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괴롭히지도, 괴롭힘 당하지도 맙시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2-24 14:11

[캐나다이슈] 매년 2월 25일 BC주의 불링(Bullying)에 반대하는 날
매년 2월 25일은 BC주의 불링에 반대하는 날(Anti-Bullying Day)이다.  불링은 우리말로 남을 괴롭히기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부터 이 날을 주정부는 공식 지정했다. 불링에 반대하는 날은 또 다른 이름으로 핑크셔츠데이(PinkShirt Day) 로 불린다. 분홍색 셔츠를 입는 날이란 뜻이다.

이 날 분홍색 셔츠 입기는 캐나다 국내에 사연이 있다. 2007년 노바스코샤주 센트럴킹스루럴 고교에 당시 재학 중인 두 12학년 학생이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가 불링을 당한 9학년 학생을 보고, 학교 전체가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하자고 제안한 것이 시초다. 데이비드 세퍼드(Shepherd)와 트래비스 프라이스(Price)는 처음에 인터넷으로 분홍의 바다(Sea of Pink)를 만들자고 했고, 이들은 친구들과 직접 50벌의 분홍색 셔츠를 사서 다음 날 등교해 이를 나눴다.

두 사람의 즉각적인 행동은 언론에 전파돼 북미주 전역에 분홍색 셔츠를 입는 날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자긍심을 살렸다. 세퍼드씨는 글로브앤 메일지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셔츠를 나눠주고 있을 때 불링 당했던 아이가 왔는데, 그 아이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무게를 어깨에서 덜어낸 듯한 표정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함께 행동을 한 프라이스씨는 “두 사람의 한 아이디어에 합심해 달리면 기적을 행할 수 있음을 배웠다”며, 핑크셔츠 데이는 드디어 누군가가 약한 아이를 위해 나선다가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 ”불링, 하지도 당하지도 방관하지도 맙시다”… 지난 2012년 2월 29일 BC주 주도 빅토리아 시내 중·고교생 600명이 불링에 반대하는 의미로 분홍색 셔츠를 입고 BC주의사당 앞에 모여 춤을 추는 ‘플래시맙’행사를 했다. 사진제공=BC주정부 >



◆불링은 무엇인가?

지 난 몇 년 사이 청소년 자살 사건 등을 거쳐 캐나다 정부부터 민간단체까지 불링을 없애자고 나섰지만,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불링을 분석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인간의 행동에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단기간에 뿌리 뽑을 수 있는 해법은 없다. 각 개인에게 불링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불링에 포함되는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고, 캐나다 국내 여러 기관과 단체는 불링에 반대하는 날 행사를 하거나 홍보를 통해 이를 알리고 있다.  북미에는 핑크셔츠데이 외에도 미국의 블루셔츠 데이 등 불링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단체가 적지 않다.

BC주 정부 보고서는 불링의 종류를 ▲물질적(physical) ▲언어적(Verbal) ▲ 사회·감성적(Social Emotional) ▲인터넷상(Cyber) 남을 괴롭히는 행위로 나누어 본다.

구 체적으로 물질적 불링에는 때리고, 차고, 꼬집고, 밀치고, 발을 거는 신체적 위해와 사람이 소유한 물건을 망가뜨리는 행위가 포함된다. 언어적 불링은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위해 사물 등에 사람을 빗대어 부르기(Name-calling)나 모욕, 말로 괴롭히기, 위협하기, 동성애나 인종혐오 발언, 폭언이 해당된다. 물질적 불링이나 언어적 불링은 당하는 사람이 알아차리기도 쉽다.

반면에 사회·감성적 불링은 당하는 사람이 알아차리기 어렵거나, 알아차린 후에는 상처가 깊어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감성적 불링은 상대방의 평판을 해하거나 창피를 주려는 행동을 총체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예 컨대 상대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를 살포하거나(중상모략), 부정적인 표정으로 바라본다거나, 상대를 당혹하게 또는 망신을 주려는 의도로 부적절한 농담을 하는 행동, 상대방의 행동을 저열하게 흉내를 내는 행동, 집단이 개인을 따돌리는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 BC주정부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아가 남아보다 이러한 사회·감성적 불링의 대상이 되는 빈도가 더 높다.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사회·감성적 불링은 당사자 모르게 하는 뒷말하기가 가장 흔하다. 가장 흔한 형태의 뒷말하기라도 상대방에게 거부 당하고, 우울하고, 억눌린 기분을 느끼게 하며, 가끔 상황의 해법이 없다는 답답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주정부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 이버 세계가 또 다른 하나의 생활 공간이 되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불링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악담을 퍼붓거나 망신을 주려는 사례가 가장 흔하다. 특정 청소년을 괴롭히는 웹사이트 개설부터 온라인 게임 중 망신주기, 문자메시지로 언어적 또는  사회·감성적 불링 가하기, 다른 청소년의 사진을 올리면서 평점 메기기 등 다양한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불링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어서, 예컨대 “아이의 침실에서조차 괴롭힘이 일어나기 때문에” 상당한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불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캐나다 사회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불링은 “누구나 불링을 당할 수 있고, 누군가 불링을 당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으며,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누구나 불링의 피해자·가해자·목격자가 언제든지 될 수 있다는 것.

