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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75 2023.03.13 (월)
중앙일보 이영희 도쿄 특파원이 쓴 "75세인가요, 죽는 게 어때요?" 초고령사회 日 뼈 때린 영화 [도쿄B화]란 기사는 그냥 한 번 읽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충격적이다.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PLAN 75)이 국회를 통과해’ 노인이 죽기를 원한다고 국가에 신청하면 국가가 죽도록 해주는 제도를 설정하고 영화는 전개된다고 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국가는 10만 엔의 위로금을 주고, 담당 공무원이 직접...
송무석
나이아가라 눈물 2023.03.13 (월)
저 먼데 손짓하는대 자연의 서사시떼를 지어 오르는 새들이물보라를 만나무지개 꽃으로 피어나는 나이아가라 폭포나는 오늘그 폭포 눈물 안을 걷는다끝없이 쏟아내는 하얀 눈물가슴 풀어헤치는 아우성 곡(哭)그것은세상소리 모두 모아온누리 눈물 다 담아아래로 손잡고절규하는 물 천둥소리찬란한 눈물길을 거닐다거대한 물 안개속에서말갛게 씻긴 얼굴로 나오리라폭포 눈물아래바닥을 치고 솟구쳐 오르는수정 물방울 꽃처럼바위 만들레...
김계옥
내게 임한 기적 2023.03.13 (월)
  기묘년 (2023년)을 맞아 새해 인사를 나누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정 2월 다 가고 내일이면 춘 3월이 된다. 지난 이틀간 계속 내리던 눈이 오늘 아침도 내린다. 손주들이 다니는 학교는 휴교 됐고 폭설 경보가 공표됐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나며 옛날 어머니의 결단으로 이북에서 남한으로 탈출하던 때 생각이 났다. 나의 소년기는 6.25전쟁 (1950년 6월 25일)이 일어난 때였기에 그렇게 그립다고 할 만한...
김의원
겨울 숲에서 2023.03.13 (월)
한나절 눈이 왔다시나브로 흩날리던 눈 발이제 진눈깨비로 내린다내려앉은 하늘 아래홀로 발걸음 서성이던작은 울새 한 마리호랑가시나무 가지에 앉는데겨울 하루 시간이 기울수록푸르게 돋아나는 나뭇잎그 잎을 타고 흐르는 방울물은 가시가 되어 콕콕여린 등을 찌른다한순간 뜨거운 마음사그라질 한낱 불티 되겠지외면했던 시간을 돌아와너의 가슴에 꺼지지 않고매달려 있는 불씨를 본다깊고 긴 기다림을 태우며붉게 살아 있는 너를 만나온몸...
강은소
나무들 침묵하다 2023.03.06 (월)
나무 하늘의 교신 뻗은 가지로 한다나무 내민 손 새들을 훔친다나무 저 미친 나무들 제 그늘로 주리를 튼다나무 우듬지에 새 둥지를 흔든다나무 나이에 걸맞은 높이와 넓이로 자라 생성하는 둥근 것 들을 맺는다나무 제 그늘 사람이 즐겨 찾게 한다나무 해와 달과 그림자 놀이한다나무 바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나무들 이 많은 사단을 벌여놓고도누가 물으면 그저 침묵침묵이다.
김회자
미나리와 파김치 2023.03.06 (월)
상반된 이미지의 미나리와 파김치는 둘 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집에 있을 땐 파김치가 되어 축 늘어져 있다가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즉시 생기가 돌며 파릇파릇한 미나리가 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런데 이 별명을 지어준 사람이 친구가 아닌 울 엄마이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딸의 신체적, 정신적 특징을 정확히 간파하신 훌륭한 어머니로 꽤 인기 있는 우리들의 엄마로 통했다. 감기와 몸살로 이틀 앓고 있으면 울 엄마는 삼 일째...
예함 줄리아헤븐 김
기적 같은 인연들 2023.03.06 (월)
   50살 생일 선물로 줄 멋진 센터피스 꽃 장식을 골라 들고 득의 만만한 얼굴로 계산대로 오던 손님이 갑자기 발길을 멈춰 섰다.근래에 나온 활짝 핀 하얀 서양난 세 그루가 예쁘게 심겨진 화분에 멈춘 시선을 떼지 못하고 환성을 질렀다. 들고 있던 센터피스를 제 자리로 가져다 돌려 놓고, 그 서양난을 들고 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서양난이고 값은 두 배나 비싼데 괜찮겠냐고 하니 왜 이렇게 예쁜 꽃을 가짜라 하냐며 장난치지 말라고...
이은세
선운사에서 2023.03.06 (월)
억겁의 세월을 담고침묵하고 있는 검은 초록 연못천 년의 혼으로 켜켜이 쌓은 겸손한 토담 숨쉬기도 바쁜 속세의 삶풍경 소리 잠시 놓아두고 가라 하네포근히 안아주는 어머니 품 같은 선운사근사한 詩語 하나 건져갈 것 없나 하는 이기심에탁한 머리 식히고 가라는 자애로운 부처의 미소도 외면한 채동백꽃과 꽃 무릇 때 맞춰 오지 못한 것이 못 내 아쉬워경내를 건성으로 돌며 고색 찬란한 사찰 분위기를 두 눈에 넣기만 바쁘다설 자란...
김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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