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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추수 감사절 다음 주, 제주도 앞 바다에서 들개처럼 방황하던 캠퍼를 구해 준  이효리씨와 그의 친구 인숙 씨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녀들은 우리 집에서 1박을 부탁했고 터키 디너도 가능한지를 문의해 왔다. 전 주에 우리는 이미 추수 감사절 터키를 먹었지만, 그들을 위해서 아들 내외와 가까이 사는 딸이 기꺼이 준비했다. 그때 나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편도선을 앓고 있었기에  정중한 인사와함께  아이들과...
김춘희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이 세상 모든 자식들을 위해 스스로 길이 되고자낮게 아주 낮게엎드리고 또 엎드린다 천개 만개의 생각으로 우리를 키우시고손가락 열 개로 작은 세상을 만들어 주시고그리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이르러엉엉 울어보는 어머니어디를 건드려도 젖은 눈물이 되는어머니 어머니 요람에서 걸어 나와어느 날 측백나무 허리 둥치만큼훌쩍 커버리면어느새 우리는 집을 떠날 때가 온 것이다 어머니의 유리창에보고...
김영주
나이 80 깔딱고개 2023.05.24 (수)
 며칠 전부터 허리가 아파 바로 서서 걷기조차 힘들고 차도 겨우 올라 타고 내리고 하니 그 아프고, 불편함이 충치 앓는 것 보다 더 심한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동네 카이로프랙터에 가서 치료를 받기로 하고 벌써 2차례나 카이로프랙터의 손 아래에서 뼈 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우드득 우드득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앞으로도 몇 차례나 더 가야 할지를 모르겠다. 일이라곤 집사람 장 보러 가면 그 때 산 물건이나 들고 왔지 뭐 특별히 중 노동을 했다는...
정관일
너는 늘 그 자리에 우뚝 솟아색색 꽃으로 환희의 노래를 부른다.사라졌다 일어나는 꽃봉오리가아득한 옛 시악시로 오만하기까지 하다.거기 그대로 뿌리 박고누구보다도 앞서 일어날 채비로숨 가쁜 너의 요염함에오슬 오슬 가슴이 떨린다바람이 후루루루하얀 꽃 눈으로 오솔길 발자국 덮어두고지나던 연인의 두 눈동자 뜨겁고 애처롭다4월은 서서히 지나가는데저 산봉우리에 걸린 노을 홍조를 띠고시간이 아쉬운 연인들안타까운 젊음을...
강애나
꽃바람 깃들어 2023.05.15 (월)
오월은그 무엇이라도벚꽃 같은 바람 깃드는 시절 날 찾아온 꽃바람부끄러이 꿀꺽 삼키면민들레처럼 번져오는 다정한 얼굴들 꽃이 핀다사람이 핀다내 그리운 어머니목단꽃으로 살아나고기억의 꽃송이 물오르고다섯 살 손녀는 즐거운 참새아련히 밀려오는 푸른 꽃향기에할미꽃도 살짝궁 고개를 든다 애잔하구나안아볼 수 없는 것들이여사랑스러워라오월의 사람이여 꽃바람 깃들면 하늘 저편도하늘 이편도모두가푸른 꽃송이다.
임현숙
갑자기 떠난 여행 2023.05.15 (월)
  “엄마 우리 떠나요.” 저녁 늦게 퇴근한 딸아이가 현관문을 들어서며 외친다. 오늘 회사를 퇴직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예약해야지?” 두서없는 물음표가 튀어나오며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 떠나자는 말만으로도 가슴이 출렁거린다. 아직 방학을 안 했고 평일이니 캠프장에는 자리가 있다고 한다. 남편과 아들은 서로 눈을 맞추더니 지하실로 내려간다. 한 번도 쓰임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먼지를 쓴 채 박혀 있던 텐트를 찾기...
민정희
5월이 오면 2023.05.15 (월)
  해마다 봄이 오면 친정 집 뒤뜰에 붓 끝 모양의 푸른 잎이 무더기 무더기 돋는다. 아버지는 생전에 이 꽃을 유난히 사랑하고 상사화(想思花)란 세칭을 피하여 당신만은 모사화(母思花)라 이르셨다.  해토(解土)가 되기 무섭게 지표를 뚫고 용감한 기세로 돋아나는 모사화 잎은 오직 잎만 피우기 위한 듯 무성하게 자란다. 그리고 어느 날 무더위가 시작 될 즈음 초록빛 융성한 잎은 모두 죽어 거름이 되고 거기 죽음 같은 꽃 잎을 물고 연보라 빛이...
반숙자
오월 2023.05.15 (월)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뒤를 돌아보니 아카시아 꽃잎이하얀 이빨을 내 보이며 히히 웃고 있다아카시아 나무가 줄지어 선과수원 길 샛길에서우리들의 개 똥 철학은꽃잎이 질 때까지 끝나지 않았지소식 몰랐을 땐막연한 그리움이 마음 한 켠에차지하고 있었는데이제 그 자리마저 내놓아야 하다니훅 밀고 들어오는 옛 생각에다시 과수원 길을 뒤돌아보지만너는 여전히 따라오지 않는다친구야그곳에도 오월은 오니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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