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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I에서는 빨강머리 앤이 되어 보세요

안봉자 시인 lilas1144@yahoo.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1-13 17:28

안봉자 시인의 <빨강머리 앤> 테마 여행기(7)

보든-칼튼(Borden-Carlton) 등대하우스 가까운 곳에 기념품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한 곳이 다른 데보다 물건값도 싸고, 원하는 사람은 '앤'으로 분장하고 사진도 무료로 찍을 수 있다는 말에 그곳으로 갔다. 매장은 선반마다 진열장마다 천장에서 마룻바닥까지 온통 빨강머리 앤을 주제로 하는 기념품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에게 줄 기념품을 몇 개 사고 사진 찍는 곳으로 갔다. 그곳엔 어린 앤이 에본리(Avonlea) 마을에 처음 입양되어 오던 날 기차역 벤치에 앉아 매튜(Matthew) 아저씨를 기다릴 때 입었던 것과 똑같은 의상이 사이즈별로 결려 있고, 작은 철로 건널목 사인이 있는 세팅까지 준비돼 있었다. 담당 점원이 맞는 치수의 옷을 골라 주면 받아 입고 건널목 사인 앞에 앉아서 각자의 사진기에 추억을 담는 것이다. 나도 건네주는 앤 옷을 걸치고 두 갈래로 땋아 내린 빨강머리 가발에 챙모자까지 받아 쓰고서 멋쩍게 카메라 앞에 앉았다.

ㅡ 그래, PEI에서는 나도 한 번 빨강머리 앤이 되어보자!


<▲Borden-Carlton Gift Shop에서:  PEI 에서는 빨강머리 Anne이 되어보세요. >


PEI는 면적도 인구도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대서양 연해의 섬 주다. 반농반어(半農半漁)로 특히 감자를 많이 재배하여 캐나다 감자 생산량의 25%가 PEI에서 재배된다. 그 외 바닷가재와 굴, 조개 등을 주로 하는 수산업과 관광업 등을 주 산업으로 꼽는다.

PEI 는 특히 '캐나다 컨페더레이션'으로 유명하다. 1864년에 PEI 주최로 주도 샬롯타운에서 뉴브런즈윅, 노바스코샤, PEI 주 대표들이 모여 캐나다 연방 체제를 의논하는 역사적인 회의를 했는데, 이는 1867년 7월 1일에 뉴브런즈윅, 노바스코샤, 온타리오, 퀘벡 등, 네 주(州)가 모여 캐나다 연방을 건국하는 계기가 되었다. BC주는 1871년에 캐나다 연방에 가입했고, 정작 캐나다 연방 체제 의논 회의를 주최했던 PEI는 이런저런 이유로 늦췄다가 1873년에 가입했다. '캐나다 컨페더레이션'이 열렸던 곳이라 하여 샤롯타운을 '캐나다 연방의 요람' (Cradle of Confederation)이라고 부른다.  

샬롯타운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불멸의 소설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가 젊은 시절에 잠시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 PEI 수도 샬롯타운 항구의 선착장: 하늘 빛, 물 빛, 그리고 하얀 보트들이 한 폭 수채화처럼 곱다.>


L.M. 몽고메리는 1874년 11월 30일에 PEI의 Clifton, 지금의 New London에서 태어났다. 채 두 살도 되기 전에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잃은 그녀는 Clifton에서 11km 떨어진 케번디쉬 마을의 외조부모에게 넘겨져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문학에 두각을 나타냈고, 15세 때부터 샤롯타운에서 발간되는 신문에 시와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문학의 꿈을 키웠다. 그녀는 샤롯타운의 Prince of Wales 대학에서 공부하고,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의 Dalhousie 대학교를 졸업한 뒤 몇 년간 교사로 일했는데, 샤롯타운에서도 1년간 일한 적이 있다. 그 후 고향 캐번디쉬로 돌아가 캐빈디쉬 우체국에서 일했다.

그 녀의 첫 작품 빨강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은 몽고메리 자신의 아동기를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캐번디쉬 우체국에서 일할 때 틈틈이 써서 24세 때 (1908년) 출간했다. 빨강머리 앤을 읽다보면, 주인공 앤과 저자 몽고메리가 하나로 겹쳐질 때가 많다. 2살 때 어머니를 잃고 소녀 때부터 소설을 썼고, 젊어서 학교 선생님이었으며, 혼돈과 방황의 첫사랑 여로도 서로 비슷하다.  

