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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설비 세간살이       구색 맞춰 쓸모있고       수학책 속 공식처럼       차곡차곡 채운 공간       날렵한       맵씨에 군침도는        그림 속의 집이란다       침대 놓고 살림 놔도       마음 놓을 곳도 없는        미적분 풀어 지은       연애보다 비싼 집값     ...
문현주
화음(和音) 2023.04.03 (월)
   텃밭에 봄 채소 씨앗을 다독 다독 뿌려 놓고 밭 둑에 앉으니 햇살이 눈부시다. 여기저기 검 불 속에서 지난 겨울을 이겨낸 잡초들이 다투어 돋아 난다.봄은 그래서 자애로운 어머니.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따뜻이 녹여 서로 화해의 손을 잡게 한다.자연의 섭리란 참으로 신비하고 위대하다. 꽃 다지는 작은 키를 돋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양지 쪽 어느 곳이든 조촘 조촘 돋아나서 제 나름의 작고 노란 꽃을 피우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도 보아...
반숙자
춘곤 2023.04.03 (월)
4월 한낮은몽롱하다여기 저기 쏟아진 봄 볕이와글거리는 거리를 향해열리는 창들엄청났던 추위 속에서도봄은 창에 손을 얹고 있었던 가 보다연 녹색 담쟁이 이파리들고물 고물찬바람에 긁혔던 벽을 덮어가는데기침 소리 새어 나갈라벽은알약 하나 집어먹는다밤새운 통증으로부은 눈은너무 눈 부시다
김귀희
마지막 파티 2023.03.28 (화)
     죽기 위해 병원에 들어온 환자. 그 환자에 대해 보고받은 순간, 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병원에 들어온다고 모든 환자가 살아 나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살기 위해 입원했고, 우리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이 환자는 죽기 위해 들어왔다. 그것도 내일. 죽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었다.2016년 캐나다에도 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 조력사)가 합법화되었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의학적으로...
박정은
거울 앞에서 2023.03.28 (화)
나의 사십 대는 갔다생존 앞에 서면 늘 끼니를 대신한 얼굴로사통팔달의 물꼬로 한 획을 그었던 고온 다습했던 내 사정은 피라미처럼 훌쩍 빠져나갔다 각질층이 몇 가닥의 주름 사이로나이테를 긋고 있다토막 난 사연들이 짐을 챙겨기억 저장고로 자리를 옮기고목살 두께로 칸막이를 친다대기압에 눌린 수증기처럼살아 남은 속살은 얼굴 옆선으로만 모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시간은가을이 되기 전 길을 채비했다떨어지는 꽃을...
김경래
  우리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다 보니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이 나의 큰 관심사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을 기록했다고 발표되면서 국가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결혼과 출산 문제이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로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결혼율 하락과 저출산에 대한 원인과 대책들이 국가 중심...
김선희
신호등도 없는 건널목에서힘겹게 끌고 가는할머니의 짐 수레를 보고승용차 하나 서서히 멈추더니말없이 도와주고아무일 없다는 듯이유유히 사라져 가니언젠가 보았던들꽃 한 송이 생각난다바람에 쓰러진 들 풀에잠시 어깨 내주고 함께 일어나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세상 한구석을환하게 비추던 작은 꽃 한 송이이름은 몰라도 좋을한줄기 빛
김희숙
봄이 묻더이다 2023.03.20 (월)
봄이 묻더이다꽃들이 왜 피는지 꽃들은 알까 하고 물었더니꽃들도 왜 피는지      모른다 하더이다       봄이 묻더이다하늘은 왜 또 파란지하늘은 알까 싶어 물었더니하늘도 왜 푸른지         모른다 하더이다       봄볕이 좋아풀 향기가 좋아푸른 들 꽃동산을 뛰며 구르니꽃들이 왜 피는지   하늘은 왜 또  파란지그냥그냥알겠더이다
늘샘 임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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