재운다.

③ 마늘을 2㎜ 두께로 썬다. 마늘종은 끓는 물에 1분 데쳐 찬물에 식혀 5㎝ 길이로 썬다.

④ 부카티니를 소금 넣은 끓는 물에 12분 삶는다.

⑤ 프라이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썰어둔 마늘을 볶다가 노릇해지면 마늘종을 넣고 수분이 날아가도록 센불에서 살짝 볶는다.

⑥ 5에 양념한 쇠고기를 넣고 센불에서 구운 다음 4의 부카티니와 간장소스 5큰술, 육수를 넣고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해 낸다.

Tip. 부카티니(bucatini)는 빨대처럼 굵고 가운데가 뚫린 파스타이다.

―풋마늘을 마늘종 대신 넣어도 맛있다.

고추장 북어보푸라기 카펠리니 (2인분 기준)

제사 지내고 난 뒤 냉동고에 보관해뒀던 북어포를 꺼내 파스타를 만들었다. 북어 보푸라기와 고추장이 어우러져 매콤하면서도 얼큰하다.

재료 카펠리니 140g, 북어포 또는 북어채 40g, 고추장 2큰술, 다시마멸치육수 2컵, 소금·후추·참기름 약간

① 북어포 또는 북어채를 믹서기에 보푸라기 느낌이 날 정도로 간다.

② 프라이팬에 다시마멸치 육수를 붓고 고추장을 푼다.

③ 카펠리니를 소금 넣은 끓는 물에 40초 삶는다.

④ 2의 프라이팬에 3의 카펠리니를 더해 국물이 졸아들도록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하면서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넣어준다. 국물이 자박자박한 상태가 되면 갈아둔 북어포를 넣고 고루 섞는다.

⑤ 접시에 담고 참기름을 뿌려 낸다.

Tip. 카펠리니는 '천사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카펠리니 단젤로(capellini d'angelo)'의 줄임말. 금방 익으니 소금물에 따로 삶지 않고, 고추장을 푼 다시마멸치육수에 처음부터 넣고 볶아도 된다.

―다시마멸치육수는 시판제품을 사용해도 되지만, 물 500㎖에 다시마 10g과 국물용 멸치 20g을 넣고 공기방울이 바글바글 올라올 때까지 끓여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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