캐나다의 반(反)불링 단체 중 하나인 프리브네트(Prevnet)는  불링에 대해 대응(Stand up)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단체의 2012년도 자료를 보면 캐나다 국내 불링은 특별히 문제 있는 아이에게 벌어지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흔해서, 무려 110만명의 청소년이 매주 최소 한 차례 불링을 당한다.

불링이 발생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그냥 바라보는 경우(54%)가 가장 많다. 심지어는 불링에 가담하는 경우(21%)도 적지 않다. 나머지 4건 중 1건(25)에서 불링을 말리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누군가 불링을 말리면 2건 중 1건(57%)이 10초이내 불링이 중단된다. 이미 대체로 많은 캐나다 아이들(83%) 불링은 불편한 짓이란 것을 알고 있다.

즉 누군가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불링은 그 빈도나 강도가 줄어들 수 있다.
대 체로  불링을 당하면 자신을 탓하지 말고 흔한 일인 만큼 주변에 개입을 요청하고, 불링하는 모습을 보면 못하도록 말리고, 불링에는 가담하지 말라는 것이 대응책의 요점이다. 다만 상황판단도 필요하다. 홀로 불링에 대응 할 수 없으면 무시하고 현장을 떠난 후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라고 BC주정부 가이드라인은 밝히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 불링을 아직 잘 모른다?

캐 나다에서 최근 교육받은 아이들은 불링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한인 조부모나 부모 세대는 불링을 잘 모른다. 한인 학부모와 상담해본 현지 캐나다인 교사에 따르면 불링을 자제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 당연한 행동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심부름 강요를 한국 문화의 일부라며, 상담거부 후 학교를 옮긴 사례가 최근 메트로밴쿠버 내에서 있었다.  해당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두 살 어린 학생에게 5달러짜리 햄버거 배달을 요구한 것이 무슨 문제냐고 주장했지만, 타인의 의지에 반해 명령하는 것은 협박으로, 선배라 명령권이 있다고 믿는 자체가 학교 측에는 사회·감성적 불링의 요소로 비쳤다. 문화적 차이를 주장할 부분도 있지만, 학교가 제시한 기준에는 왜곡된 선후배 관계가 허용 대상은 아니었다. BC주정부의 부모를 위한 불링 가이드라인을 보면 1번 항목이 “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라”이다. 

