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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파리 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소요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 이민 가정의 소년이 미국도 아닌 프랑스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데 대한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관용을 앞세우는 프랑스 시민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이다. 세계 어디서나 이민자들은 노골적이거나 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기 마련이다. 그게 이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유독 프랑스는 데모가 자유롭다. 그런가...
정관일
시가 있는 거리 2023.09.06 (수)
우장산 거리에는벚꽃, 목련이 형이네 아우네앞 다투어 피어 코끝을 간지럽히고활짝 핀 라일락이 눈 깜짝할 사이사라지면 초록 잎은 기다린 듯마음껏 기지개를 켠다가을 문턱에 들어서나 했더니뜻하지 않은 비바람 손님이 들이 닥쳐놀라서 그만 떨어진 잎사귀 뜨락에 뒹군다아쉬워 자꾸만 뒤돌아 보는데청소부 아저씨는 말도 없이지그 재그 낙엽을 쓸어 담고아이들이 기다리는 유치원으로발걸음을 옮기는데 시는 자꾸만뒤따라 온다
유우영
여름의 이집트 2023.09.01 (금)
영원을 꿈꾸며 신이 되고 싶었던 삼천 년이나 늙은 왕이 유리 상자 안에 누워 살아있는 자들을  맞이한다불꽃 사막에 우뚝 서 있는 피라미드왕가의 계곡은 이글거리는 더위에도  죽은 자에 쏠리는 사람들의 놀이터이다홀로 찍은 사진 속엔 몰래  뛰어든이집션 아이들의 미소가 유령처럼 나타나고폴리스 바를 외치는 가이드  앞에한마디 못 하고 서글피 돌아서는 이집션 마부가 있어허영처럼 마차에 앉아 있던 나는 얼굴을...
김영선
공짜집 2023.09.01 (금)
1년 동안 미치도록 사랑한 장소가 있다. 그곳은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장소였고, 가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들락거렸다. 내가 드나든 그 곳은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가까운 캘거리 외곽에 위치한 한 주택이다. 지금부터 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집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려 한다. 2019년, 어느 날, 집을 공짜로 준다는 믿기 어려운 뉴스를 보게 되었다. 캘거리 외곽에 ‘밀러 빌’이라는 마을에 작은...
김보배아이
  막내딸이 지난 5월 멕시코 칸쿤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5월의 신부가 되었다. 양가 직계 가족과 신랑, 신부 친구들 각 3쌍씩만 초대한 조촐한 결혼식이었다. 신랑, 신부 친구들은 7박 8일간의 모든 경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따로 청첩장도 만들지 않았고 축의금도 일체 사양했다. 반강제로 주시는 분들만 어쩔 수 없이 받았다.칸쿤 공항에 도착하니 수십 명의 제복 입은 직원들이 일렬로 도열해서 우리를 영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
이현재
검푸른 바다 위로 내리 꽂히는Plunging over the dark blue sea이른 아침 태양의 광선Rays of the early morning sun총총한 윤슬이 별 무리되어Sparkling ripples become a group of stars고즈넉이 흐르고Quietly flows따라붙는 그 후광의 빛 줄기안에 Within the light of the halo that follows노 젓는 또 다른 나Another me rowing또렷한 내 그림자의 호젓한 동행The quiet companion of my clear shadow때를 만난 달덩이 물해파리 떼A swarm of Moon jellyfish met at the right moment내 발 밑에서 보란 듯이 몽실몽실...
김혜진
가난한 부자 2023.08.21 (월)
 지난 여름. 마치 홍역을 치르고 난 아이처럼 휘청거리는 다리로 과수원을 한 바퀴 돌았다. 아침 이슬이 파랗게 내린 풀 섶은 영롱한 구슬이 구을고 엊그제 씨를 넣은 열무 밭엔 씨를 물린 열무 잎이 속속 솟아나고 있다. 내가 아팠던 며칠, 상치는 냉큼 커서 꽃망울을 줄줄이 달고 섰고 땅을 기던 호박 넝쿨은 어느새 기어 올라 아카시아 나무 기둥을 칭칭 감았다.  가슴을 활짝 편다. 기지개를 켠다. 푸성귀 냄새 같은 바람이다. 달그므레한 젖 내...
반숙자
능소화 마을 2023.08.21 (월)
문익점 18대 손 문경호가 500년 전이곳 인흥 마을에 터를 잡았다그 뒤 같은 집안 대소 아홉 가구가이 마을에 자리를 잡고 산다붉은 흙 벽돌 흙 담들이골목 이쪽저쪽에 예스럽게 서 있다한옥의 기와 지붕과 어우러진 골목길언제나 변함없이 고풍스러운 멋을 보여준다그 흙담 위로 6월이면 능소화 곱게 핀다붉게 피어나는 꽃붉은 빛이 붉은 담과 어우러져 눈부시게 환하다양반 집 앞마당에 심는다는 양반 꽃붉은 빛이 여염 집 여인네처럼 보이지...
조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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