빨강머리 앤은 사내아이를 입양하기 원했던 마릴라와 매튜 중년 남매의 그린게이블 집에 실수로 잘못 보내진 똑똑하고, 착하고, 말 잘하고,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으로 곧잘 실수도 하는 11살짜리 고아 앤 셜리 (Anne Shirley)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몽고메리는 그 후 앤의 처녀 시절을 다룬 에본리의 앤에서부터 시작하여 앤 오브 아일랜드, 앤 오브 윈디 포플라, 앤의 꿈의 집, 앤 오브 잉글사이드, 레인보우 밸리 그리고 세 아들의 1차 대전 참전과 (둘째 아들은 전사) 막내딸 Rilla의 사춘기를 다룬 릴라 오브 잉글사이드 등, 8권의 앤 시리즈를 수채화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냈다.
 
L. M. 몽고메리는 그녀 생전에 20여 권의 장편소설과 백여 편의 주옥 같은 시와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중에도 앤 시리즈의 제1권인 빨강머리 앤은 현재 20개 언어로 번역되고 5천만여 권이 팔렸다. 한 권의 책 빨강머리 앤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캐나다의 가장 작은 연해 주 PEI를 세계지도 위에 올려놓았고, 저자 L.M. 몽고메리는 PEI의 영원한 마스콧(Mascot)이 된 것이다.

36 세 때 Ewan Macdonald 목사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은 몽고메리는 작가로서, 목사의 사모로서 열심히 일하다가 1942년 4월 31일에 사망, 고향 캐번디쉬 국립 공원 묘지에 묻혔다. 그녀의 묘지엔 사철 그녀와 빨강머리 앤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샬롯타운 중심부에 자리한 주 청사 주변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뾰족 첨탑의 아름다운 고딕풍 성당과 크고 작은 보트들이 줄줄이 정박한 예쁜 선착장은 마치 내가 한 폭의 예쁜 그림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St. Dunstan 성당: PEI 샬롯타운 중심가에 위치하며 1907년 완공. 1990년에 캐나다 역사 유적 (National Historic Site of Canada)으로 지정되었다.  >


PEI 주 청사 의회 실은 작고 검소하면서도 150년 전에 오늘의 10개 주 (Province)와 3개 준주의 캐나다를 탄생시킨 건국의 요람답게 엄숙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풍겼다.   

청사 마당엔 1864년 컨퍼더레이션 회의를 기념하는 기념 탑과 세계 1차 대전과 제2차 대전, 한국전에서 전사한 PEI 출생 장병들을 기리는 추모탑도 있다.  


<▲샬롯타운 주 청사 의회실에 있는 켄페더레이션 기념 기:   1864년에 캐나다 컨페더레이션 체제을 의논했던 장소,  >


<▲ 샤롯타운  주 청사 마당에 전몰 장병 추모탑:  세계 1차 대전과 제2차 대전, 그리고 한국전에서 전사한 PEI 출생 장병들을 기리는 추모탑.  >

이 곳 컨페더레이션 센터에서는 매년 6월부터 9월 말까지 캐나다 컨페더레이션을 기념하는 각가지 행사가 열린다. 특히 빨강머리 앤 뮤지컬이 유명하다. 우리도 이 기회에 관람하고 싶었으나 그날 우리가 투숙할 호텔에서 너무 멀고, 밤에 우리끼리 택시로 호텔에 갈 일이 번거로워서 아쉽지만 단념해야 했다.
       
PEI는 어딜 가나 오밀조밀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넓은 들판은 그중 부드러운 초록색으로 거의 다 감자밭이다. 그 넓은 감자밭 들판에 드문드문 앉은 농가들은 인형의 집처럼 작고 예쁘고, 집마다 정성 들여 가꾼 꽃밭과 채소밭들, 한두 그루의 과일나무가 그들의 소박하고 근면함을 엿보게 한다.    

길가 뷔페 레스토랑 스위스샬레에서 가이드  P 씨가 일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김치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을 먹고 Cavendish Gateway Resort 호텔에서 하룻밤 여장을 풀었다.  *


<▲앤 시리즈,  우측에서부터: Anne of Green Gables ;  Anne of Avonlea ; Anne of the Island;  Anne of Windy Poplars;  Anne’s House of Dreams;  Anne of Ingleside;  Rainbow Valley;  Rilla of Ingle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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