한편 최근 밴조선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일부 소수 이용자 사이에 문젯거리로 일부 사용자가 불링을 호소해온 바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 남을 평가해 모욕감을 주는 행동은 불링의 유형 중 하나다. 불링 행위는 대체로 문제 해결이나 올바른 정보공유가 아니라 감정의 충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결과물이 좋지 않다. 글을 남기기 전에 표현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인격을 훼손하지 않나 숙고해서 자제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BC주정부는 현재 불링에 관해 영어 외에도 불어, 펀잡어, 중국어 홍보·대응 자료는 마련해 배포하고 있으나, 한국어로 된 자료는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캐나다의 불링 대응 교육에는 “친절한 지역사회”나 “상호 존중을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란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자연이 천국이어도 친절이나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장소라면, 그 곳의 분위기는 천당보다 더 지옥에 가까울 것이다.
권민수 기자m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에서 가장 '핫'한 버거는?
버거 마니아들을 위한 레스토랑 주간 행사 ‘르 버거 위크(Le Burger Week 2018)’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성황리 개최됐다. 올해도 역시 분야별로 각 지역 숨은 레스토랑들의 시그니처 버거를...
볼거리&놀거리 <191>
북미 최대 영화제 중 하나인 2018 밴쿠버 영화제(VIFF)가 이달 풍성한 라인업과 함께 밴쿠버로 돌아온다. 영화 광신도들과 다큐멘터리 애호가들은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동아시아...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헬시족’이 늘어나면서 저마다의 컨셉으로 간편한 건강식을 제공하는 비건 푸드 전문점들이 늘고 있다. 비건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유기농...
오픈한 지 한달도 채 안됐는데 벌써부터 밴쿠버 맛집으로 떠오른 식당들이 있다. 한국-멕시칸 퓨전요리부터 보기드문 중남미 레스토랑까지 지역 곳곳에 자리잡은 이색 식당들이 새로운...
볼거리&놀거리 <190>
지난 1일 국내 와인 전문가들이 선정한 ‘2018 캐나다 최고 와이너리 25’ 순위가 공개됐다. 캐나다 최대 와인 생산지 BC주에서는 1위를 차지한 로드 13 빈야드(Road 13 Vineyards)를 비롯, 총 15개...
볼거리&놀거리 <189>
노스 버나비의 ‘밴쿠버 하이츠(Vancouver Heights)’로 지칭되는 이 동네에서 매년 개최되는 식도락 축제가 있다. 이른바 ‘크레이브 더 하이츠(Crave The Heights)’라 불리는 소규모 다이닝...
볼거리&놀거리 <188>
정복 욕구를 자극하는 험준한 산세 대신 여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는 없을까. 휴양림을 에두르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는 남녀 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볼거리&놀거리 <187>
여름밤의 운치 있는 밤공기와 함께 신나는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캠핑과 음악이 어우러진 이색 페스티벌은 어떨까? 캠핑 문화를 중심으로 음악과 다양한 체험 행사가 어우러진 뮤직...
여름철 휴가를 맞아 캠핑장 등 피서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산으로, 강으로 떠나는 캠핑은 지친 도시인의 심신을 달래주는 최고의 휴가지다. 산꼭대기에서 즐기는 오지...
볼거리&놀거리 <186>
다채로운 해변 풍경이 더해진 음식은 그야말로 여름에 즐길 수 있는 호사 중 하나다. 아울러 해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음식은 식사를 한층 더 특별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드넓은...
볼거리&놀거리 <185>
검붉은 빛의 열매가 탐스럽게 익는 베리 시즌이 돌아왔다. 6월 중순부터 길게는 8월 하순까지 각종 베리류를 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맘 쯤이면 베리농장에는 직접 열매를 따...
여름은 페스티벌의 시즌이고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밴쿠버 음식칼럼니스트가 메트로 밴쿠버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올 여름 축제와 더불어 맛볼 수 있는...
캐나다데이 특집 2018.06.28 (목)
밴쿠버 전역에서 풍성한 볼거리 펼쳐져
캐나다데이(7월1일)가 이번 주말로 다가왔다.캐나다 151회 생일을 맞아 밴쿠버 전역에서 불꽃놀이를 비롯해 페스티벌, 콘서트, 퍼레이드 등 각종 공연 등 풍성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볼거리&놀거리
세계가 한 달 간 축구 축제에 빠져든다. 4년 만에 찾아오는 세계적인 이벤트 '러시아 피파월드컵'이 14일 화려한 서막을 열었기 때문이다.전세계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열띤 응원전을...
볼거리&놀거리 <184>
밴쿠버의 ‘리틀 이태리(Little Italy)’로 잘 알려진 커머셜 드라이브는 다양한 부티크샵들이 즐비해 있는 밴쿠버의 유명 쇼핑 거리다. 이곳은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수공예 액세서리...
볼거리 & 놀거리 <183>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여름 날씨가 국내 워터파크들의 오픈 시기를 크게 앞당기고 있다. 밴쿠버, 칠리왁, 켈로나 등 BC주 곳곳의 워터파크들은 다가오는 물놀이 시즌에 앞서 이번...
볼거리&놀거리 <182>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선선한 날씨, 바야흐로 루프탑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처럼 선선한 여름 날씨에는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경치는 물론 야경까지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레스토랑이...
볼거리&놀거리 <180>
따스한 여름 기운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빅토리아데이 연휴가 오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긴 연휴를 이용해 바깥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가까운 인근 지역 곳곳에서...
볼거리&놀거리 <180>
오는 13일 다가오는 마더스데이를 맞아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밴쿠버 곳곳에서 열린다. 매년 어머니를 위해 진부한 이벤트 혹은 선물을 준비했다면 올해는...
푸드트럭의 묘미는 단연 부담 없는 환경에서 빠른 시간 내에 간단한 한끼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 요즘은 거기에 저렴한 가격대로 맛과 가성비, 화려한 비주얼까지 더해지는 추세다....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